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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열했다.



비에 젖은 머리칼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그녀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계속 오열을 삼키고 있었다.

저 멀리 버려져 있는 노란 우산처럼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꿈속에서 저승을 만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계속 오열하고 오열했다. 왜 그런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잡고 크게 말했다.

“선배! 나야 나!! 왜 그래!”

어깨를 잡고 흔들어보기도 했고, 그녀의 귀에 대고 큰 소리도

내 질러 보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는 더더욱 몸부림을 치며

나를 벗어나려 했다. 왜 그런 거야! 왜! 도대체!

그녀에 의해 오히려 더 다급해진 나는 크게 한숨을 들이키고

빗소리에 간신히 들을 만큼 다시 한번 말했다.

“선배~ 저에요 숙생이! 왜 그러세요~~!”

눈물을 머금으며 감겨 있던 그녀의 눈은, 결국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다시 감겼다.

그리곤 나의 품에 안겼다.



정말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그녀가 뛰기 시작했고, 뛰다가 우산을 던져 버렸으며

비를 거침없이 맞더니 결국 하숙집 대문을 소리지르며 두두리다가

주저앉았다. 그리곤 나의 품에 안길 때 까지 운 것이었다.

나는 비를 피하며 하숙집으로 출발하고 있었다.

그때 보이던 노란 우산은 정말 나를 반갑게 만들었다.

노란 우산은 과거 잠깐 사귀었었던 ‘그녀’에게 빌리고

지금까지 돌려주지 못한 ‘나의 것’이 된 우산이었다.

그 우산을 보자마자 하숙집 가족일 것이라는 확신에

그녀를 따라 간 것이었다. 비록 걸음걸이 모양이 주희라는 것을

알고 머뭇거렸지만…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속보로 걷더니 나와 거리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자 마치 100m달리기를 하듯 뛰는 것이었다.

당황해진 나는, 갑자기 뛰는 주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계속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뛴 만큼 나도 같이 따라

뛴 것 밖에 죄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뛰다 보니

어느새 하숙집으로 가는 골목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뛰는 걸 멈추지 않았다. 뛰면서 이미 무용지물로 제역할을 하지 못했던 우산은

땅바닥에 버려졌고 주희는 하숙집 대문에 도다르자

사정없이 대문을 두두렸다.

잠시 멈칫거린 나는, 이렇게 뛰는 이유도 몰랐거니와

그녀가 왜 대문을 두두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나 또한 하숙집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주저앉더니

계속 울었고 오열했다.



왜 이런 날은 하숙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었을까?

한동안 내 품에서 흐느끼고 있는 주희를 바라보며

주희가 이렇게 까지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알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증오스러웠다. 파뭍혀 있는 그녀의 흔들리는 가르마를

보고 있으니 너무나도 안쓰러운 것이었다. 그렇게 안긴 체로

하숙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닫으니 빗소리가 들리지 않자

너무나도 조용하고 적막한 하숙집이 너무 따뜻한 곳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다리에 힘이 풀려있는 듯한 주희를 방까지 데려다 주었으나

그녀는 침대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나도 완전히 젖어 있었지만 주희는 긴 머리까지 젖어 금방이라도

폭풍우를 만나고 온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수건을 넌내주었다.

받긴 받았으나 그게 끝이었다.



숙생 “저기 선배. 이제 정신 좀 차리나요?”



왜 주희가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아직 그녀는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

혹시 무슨일이라도 또 벌어질까 대충 옷을 갈아입고

다시 주희방으로 황급히 들어왔다. 그녀가 이불속에 누워 있다는 걸

알고 민망함에 다시 나오긴 했지만 분명히 이불은 들썩거리고 있었다.

아직 울고 있다는 이야기다.



..............................................................................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이 간 곳은 바로 주희의 방이었다.

그녀를 불러봐서라도, 그녀의 방을 두두려 봐서라도

죽었는지 살았는지-_- 확인하고 싶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너무나 충격을 먹은 그녀가

자살-_-할지도 모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주희의 방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화끈한 댄스곡이었다. 긴 한숨을 쉰 나는 11시에 있을 수업의

다급함에 얼릉 신발을 신고 밖으로 박차고 나갔다.



혼자 학교까지 걸어가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기 좋아하는 나는

어제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이 더 좋아 자주 왕따놀이를 하곤 했었는데

그녀들과 맨날 학교를 같이 다닌 덕분에

혼자 학교 가는 게 참 심심했다.--a

바닥을 보며 길을 걷다가, 나는 잠시 멈췄다.

주희가 바로 여기에 우산을 떨어뜨렸는데…그 우산은

주인이 벌써 3번째 바뀐 샘이다. 누가 가져갔는지 흔적조차 없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어제 주희가 다급하게 뛰어가고

소리지르고-_-오열하고 했던 게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에 스치자

얼굴이 빨개졌다.-_-;



내가 그녀를 따라가기 전만 해도 그녀는 잘만 가고 있었다.

허나, 내가 점점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서 걸음 걸이에 속도를

붙이자, 그녀도 함께 뛰었고 결국 어제와 같이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듯 하다-_-

즉!! 그녀는 분명 나를 치안-_-이나 변태-_-로 오인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뒤에 따라온다고 그렇게 무서워 뛰어갔으면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람은 다 오열만 하고 다닐 것이다-_-;

그래서 나는 그때의 주희 기분을 실감나게 느껴보기 위해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어제일을 상기했고

주희와 나의 역할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하숙집으로 비오는 날 걸어가고 있던 하숙생.

그때 여자로 보이는 어느 사람이 나의 뒤에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근데 이상하게도 10분째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몇백만 가구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같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10여 미터 간격을 두고 걸어가게 될 확률이 몇프로나 될까.

나는 점점 두려워 하기 시작했고 혹시나 강도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걸음걸이를 빨리 했으나, 그 상대 또한 같은 속도로

걸어오고 있다. 너무 무서워 뛰어갔으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되었고 이젠 돈 빼앗길 일밖에 없다는 생각에

오열을 하기로 하자-_- 그녀는 나를 붙잡더니 말을 건냈다.



"저,님 지퍼열렸어요..."





......미안하다-_-;





"야 너 모하냐??"



커헉. 너무놀라서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 나온 줄 알았다.

주희는 나를 매우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위아래로 나를 깔보고 있었다.

하긴, 길 한가운데 가만히 멍 하니 있으면 누가 봐도 어이 없었을 것이다.

"아! 학교가던 중이었어여-_-;"

"흠 ( -_)"

다행이도 주희의 표정은 밝았다. 어제 하숙집에 가자마자

잠에 들었으니 거의 10시간은 잤을 터였다.

"어제 고맙다~"

엇, 이게 누구입에서 나온 소리더냐.

그 소리가 나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주희는 홍당무가 된 얼굴로

수줍게 웃고 있었.......을리가 없었다-_-

그냥 무표정했다.-_-

"아~ 어제요? 뭘 그런것 가지고"

아! 하숙생이라는 작자, 정말 비양심적이지 않은가?

방금전까지 어제 일이 모두 자기 때문에 벌어졌다고

판명하고 혼자 자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발언을 하다니!!

마치, 금반지를 도둑질 하고 다시 돌려주면서

[흣 제가 찾아줬어요-_-+]

하는 것과 뭐가 다르랴. 하지만 방법은 없었다.

'다 제가 그런 짓이에요!' 라고 할 바에야 말이다.

어쨌든 주희와 나는 처음으로! 단둘이 걸어갔다.

하숙생활 5개월만에 처음으로! 단둘이 걸어가는 것이다.

