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마음/문 혜숙

새해에는
문밖에 작은 등불 하나 걸어놓고
외로움으로 문 두드리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리라

늘상 그리워하면서도
새장 속의 새처럼 가둬둔 채
가고 오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하여
걸어 둔 빗장을 활짝 열고

등뒤로 숨어버린 지난날의 유언처럼
함께 머물고 있는 자리의 아름다움과
소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가
내가 아끼던 반쪽의 빵을 나누리라

새해에는
마음의 그릇을 비워
잘 여문 씨앗을 뿌리리라

속절없이 보내버린 지난 날
어둡고 쓰린비애로 앓아 눈던 상처와
내려놓치 못한 삶의 채찍 자국을
깨끗이 지우고

매년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농부처럼
소망의 씨를 뿌리고
성실과 사랑의 물을 주어
기쁨의 열매를 가득 거두리라

정해년 아침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세상이 아름답게 되는
소박한 꿈을 꾸며

눈가에 웃음 몰고
까치를 반기는 아낙이 되고
천마리의 학을 접어
한해의 소망을 비는 동심도 되어

새해 첫 손님
설레임으로 뜨는 태양의
환한 빛을 가슴에 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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