헐.....

처음이라는 기대감과 그녀가 나를 다르게 봤을 것이라는

우쭐함에 어깨가 들썩거렸으나, 더이상 나에게 오는

댓가-_-는 없었다. "어제 고맙다" 이게 끝이었다.

대략 10분간을 아무말 없이 걸어갔을 것이다.

크으윽 너무 썰렁한 분위기가 싫어 말이라도 걸어보려 했지만

도무지 대화할 거리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걸어가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는 '농구이야기' '축구이야기'

요즘 뜨고 있는 '영화이야기' 등등등 내 입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준비는 나만 하고 있었다.

주희는 그걸 받아드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혼자만의 상념에 빠진 그런 얼굴이었다-_-;



그래서 아얘 포기를 하고 가던 길을 계속갔다.

학교까지는 10분정도의 거리였기때문에 10분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참아보자는 그런 식이었다..

드디어 후문에 다다르자 썰렁하던 학교가는 길과는 달리

슬슬 점심시간이 되어 오던 학교캠퍼스는 북적대기 시작했다.

다행이 시끄러움 덕분에 어색함이 그나마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주희는 교양수업을 듣기 위해 계속 가던 길을 갔고

나는 전공을 듣기 위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야! 너 밥 먹었어?"

나는 잠시 귀를 후벼보았다. 그리곤 주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혹시 주희가 나에게 물은 것이었던가?

"밥 먹었어? 안먹었어! 나 바빠!"

주희는 느린속도로 걸어가면서 눈길만 살짝 내 쪽으로 향하며

입을 벌려 말을 하고 있었다. 주희가 한 말이 진짜였다-_-;

"아..점심은 하숙집에서 안주죠..."

"너 몇시간짜리 수업이냐?"

"두시간짜리요..."

"그럼 두시간 뒤에 여기로 나와 있어"

지금 분명히! 그녀가 나에게 에푸터 신청을 한 것임이 분명했다.

커허허헉. 이쯤까지 읽었으면 마치 하숙생이가 주희를 짝사랑하고

계속 좋아한다고 고백하다가 결국 에푸터 신청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겠지만..

나는 절대 그런게 아니다. -_-내가 놀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주희가 무엇을 사주겠다, 아니면 무엇을 하자, 즉 목적없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겠다는 건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이라고 해봤자 주희를 만나게 된게 몇개월 되지 않지만;)



하여간 나는 수업시간 내내 집중이 되질 않았다.

오랜만에 등장을 하는 태영이-_-는 옆 친구넘들하고

뭐라고 씨부렁거리며 야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아.. 모처럼 느낀..

수업이후에 벌어질일에 대한 기대감이다.

마치 고등학교때 종치는 시간을 초시계로 기다리다가..

10..9..8..7.. 카운터에 들어가는 것 처럼

나의 기대감과 호기심은 교수의 강의가 마무리 짓는 그순간 까지 계속되었다.

과연 그녀가 나에게 밥을 사준다고 해 놓구선

무엇을 해줄까. 그렇게도 싸우고 치고 박고 한 주희가

과연 나에게 무엇을 해줄까. 자기를 구해준 하나의 은인-_-a

이라고 착각-_-하고 있는 나에게 해주는 물질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 긴장이 된다..



밥을 같이 먹으러 가자는 태영이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주에 보자는 교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으로 향하였다. 시계를 보니 주희와 만나기로 한 2시간 뒤가 되려면

아직 20여분이나 남아 있을 터였다. 어쩐지 교수가 평소보다

일찍 끝내주는가 싶었다-_- 핸드폰 시계를 보며 20분동안

무얼 할까 고민하고 있었던 나는 순간 시계가 되어버린

핸드폰 소유자로써 잠시 비참해 지고 있었더랬다.

"위이이이이이잉~~"

핸드폰을 보고 시간아 흘러라 몇분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순간 울리는 핸드폰의 첫 진동에 주희의 전화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휴대폰 액정을 뚜러쳐라 쳐다보고 있었다.

[오빠! 전화받어 나 은경]

이라고 저장이 되어있던 그녀의 핸드폰 번호가 떴다.

숙생 "엇 은경! 방가~"

하며 남자친구-_-로써 반갑게 맞이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목소리를 밝게 하자 반가워 하는 내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은경이또한 밝은 목소리 톤으로 나에게 말했다.

은경 "오빠! 어디야??"

숙생 "어, 지금 문과대 앞인데??

은경 "그래? 그럼 글루 갈께. 수업끝났지?"

숙생 "어~~ 그래........"

라고 하려던 찰나, 나는 엄청난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지금 나는 주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던 참 아닌가?-_-;

뒤늦게 사실을 알아버린 나는...

숙생 "은,은경아! 나 지금 친구들하고 있거든? 레포트때문 쫌 그래..--;"

은경 "흥! 알았어 그럼 있다가 전화할께"

참으로 이해가 안가는 것은 여자애들은 남자가 친구들하고 놀고 있어서

못만난다고 해도 질투를 한다-_-; 진정한 여자친구라면 그런 것 쯤

이해해줘야 하는게 아닌가?-_- 어옛건 간신히 은경이를 순간적인 재치-_-로

따돌리고 안도를 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내 어깨를 치던 누구...

주희 "야. 밥먹으러 가자~"

주희였다-_- 너무나도 순간적인 일이 동시에 벌어져 놀란 가슴을

추스리기도 전이었다.

너무나도 밝게 다가온 그녀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주희의 밝은 웃음은 여러번 보아왔지만 뭐, 그동안

서로 쌓였던 감정이 워낙에 많은 터라-_- 웃는 모습조차 재수없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과거가 어쨌든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_- 나도 참네.. 남자로써 끈질긴면도 없다-_-;



괜히 남자로써 멋있게 보이고 당당하게 보일려고

주머니에서 디스 한 개피를 꺼내 물자 그녀는 예상외로 별로 아랑 곳 하지 않았다.

원래는 "숙생아 너 담배좀 끊어라" 라고 하면 "무슨상관이에요-0-)y-ooO" 라며

당당함을 만끽 하려 했지만 의외의 반응이었다-_-

평소에는 "하숙집이 너 혼자 사는데냐?"라고 지랄;을 하던 그녀였는데

아무래도 주희는 어제 나의 든든한 모습과-_- 오늘의 모습을 연관지으며

'하숙생은 담배도 멋있게 피울만큼 필요할때 다가오는 멋진남자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게다-_-

..물론 나 혼자만의 추측이지만 말이다.



식당에 도착을 했다.

그나마 점심시간이 지난지라 뒤늦게 밥을 혼자 먹는 몇몇의 솔로들과

왕따들;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이 모인 식당에 오니

한산함에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사람없는 곳이 좋다.

하지만 한산함은 무슨일이 일어나기 전의 복선이었다.

식권을 끊고-_- 밥을 타러 줄을 서고 있는데...

어디서 들려오던 그 사람의 목소리.

"엇 쭈희언니~~"

너무나도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아니, 지겹게 들어온 목소리지.

내가 한마디 하면 그만큼 20배는 더 나오는 그 소리다.

은경이었다.

은경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다행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이라도 이 자리를 피할 몇초의 여유가 주어졌지만,

그 순간을 노리고 도망치기에는 주희와 나는 너무나도 좁은 곳에 있었다.

주희의 얼굴이, 은경이 목소리가 나온 쪽으로 고개가 돌려지자마자

이미 '피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으나 반사적으로

같이 고개가 돌려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은경이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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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남자와....4명의 여자와의 만남은...

필연이다.....

<하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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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하숙생은 은경이에게 거짓말을 안했고 아주 당당하게 개인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이 식당에 온 것처럼 연기를 하기 위하여




순간 굳어진 얼굴을 밝은 모드로 변형 시켜야 했다.







하지만 워낙에 연기를 못하는 나로서는 입술 양쪽만 옆으로 찢어버렸을 뿐




표정은 누가 봐도 억지로 웃는 다는 어색함이 뻔하게 보일 정도로 어설펐을 테다.




은경 “엇 오빠? 안녕?”




숙생 “-_-응 안녕”




범죄자는 할말이 없다. 사연이 어쨌건 일단 범죄를 저지르면 범죄자인 것이다.




나또한 은경이를 속인 범죄자 이므로 할말이 없었다. 그냥 은경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 반응을 보이면 어떤 수단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밝게 유도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는 내일 까지 마감시간을 앞둔




공장의 기계처럼 바쁘고, 힘들고 피곤했다-_-;




은경 “이야~ 둘이 밥 먹으러 온거야???“




어엇. 분명히 은경이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가족이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분위기는 누가 봐도 화기애애하게 유도되고 있었다.




하지만 은경이가 그럴 성격이 아닌데, 분명히 열 받으면 욱하면서 주먹부터




쥐어질 성격인데, 비록 분위기는 좋은 쪽이었지만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태영 “아 씹세~~ 너 혼자 밥 쳐먹냐? 실망이다~ 혼자 밥 쳐먹으려고




튀어 나간 것이었군“




이럴수가 태영이가 등장해 버렸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태영이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 녀석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태영이가 등장하는 타이밍은 대단하다.







워낙 초반에 과 CC가 많았었다. 하지만 그만큼 깨지는 사람이 많아지자




과 동기하고는 CC하지 말자라고 CC지양적인 의견이 종종 나올 때




나는 울과의 여느 여자애와 몰래 같이 밥을 먹으러 다녔었고




몰래 같이 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했었다.




서로 ‘친구로’만 지내자고 합의를 봤을 때 까지만 해도




절대 누구에게 들키거나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때 태영이는




어디엔가 짱 박혀 나의 사생활에 전혀 테클을 걸지 않았었다.




허나, 왜 하필이면 아무상관도 없는 태영이가 이런 분위기에




끼어들어서 찬물 끼얹는지 나도 정말 이해가 안 될 부분이다.




갑자기 태영이가 끼어드는 덕분에, 하숙생인 내가 은경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라는 사실을 까먹고 있던 은경이는




미간에 주름이 생기더니만 표정이 싹 바뀌었다-_-;




나는 은경이에게 태영이와 같이 숙제를 하겠다고 뻥을 쳤었더랬지.




태영 “엇 주희씨? 은경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요 우히히히”




라고 인사를 나누던 태영이였으나 주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나마 밝게 인사를 받아주는 은경이 마저 지금 기분이 밑바닥까지 내려간




이유로 쌩을 깠다-_-; 그리곤...




아무 말도 않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_-




아무것도 모르는 주희나, 인사를 안받아줘서 민망하던 태영이나




은경이와 같이 밥을 먹으러 왔던 그녀의 친구들이나...




다들 멍-_-해져 은경이가 나가는 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좆됐다”




를 속으로 연발할 뿐이었다.










주희 “뭐 저래? ( -_)”










.........................










밥이 목구멍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주희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내가 말을 많이 해야 했으나




지금 내 기분은 영 찝찝한데다가, 조금 뒤 하숙집에서 은경이와 마주칠 일을




생각하니 막막하고 무섭고 두려운 기분이었다.




거짓말 하나도 않고 정말 얻기 힘든 주희와의 점심 약속자리였지만




밥을 먹는 내내 한마디도 안했다-_- 나 혼자 정신없이 머릿속이 복잡하느라




주희와 나 사이가 정말 썰렁한 분위기가 오갔는지도 그땐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주희가 민망했을까. 나 괜히 밥사줬다는




생각도 들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일일 뿐이다.










어쨌든, 그날 주희와 밥 먹은 날. 내 기억 속에는 밥만 먹었다는 기억까지




밖에 남아 있질 않았다.




뭘 한 것 같은데 은경이 생각 때문에 도무지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은경이와 마주친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것처럼




내 머릿속에는 기억이 그 이후로 기억이 남아있질 않았다.




단 그날 내가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은 하숙집에 돌아와 은경이와




서로 말다툼을 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은경이는 자존심 버려가면서,




그리고 자신이 초라해지고, 궁상맞고, 은경이 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왜 거짓말을 했냐고 따지고 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잘못이 크므로 사과를 해야 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 은경이를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거리는 성격을 추스르지 못하게 되었다.




숙생 “야! 물론 내가 거짓말을 했긴 하지만 너는 안 그러냐? 너도 맨날




화장하고 다니는 남자애들하고 맨날 같이 다니잖아! 내가 너였다면




여자친구 입장 생각해서라도 거짓말 했을꺼야. 그런데 너는 아예




대 놓고 남자랑 술마시고, 남자랑 맨날 놀러다니고 그럴 자격이나 있어?“




어찌나 큰 목소리로 말을 했던지 뒷목이 땡겨짐이 느껴졌다. 그리고 순간




‘내가 너무 심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은경이는 울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씩 어깨가 들썩거리더니 얼굴에서 물




한줄기가 흐르는 것이 내 눈에 보이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숙생 “야 울지마~ 미안해!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하지만 은경이는 꼴도 보기 싫다면서 하숙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멍하니 하늘을 보니 달은 보름달에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추석이 내일 모래구나, 집에 가서 좀 쉬었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빛 아래서 너무나 복잡한일이 자주 생긴다.










.............................................................................................










핸드폰 시계를 보니 약 5분정도 남았다. 지금은 시청역이고 한정거장만




더 가면 서울역에 도착한다. 원래 시간조율을 빠듯하게;; 하는 나로서는




1~2분 차이로 무슨 일이든 간신히 해 내고 만다.




서울에서 내가 사는 광천-_-으로 가는 장항선은 저녁 8시 50분차였으나 지금




내 핸드폰은 8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내려 기차타러가는데 약 2분 걸리므로 아무래도 48분쯤




기차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나는 슬금슬금 서울역 입구에 들어섰다.




서울역에 가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서울역 광장에서 역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 오른편에는 조그만 서점이 있다. 그리고 좌측을 보면




현금인출기가 있고 정면을 바라보면 정확한 시간을 알리는




디지털시계가 보인다. 좌우를 살피고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어처구니없는 서울역의 시간 시스템에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내 핸드폰은 48분정도를 가리키고 있었을 텐데, 서울역의 시계는




51분에 맞춰져 있었다. 푸하하 하여간 서울역도 어지간하군^_^




이라는 생각을 멈춘 동시에 나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8시 52분]







헉....




순간 다급함의 압박에 속력을 냈으나, 기차표를 걷는 아줌마는




이미 기차가 떠났다며 나를 붙잡았다.




그렇다. 내 핸드폰은 과거 고장 1위로 유명한 걸리버 핸드폰이었거늘.....










으아아아아악!!! 어떻게 구입한 추석 전 기차표인데!!!




진짜로 이 표를 구하기 위해서 40분이나 넘게 기다렸는데!!!




정말이지 잘 울지 않는 성격이지만 눈물이 눈가에 맺힐 정도로




핸드폰이 원망스러웠다. 어쨌든 다음기차라도 타기 위해서




기차표를 다시 환불하고 표를 끊으러 갔으나.....










[입석 매진]










좌석도 매진이고 입석도 매진이니 꿈도 꾸지 마라.




라는 표정을 역무원들의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_-




결국 추석이고 뭐고 그냥 하숙집에 짱 박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길음역으로 가는 지하철 표를 끊었다-_- 젠장 지하철 표는




이렇게도 잘만 끊는데..........




오늘 아침을 먹으며 하숙집 아줌마가 추석 때 집에 없을 사람 말하라고




했을 때 나는 도무지 고개를 쳐들 수가 없었다. 원래는 은경이와 추석 내내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있으려고 했다-_- 하숙집을 단둘이 지켜보자는




이야기였다. 흠, 역사가 이루어 질 법도 했지만*-_-* 며칠 전 은경이와




나는 싸운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저 집에 갔다 와여 아줌마~”




라고 당당히 손을 치켜드는 은경이를 바라보면서 나도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줌마 저도 시골 좀 갔다오려구요...”




은경이 성격은 내가 안다. 은경이와 싸우면 며칠씩 간다는 걸.




나도 정말이지 은경이가 꼴도 보기 싫을 정도는 아니였지만 은경이가




얼굴에 혈안을 내며 화를 내는 걸 보곤 조금 짜증이 났다.




피장파장이다.




하숙집에 남는 사람은 주희선배 뿐이었다. 미자누나도 기연이도




집에 갔다 온단다. 순간 우리나라 전통을 지키려 하지 않는 주희가




실망스러웠지만 예전에 스토커가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자




나는 지극히 그녀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전남 영광에 산다.




교통수단도 탐탁치 않은 바닷 소녀인 것이다.




어짜피 은경이와 싸우지 않아 하숙집에 남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주희선배 때문에 큰일(?)도 벌일 수 없었다, 라는 생각을 끝으로




하숙집에 도착하였다.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주희가 있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친해졌으므로 추석기간동안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흥분되어;; 열쇠를 열고 현관문에 들어가니...










이럴 수가.........




그녀는 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것도, 핫 반바지와 러닝셔스만 입은 채로 말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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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경우, 여자가 노골적으로 잠자는 모습을 지겹게도 봐 왔기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나에게 공개하였다고 하여도

전혀 몸에 작용이 오질 않는다. (무슨작용일까?므흣)

그러나 내가 몸의 어느 부위가 슬금슬금 고개를 드는 작용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낫닝구를 입고 있어서도 아니요, 핫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인 것도

절대 아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45도 각도로 벌어져 있던 그녀의 다리 때문이었다-_-;

자! 이 글을 보고 있는 남자분들은 앉은 상태로 다리를 벌려 45도 각도를 만들어

보자. 힘들다-_-; 여자분들은 아무래도 몸이 유연한지라 쉽게 될 것이다.

(어랏, 진짜 하다니..)

쇼파에 앉아 잠을 자고 있는 무의식의 상태였는데도 다리를 45도 각도를

벌릴 수 있던 그녀에게 자그마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하여튼 이 상황에서 그녀와 내가 눈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녀는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치욕감으로 어디에서 사늘한 시체로 발견 될지 모를 상황이었다.

너무나도 민망한,두 눈으로는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을 민망함이 내 표정과

몸-_-으로 드러났다.


"그래, 결정했어. 내 인생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도 지금 이순간

은 절대적인 순간이야. 어쩔 수 없구나, 이렇게 할 수 밖에..."



속으로 말을 곱씹은 뒤 나는 음흉한 웃음을 띄고 살금살금...





....

밖으로 나갔다-_-

그리곤 그녀가 깨지 않도록 살포시 현관문을 닫고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음이 울린 뒤에야 받는 그녀. 그녀가 받자마자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숙생 "어의 주희선배! 난데 현관문 좀 열어봐바. 잠겼어"


그리곤 현관문 너머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는 반쯤 풀린 눈으로 나를 놀라게 쳐다보고 있었다.


주희 "어머, 너가 왠일이야?"

숙생 "으흐흐흐, 그럴 일이 있어. 아무도 없어?"

주희 "어, 없다. 들어와라"


주희만이 당그래 남아져 있던 하숙방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치 혼자 사는 여낙내의

집에 눈치를 보며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주희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눈을

마주쳐야 했으니깐 자연스럽게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여러분들도 아시다 시피 하숙생은 표정 하나로 그사람의 심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관상법을 터득했다. 주희선배는 매우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1초 동안 싸아악 둘러보기 시작했다. 즉, 그 말은 추석기간내내 혼자만

있을 줄 알았던 하숙방에 자기도 모르게 노출시킨 은밀한 것들이 있나

확인하기 위함이니라.

괜히 나는 누가 봐도 변태스러운 얼굴이다 라고 할만한 표정을 혼자 짓고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하숙집에 남아 있게 된 사람이

조금이라도 응어리가 남아있는 두 여자, 미자누나와 은경이가 아니었다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무것도 없는 방에 있으려니 너무나 심심해 몸이 다급해졌다.

마치 담배가 피우고 싶은데, 담배는 없는 그런 다급함과 흡사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내 방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어서 그런 것이었군.-_-;

추석 연휴 전날 밤이라서 그런지 거실을 통해서 들려오는 티비소리는

뭐가 재밌는지 하루 종일 웃음소리만 나왔다.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를 갓 넘긴 시간, 즉!! 재미있는 것이 할 시간대인 것이다!!

크허억 이럴 수가! 너무나 티비가 보고 싶잖아 T_T

인터넷을 통해서 보자니 여간 눈 아프고, 결국 어색할지 알면서도

거실로 나와버렸다.

며칠동안 아무도 없을, 더욱이 지금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마치 밖에서 열수 없는 지하실에 갇힌 두 남녀의 모습처럼

[그녀와 나는 단둘!!이다] 이라는 것이 자꾸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주희도 내가 거실로 나오면 매우 부담스러워 할 텐데....

하지만 어쩌라고 티비가 너무 보고 싶은데, 지 혼자 쓰는 집도 아니면서-_-

괜시리 이렇게 내가 망설이는 것이 주희 탓인 것처럼 투덜거렸다.



내가 밖으로 나오자 주희는 자세를 추려 잡았다.

혹시 방금도 다리 벌리고 티비보고 있던 건 아닌지-_-;

괜한 헛기침만 하고 참으로 얼굴에 철판 깐 일인 줄 알면서도

주희 옆으로 앉아 버렸다. 내가 옆에 앉자 이런 그녀는 슬그머니 옆으로 한 엉덩이

옮겨갔다. 허허헉 이런 자존심 상한일이!!


숙생 "이봐요!! 선배 내가 선배라도 덮칠 그런 색남 인줄 알어?!!"


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또 한소리 들을까봐 그냥 가만히 티비나 봤다.

그냥 티비만 볼걸. 티비에만 집중해 버릴걸.

그렇게 티비를 보다가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주희의 몸매가 궁금해졌다-_-;

뭐 나도 남자니깐 여성분들의 몸매를 감상할 시각적인 욕구는 있는 법이므로

이해는 해달라. 처음에는 진짜 쳐다볼 생각이 추호도 없었지만 그녀가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을 탁탁거리면서 팅기길래 무슨 소리인가 하고

쳐다본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녀의 발목이 보였고 발목을 따라 눈이 같이

따라가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내 시선은 그녀의 무릅 한 뼘 위-_-까지 도다라 있었다

아!! 내가 이러면 안되지. 이러다가 주희한데 걸려서 무릅 한 뼘 위에

시선을 두다가 얼굴 한 뼘에 짜구때기 맞을라.

다시 시선을 추스르고 티비를 보고 있는데 그녀, 갑자기 나의 표정을 스으윽

보더니만 옆에 있던 쿠션을 자기 *-_-*위로 올려놨다.

흠, 처음에는 손을 둘 곳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 생각했지만,

'우와 쿠션이 허벅지를 다 가렸네.'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미치자

순간 그녀가 나를 의식하고 가렸을 것이라는 압박에 기분이 나빠진 것이다-_-;

사실, 내가 잠깐 그녀를 훑어보긴 했다. 하지만 내가 훑어보지 않았어도

그녀는 분명히 쿠션으로 거길-_-가렸을 것이다.

아까도 그렇고 나를 너무 가벼운 놈으로 보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주희 "너 아까부터 왜케 다리를 떠냐? 좀 거슬려"

숙생 "어? 흠. 미안...-_-;"



쪼,쫄았다.





보통 남녀가 둘이 영화를 보게 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무엇일까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셨을까? 흠 엽기적인 살인장면!! no

너무 거부스러운 더러운 장면!!!no

그건 바로 남과 여자 키쑤(-( ) 하는 부분일 것이다.

내가 그때 봤던 영화의 내용과 제목은커녕 배우 조차 생각이 나질 않았지만

그때 키스하는 장면 때문에 정말이지 쪽팔렸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왠지 영화의 분위기가 애정스럽게 나가는 것 같더니 결국

두주인공끼리 쭈아압하는 장면이 나오고야 말았다. 워낙에 영화에 집중을

하며 보았던 지라 키스도 내용의 한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막상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후꾼 달아오르고 있었다.

더욱이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내 바로 옆에 티비화면을 뚜러지게

쳐다보고 있던 주희때문이었다.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자 내 심장은

두근거리게 되어 숨이 가파라졌지만 대 놓고 "허응 허응~" 거릴 수 없는

법이었기에 최대한 가슴을 폈다. 그리고 입을 벌려 호흡...-_-;

그녀에게 달아올라있는 내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몸을 최대한 뒤로 젖히고-_- 빨리 키스하는 장면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으나 의외로 키스를 어지간히 하고 있었다-_-;

과연! 그녀는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은가?

키스하는 장면에서 여자들은 어떠한 표정을 지을지.(참고로 나는 남자다;;)

그런 호기심에 쳐다본 주희의 옆모습이었지만 워낙 영화에 집중하고 있던

그녀인지라 별반 호기심의 충족을 느끼진 못했다(괜히 분위기 업시켰다-_-;)

표정도 하나도 안 변하고 얼굴 안색도 하나두 안 변하고. 으씨.

그때 몸을 뒤쳑거리더니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듯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쳐버린 주희.


숙생 "헉..."

주희 "-_-"

숙생 "^^;;;;;;;;"

주희 "너 신기하다. 무슨 애도 아니고 얼굴이 빨개졌냐"


아아아아아아악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이야!!!

피식 웃는 그녀는 분명히 나를 무시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숙생 "아 아냐! 지금 더워서 그래!"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오고


주희 "......"


다시 한번 침묵으로 나를 더 민망하게 만드는 그녀가 어찌나 원망스럽고

고약하게 느껴졌던지.......




몸 밖으로 너무 열을 내서 그런 것이었을까?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하긴 지금 새벽 1시가 넘어버렸으니.

그래도 영화는 다 보고 자야지, 라는 일념하에 눈에 힘을 부릅주고 있었으나.

도저히 꾸벅거리는 고개는 감당할 수 없던 것이었다-_-;

나의 이런모습 주희가 봐 버리면 실망 100배 할텐데...ㅡㅡ;


주희 "야!! 자냐?"


영화가 끝난줄도 모르고 나는 자고 있었다-_-;


숙생 "아, 아뇨. 잠시 생각을 좀..."

주희 "야 그러지 말고.. 나가자"

숙생 "네? 나가자구?"


반말도 존대도 아닌 말을 자주 섞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미 졸려 정신없는

상태라는걸 감지했다.


주희 "배고픈데 먹을 것좀 사러 나가자"

숙생 "아.. 귀찮아요. 혼자 나가세요. 나 잘래..=_="

주희 "야!!"


순간 언성을 높히는 주희의 표정이 장난 아니었다.

거 뭐냐. 부탁은 하고 싶은데 부탁할 성격은 아니고, 부탁을 하자니

강압적이라도 해서 같이 나가게 하고 말겠다는 그 장엄한 표정-_-;

갑자기 며칠전 비를 맞으며 뛰어가던 모습이 생각났던 건 왜일까.


너무 졸렸지만 나는 졸음을 빨리 걷어내고 보디가드로 자격을 준

주희의 기대에 부응 하기 위해 어깨에 힘을 주고!!

슬리퍼를 질질끌며-_-밖으로 나갔다.

확실히 가을바람이 선선하다는 것이 추위로 다가왔다.


나는 주희와 걸어가며 그녀의 행동을 하나하나 보면서

주희가 남에게 말 못한 어떤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희는 밖으로 나오자 마자 주위부터 살펴 보았다. 누굴 찾는 듯한

행동이 아닌 누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확실하게 보였다.

그 경계심은 내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되었으나

불빛히 환하게 밝은 편의점에 도착하자 그녀는 긴한숨을 끝으로

표정이 밝아졌다.


주희 "뭐 먹을래? ^-^"


아까에 비해 확연히 다른 감정을 표출하고 있던 주희.

진짜로, 나때문에 이렇게 노이로제 걸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내 양심이 자꾸만 찔렸다..ㅠㅠ


숙생 "먹고 싶은거요??"

주희 "얼릉얼릉 아무거나 골라봐"

숙생 "이거요-0-"

주희 "조,족발??"

숙생 "흠, 영거부스러우신가봐요? 그럼.."

주희 "나 족발 좋아해. 녀석"


도저히 매치가 되질 않는다-_-


주희 "야 이것도 먹을래?"


삼각김밥을 쪽쪽거리면서 먹고 있는 중 주희가 가르키는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렸더니 맥주였다.


숙생 "술먹자구요??-_-"

주희 "한잔하자 어때?"


술마시면 얼굴이 뻘개지는 내 자신이 부담스러워 자제 하려 했건만

불끄고*-_-*먹으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흥쾌히 응했다.


술병이 딸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찌나 유쾌하고 기분이 좋던지. 아까 편의점 가는 길보다는

더 밝아진 보름달이 우리들의 기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특히나 나를 증오의 눈빛으로만 보내오던 주희의 눈은

블랙홀 같이 어둡지만은 않은 저 위의 보름달 처럼 환하고

넓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동안 어찌나 서로 싸웠던지.

같은 지붕아래 항상 좋게 눈 마주쳐야 할 사람들끼리

서로 피하고 티격태격거렸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창피한 일이었다.

나는 그동안 주희를 하나의 편견으로만 보아왔던 것 같았다.

그 편견으로 인해 모든 행동이 다 재수없게만 느껴졌었던 것이다.

내가 조금만 양보했었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그녀를 포용했더라면

좀더 재미있는 하숙생활이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주희 "야 어디가?"



이런.

혼자 좋아하다가 하숙집을 지나쳐 버렸다-_-;;

나는 한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을 주희를 향해 밝게 웃었다.

그래, 이렇게 편견을 없애보자-_-; 한심스럽게 쳐다본다고

나도 그에 맞대응하는 표정을 짓지 말자는 것이다.


숙생 "헤헤헤헤헤헤^ㅠ^"

주희 "풋"



성공이다. 웃었다.^-^



.......................................................................




나는 말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만것이다.

어쩔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있다가 이야기 했었어도 되었는데...

아니, 지금 아니면 안됐다. 이게 내 솔직한 감정이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절대 내가 한말에 대해서 후회를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10분정도를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달빛은 밝았다.

밝은 달빛 아래로 그녀의 머릿결이 비춰진다.

그렇게 나는 다신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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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남자와...4명의 여자와의 만남은..
필연이다...
<하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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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첫날, 나는 해가 창문을 통해 정면으로 내 얼굴을 비출 때까지

잠을 잤다. 나의 하숙방의 창문은 유일하게 남향이다.

과거의 내 하숙방은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암흑 같은 방이었지만

은경이와 기연이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서 바꾼 하숙방은

(부탁도 아니다, 협박이다-_-)

늦잠을 자기 좋아하고 누가 깨우지 않는 한 절대 일어나지 못하는 나의

잠버릇에 적격이었다.




어제 주희 선배와 술을 몇 캔이나 마셨을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의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파왔다. 내 옷은 반쯤 벗겨져 있는 것이 아무래도 큰일을 저지른 듯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라고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만-_-; 어제 서로 캔 맥주

한 개씩만 나누어 마신 것이 전부였을 뿐이다.-_-

(미안하다. 대리만족을 구하고 싶어 하던 파릇파릇한 젊은이들이여.

거기! 바지 지퍼는 다시 올려 달라-_-)

어제 주희와 나눈 대화는 별거 없었다.

새벽 3시가 넘어서 까지 1학년이었던 내 입장과 2학년이었던 주희의 입장에서

본 3,4학년들의 횡포와 요즘 몰락해 가는 행정학과에 대한 사회적인 논점을

가지고 수도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마치 386세대들이 조그만 하숙방에 모여 앉아 소주와 함께 이야깃거리를 안주삼아,

밖에서는 최루탄이 터지고~~ 아침에는 새마을 운동 노래가 흘렀을 시기에 나눔직한 대화였다-_-;

하긴, 주희와 내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필요한 ‘공통관심사’는 별로 없었다.

단지 학교이야기일 뿐이었다.




아~ 어쨌든 추석첫날인 오늘과 추석당일, 그리고 추석당일 다음날-_-을 뭐하고 보낼지

막연한 생각이 들어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쯤

나를 부르는 주희의 목소리는 맑고 청렴했다.오늘 일찍 일어난 듯 하다.

나는 이불을 걷어 재끼고 논스톱으로 거실로 향하였다.

숙생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신지...”

주희 “이른 아침?? 흠-_- 잔소리 말고 점심이나 먹으러 나가자”

숙생 “(시계를 본다. 12시가 넘었다) 그,그럴까요?”

아침 겸 점심이라, 익숙한 식단이다-_-

주희 “야 그리고 영화 보러 가자~”

항상 느끼지만 도무지 주희는 나에게 ‘부탁’ 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천성이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라는 건 알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이끌려 가고 있다는 생각에 점점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나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명령’아닌 ‘명령’이었다 할지라도

지금 그녀의 명령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원한 맛의 제의다.

그렇다. 나는 할 것이 전혀-0-없었다. 요즘은 주희가 명령을 해도

내 기분을 감질감질 기분 좋게 한다.




그다지 폼은 나지 않았지만, 색안경을 오랜만에 꺼낸 나는 데이트

하는 것 같은 기분에 들떠 가장 먼저 하숙집을 나선 비 매너를 보였다.

여기까지는 내 행동이 비 매너인지 아닌지 몰랐지만......

2층인 하숙집 위에서 갑자기 나를 부르던 주희.

주희 “야 너 빨리 안 올라와?”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 다급함에 후딱 계단을 올라갔더니

주희 “너 정말 가스벨브도 안 잠그고 티비도 그냥 켜져 있고,

어떻게... 화장실에 물도 안 내리고 나갈 수가 있냐? 정말, 넌“

말끝마다 ‘냐’ 타령. 그리고 말할 때 마다 내세우는 ‘선배’ 타령.

잘났다. 잘났어. 현주희. 비록 나이는 같지만 1년 더 늦게 들어온

내가 참아주자, 라고 생각만 한다고 했는데 내 입은 이미 투덜거리고 있었다.

투덜투덜투덜. 결국 현관문이 재차 잘 잠겼나 확인을 그녀에게 해 주자

그제서야 주희는 만족을 한 듯 계단을 내려갔다.

생각해보니, 주희가 다 혼자 할 수 있는데도 구지 나를 불러재낀 이유는

당연히, 남자는 매너를 먼저 보여 이런 것을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꼴에 매너는 따지는 군-_-;

대문을 잠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주희를 보니...

마치 어느 장면이 생각이 났다.

대낮에 불륜을 저지른 두 커플. 러브호텔에서 나오는... 눈치 샥샥 보고..

흠냐 민망해 죽겠다-_-;;




나와 주희는 시내로 나가는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다시 골목길을 걸어 왔으며....

다음날 같이 쇼핑을 하기 위하여 또 골목길을 걸었다.

은은한 달빛이 흘러나오는 그 골목길을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서 또 걸었고....

밤에 바람이나 쐐고 오자는 그녀의 부탁에.. 또 골목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날.

보름달 빛은 절정에 다다르고 더 이상 커질 여력도 없다는 듯이

빛은 강렬하게 한강물의 잔잔함을 더 비춰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나의 명령이었다.

“선배! 강변가자! 나 보름달 뜨는 날 강가에 가서 술한잔 하는 게

소원이다. 들어 줄꺼지? 가자 가!!“

그녀는 너무나 쉽게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추석 연휴라서 시골에 내려가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연인들이

잔디밭에 옹기종이 모여앉아 인생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희와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달빛에 비친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주희를 옆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_-;아씨 쑥스럽군.




내가 하숙집에 처음 오자마나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숙생들이 죄다 여자-_-라서 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주희의 외모 때문이었다.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처음 사람을 상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외모라고는 부정 못하겠더라.

처음에 주희의 아름답고 고귀한 고풍에-_- 그녀의 모든 것을 평가해 버렸다.

뭐든 잘난 여자로 보였던 것이다. 아, 아무래도 나는 이 시대에 정말 없어져야

될 ‘외모’만을 따지는 그런 저질 놈 같게 느껴진다.

하여튼 내가 처음에 그녀를 보자마자 느낀 모든 것들이

그녀와 학교를 다니면서 점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추종하던 수많은 남자들. 이름만 댔다하면 다 알법한 그녀의 유명새.

내가 하숙을 주희랑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자애들이 알아버렸다면

나도 덩달아 유명해졌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단한 여자였다.

(흠, 솔직히 말해 유명새로 따지면 은경이가 짱이다-_-)-b )




하지만 나는 그녀를 우러러 볼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접근을 할 수 없는 여자. 아무리 그녀를 열어 조금이라도 친해져

보고 싶었지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던 여자.

오히려 그녀와 내가 다투고 싸우면서 나는 존재감을 느꼈다-_-;

같은 집에서 보냈다고 하여도 그녀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는

절대 형성이 될 수 가 없었다.

변태-_-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그렇게 싸워서라도 그녀에게

존재감으로 다가설 수 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못 느꼈지만

지금 그녀를 옆에 두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정말로 그랬다.




그러는 그녀가.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소한 증거조차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표정하다. 하지만 그녀는 내 옆에 앉아 있다.

나의 부탁에, 나라는 존재를 위해 지금 옆에 있는 것이다.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와 나 사이가 조용하자,

괜히 재미없고 식상한 남자로 오인살까 두려워 먼저 말을 걸었다.

숙생 “선배 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주희 “어? 흠, 너가 나한데 궁금한 것도 있냐?”

숙생 “선배 왜 그래~? 선배 한데 궁금 한거 물어보는 사람 많잖아~”

순간 주희가 느끼는 자신의 인기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다.

과연 주희는 자신이 이렇게 유명하고 외모에 대해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노골적으로 물어보기가 참 뭐해서 돌려 말해보기로 하였다.

주희 “흠 글쎄. 나한데 뭐 물어보는 사람이 너가 50번째일 거야 아마”

....라고는 안하겠지-_-;

무어라고 대답할까. 아니, 대답이나 할까?



주희 “난 말야. 사람을 잘 믿지 않아”

엇 뭐야-_- 이 심오하고 철학적인 반면에, 왕따스러운 이 발언은-_-;

도대체 무슨 의도로 내 질문에 대답도 안하고 동문서답한단 말이냐?

숙생 “네? 흠... 머라구 하는거에요 도대체.. 귓구녕이 막혔나 캬캬캬”

흠찟-_- 나의 이 초고단수적인 상황 수습해버리기 개그는

그녀를 웃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짜증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버렸다.

주희 “지롤말고 뭐가 궁금한데~”

드디어 대화가 성립될 바탕이 마련 된 건가 싶어서 나는 물어보았다.

숙생 “진자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요. 흠 실례된 질문이라는 거 알아여,

근데 너무 궁금해서 잠이 요즘 안와요...“

주희 “서론 빼고 본론만...”

숙생 “아! 네-_-저번에 며칠 전에 비오던 날요. 그때 무슨일있으셨어요?”

정말 심각한 사연이 있었을 수도,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인해서 기억하기도

싫을 수도 있을 텐데 괜한 질문했나 싶어서 후회를 점점 하기 시작하려는데

주희 “잉? 언제?-_-a”

한번에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다지 주희에게도 심각한 사연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진 않는다-_-;

숙생 “아씨 저번에요 비 막오는데 혼자 울고 그래서 제가 막 달랬잖아요”

주희 “아 그거? 별거 아냐”

숙생 “별거 아닌데 뭘 그렇게 울어재끼셨나~”

주희 “-_-; 흠 나 별로 안 울었는데, 그냥 요즘 밤에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빨리 걷다가 지쳐서 땀좀 흘리는데 너가 온거였어“

분명히 거의 탈진상태까지 몰렸었던 걸 직접 보았는데, 애써 아무일도

아니었다는 듯이 자존심은 지키려는 주희가 독한뇨온 같기도 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대화가 끝나자, 삐진 표정으로 담배를 한대 물자

그녀의 입에서 도무지 상상도 못할 말이 나왔다.

주희 “그날 너가 있어줘서 고마웠다..”

담배에 불을 붙이다 말고 주희를 쳐다보았다.

주희가 자신을 낮추고 남에게 고맙다고 한 적, 처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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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가 그말만 안했어도 나는 그녀에게 고백은 안했을 것이다.

나에게 누군가 존재감으로 다가온 것도 모라자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강인한 철강같던 자신의 성격을

녹여 버린 주희가, 나에게 약한 모습만 안보여줬었어도

나는 절대 그녀에게 고백은 안했을 것이다.



한강에서 하숙집으로 오는 골목길을 걸으며

평생 두 번다시 못할 갈등으로 인해 내 가슴은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손만 뻗으면 잡힐 그녀가 내 마음속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

그리고 이 장소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다급함.

목까지 올라왔다가 내려오길 수차례 번복한

그 문장.



"저 선배가 좋아요"



그녀는 대답대신 하숙집 대문열쇠 입구를 한참동안이나 찾으면서

고민의 시간을 갖는 듯 했다. 하지만 열쇠는 쉽게 들어가 버렸다.

내가 집 안으로 아직 안들어왔다는 걸 모르는지

그녀는 대문을 닫아 버렸다.

평소같지 않은 그녀의 당혹감이 여려있는 행동의 증거였다.



아, 하늘을 보았다.

보름달이 유난히 밝았다

-하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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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것처럼 얼굴을 안보이던 그녀에게 연락이 온건




주희에게 나의 모든 걸 고백하고 지난 며칠 뒤였다.




도서관에서 숙제를 하고 있던 나에게 온 누군가의 전화.




은경이었다.




며칠 만에 온 전화였을까? 요즘 한창 머릿속에 주희의 모습만으로




채우고 있었던 나에게 온 은경이의 전화는 나를 가슴 졸이게 만들었다.




양심에 어긋난 행위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불안감.




도서관이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었지만 구지 도서관이 아니었더라도




전화 받는 걸 피했을 것이다.




세 차례 전화가 오는 걸 눈으로만 확인할 수 없었던 나는




도저히 싱숭생숭한 마음에 숙제를 할 수 없어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은경이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일까.....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 주희선배를 보며




빨리 은경이와의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 보았다.




우리는 성격이 너무 맞지 않는다고 해야지,




아쉬울 게 없는 은경이는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숙생활이 그다지 편해지지 않을 것.




이미 내 머릿속은 은경이와 다시 친구로 지내게 되므로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시나리오로 가득했다. 그만큼 나는 주희가 더 좋았다.




휴, 내가 나쁜 놈 같군. 오늘 하루만 담배 한 갑째.




불을 붙이고 길게 연기를 내 뿜는 동시에




나는 은경이와 마주쳐 버렸다.




너무 순간이었다.







이런, 은경이는 같이 있던 친구에게 먼저 가보라고 눈빛을 준 후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은경 "오빠 왜 전화 안 받어?"




숙생 "…… 나 도서관에 있는 거 알았니?"




은경 "응 저기서 보고 오빠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숙생 "네 예상이 맞았네. 도서관이라서 전화 못 받고 나온거였어"







도저히 표정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은경 "추석 잘 보냈지?"







은경이는 내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나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나는 도무지 굳어져 있는 표정을 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판기 커피를 서로 손에 쥐고 걸어가는 내 모습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저번과는 상대가 달랐지만 이번에 혹시 또




주희가 느닷없이 나타나 나를 더 당혹스럽게 만들지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로 그녀를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유도를 했다. 그리고 자리를 잡았다.










지금이 좋을까? 지금 말해버릴까? 뭐라고 말할까.




헤어지자고 말할까? 아니, 그건 너무 잔인해. 그냥 오빠동생으로 지내는 게




날 것 같다고 해버릴까?




이런 생각들을 하기도 전에 오랜만에 만나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이런 것일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은경 "오빠. 나 화 풀렸어. 이젠 전화 받아줄 꺼지?"







나는 은경이가 오랜 침묵을 깨고 한 소리에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것들을 다 읽어버리고




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도 말아라, 라고 압박이라도 하듯이




은경이는 웃으면서 말을 한 것이다.







숙생 "저기, 은경아 나……"




은경 "내 성격이 조금 급해, 생각하는 여유도 없어서 항상 성격으로 나오거든




저번 일은 미안했어. 오빠 미안해"







은경아, 그냥 우리 친구로 지내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숙생 "나, 나는 아직 화가 안 풀렸어"







나의 심각한 표정을 본 은경이는 이렇게까지 사과를 했는데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나를 보더니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내 말을 듣더니 가방을 들고 성곡동산을 내려갔다.




멀어지는 은경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음에 만나면 진짜로 친구로만 지내자고 말해야겠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은경이와 나 사이는 끝난 것 같다.




비록 기분 좋게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벌써 주희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은경이가 말없이 뒤돌아 간 것은




이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예고하는 무언의 시위였다...










..............................................................................

....













다음날 나는 은경이의 급한 연락을 받고 급하게 하숙집을 나섰다.




다급한 목소리로 보니깐 분명히 무슨 큰 일이 생긴 것 같은데




하필이면 나를 불렀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 의심적긴 했지만




어쨌든 학교에 도착하였다. 은경이의 수업이 주로 이루어지는




건물 앞에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지금 수업 끝났다며




나에게 줄것이 있다고 한다. 평소 같았으면 은경이의 이런 장난




아무렇지 않게 넘겼겠지만 나와 은경이 사이는 조금 안좋다.




하룻만에 나의 화가 풀렸다고 생각해서 일까?




약간의 기분나쁨에 은경이가 뭘 준다면 받지 않고 그대로




끝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건물 앞에 앉아 있으니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무래도 은경이가 나올 차비인 것 같았다.




차기 배우가 되려는 사람들 얼굴이나 구경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할 찰나, 은경이는 가장 먼저 밖으로 뛰어 나왔다.







숙생 "은경아, 너..."




은경 "오빠 가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내 왼팔 사이로 은경이 팔이 덥석 들어왔다.




어? 하고 놀라 급히 손을 빼려 했지만 그녀는 내가 힘을 주어 손을 들어




올리지 않는 한 움직일 수 없도록 팔장을 깊게 끼었다.







"오!! 은경이!! 남자친구야!?"




"이야 너가 말한 그 사람이야?"




"소개 좀 시켜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의 연속이다.




은경이의 과 친구 녀석들은 멋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축복이라는 명목으로 한 소리였겠지만




그건 오산이다. 나는 그녀와 축복받을 사이가 절대 아니다.




은경이는 친구들에게 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지




‘들어오기만 하던 사람을 직접 만난’ 것처럼




계속 신기하다는 모습을 연발했다.




하긴, 내가 은경이와 같이 다니는걸 은경이 친구들이 본게 한두번이 아니지.




내가 은경이 덕분에 유명새를 탄 기분이었다. 어쨌든.




은경은 내가 저항(?)하려는 틈도 주지 않고




나를 질질 끌듯 친구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러는 은경이에게 너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은경 "오빠 화 풀렸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래, 그러고 보니 아직 은경이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안했지.




하지만 선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러는 내 자신이 점점




답답해서 몸둘바를 몰라 할 때쯤. 점점 나와 은경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수습하기도 힘든 일이 벌어지기 전에 결국,




약간의 힘을 주어 은경이의 팔을 저지했다.







숙생 "은경아 할말있어"




은경 "머? 화 푼 거지^^"







은경아 넌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 내가 이 정도까지 반응했다면,




너가 나를 좋아했다면 나의 굳어져 있는 표정쯤은 알 수 있지 않니?




자꾸 웃지마 너 조금있으면 상처 받을 거야, 라는 생각을 끝으로



















"우리 그냥 친구로만 지내자"
















절대 후회 하지 않기로 했다.




내 가슴에 손을 얹어 ‘성격차’ 라고 판명을 하고 나는 은경이와




헤어지기로 결심을 했다. 주희 때문이 아니라는 걸 나는 스스로 위로했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처럼




은경이와 나는 학교에서 가장 중심이자 학생들 유동성이 큰




잔디밭 한가운데서 서로 얼굴은 마주치지 않는 어설픈




자세로 마주 하고 있었으며,




나를 한동안 바라보던 은경이는 얼굴이 잔인하게 빨개지더니




검은 색 안경 아래로 흐르던 눈물을 닦을 틈도 없이 뒤돌아 걸어갔다.




길 가던 누구 던 나와 은경이를 스쳐보았다고 하여도




뻔히 헤어지는 장면으로 생각할 것이다.




맞다. 은경이와 나는 헤어졌다.




이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주희선배를 만날 수 있겠지.




흔히 말하는 양다리는 아니니, 적어도 나는 양심적인 놈으로 탈바꿈한 샘이다.




아니, 그렇게 합리화 시켰다.










영화 같다.







부디, 이 장면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흥행 참패한 영화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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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 보건데




만약 내가 주희가 없이 은경이와 헤어졌다면 하루 종일 우울함과 죄책감에




혼자 어디론가 배외를 했을 터였다. 한손에는 소주병, 한손에는 소주잔.




아니 소주병을 나발 불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죄에 대해서




위로를 받기 위해서 친한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했을 테고




그 친구 녀석은 ‘어쩔 수 없다, 성격차인걸 어쩌냐’ 라며 위로를 해줬을 테지.










그러나 나는 금새 은경이와의 일을 잊었다.




사랑을 잊으려면 사랑을 하라고, 나는 사랑을 잊기도 전에




사랑을 하고 있었다. 사랑을 잊은 후, 사랑을 하기 위한




공백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날 주희에게 줄 선물을 하나 샀다.




도서관이 문을 닫는 9시까지 나는 하지도 않는 공부를




억지로 하면서 주희를 기다렸다.




책 빌려주는 코너가 문을 닫고 주희가 밖으로 나오자




나는 그녀를 놀래주기 위해-감동을 주기 위해서가 맞겠지-




뒤에서 주희를 불렀다.







숙생 "선배!!"




주희 "어머!!"







주희는 매우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다시 안심을 하긴 했지만







숙생 "선배, 저에요 저 놀라시긴...요즘도 누가 따라가면 뛰어가나요?"




주희 "너, 다신 이런 장난 하지마"







심각하게 말하는 주희를 보고 순간 실수했나 싶어서 가슴 졸였지만







주희 "이젠 너가 맨날 데릴러 와라."







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오바를 하며 응했다.










추석 때 보름달 아래서 그녀에게 고백을 한 후




주희는 쉽게 열렸다. 지금 생각하건데, 주희는 옆에 누가 항상 있어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굳건하고 자존심 강한 성격이라 할지라도




주희는 나를 받아준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따진다면




어느 남자든 주희에게 진심으로 다가온다면 내가 되었던 태영이가 되었든-_-;




다 받아준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원래 사랑은 쟁취다.




타이밍이고 기다림이다. 마지막으로 인내다.




어찌되었던 나는 주희를 좋아했으므로 어디로 가던 서울만 가도 된다고




지금 주희와 같이 걸을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을 했다.




아직은 사랑을 논할 단계가 아니지만, 어쨌든 좋다.







숙생 "헉!! 선배 이게 뭘까?"




주희 "(놀라며) 뭐, 뭔데"




숙생 "짠!"







주머니에 담뱃재와 얽혀 있던 휴대폰 걸이 였다.




원래 표정변화가 없는 주희지만 이 순간에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뭔가 사람을 잔잔하게 하는 여자다. 다시 한번 나는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뿌듯했다.













그날 은경이는 하숙집에 오지 않았다.




하숙집에 가자마자 가장 먼저 생각한건




은경이와 나는 같은 하숙생이며 같은 지붕아래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동생하고 말다툼해도




집에 들어오기 싫어 게임방에서 밤을 새곤 했던 나였는데




은경이는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정말 못된 놈인 게 나 때문에 은경이가 하숙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히려 내가 은경이를 위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담에 이런 게 있다.




맞은 사람은 두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지만 때린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고.




속담이라고 다 맞는 말은 아니다.
















다음날 나는 학교에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제 은경이가 팔짱 끼는 걸 막았어야 했는데,




일이 크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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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남자와...4명의 여자와의 만남은..

필연이다....

<하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