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에서 쓰는 건 노트북이라서 손 놀림 조금만 잘못 되어도 터치패드가 작동을 하기 때문에 글 날려먹기가 쉽습니다.
오늘 비가 오고 나면 날이 추워질거라고 하더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화창한 햇살 아래 아이들 없는 빈 교실 창 밖으로 멀리보이는 산 자락에는 매화인듯 싶은 뽀얀 꽃나무 한 그루가 수채화처럼 보입니다.
이 정도 날씨가 밤까지 이어진다면 볼락 사냥도 해 볼만 하지 싶습니다만 그제 주문해 놓은 낚시등이 아직 배송되지 않아 오늘은 힘들 것 같습니다.
참, 지름신이 강림하야 낚시등 하나 질렀습니다.
옥션에서 7만 5천원 하더군요.
이쪽에서 노리고 있는 볼락 포인트가 갯바위인 탓도 있긴 합니다만 여름 가족 휴가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테고 특히 갈치 낚시에서는 아주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테니 이 핑계 저 핑계 대어가며 내무부 장관 결재를 득하야 질러 버렸습니다.
조만간 볼락 조황 올릴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 아이들이 모두 8명인데 한 명은 그저께야 얼굴 한 번 보고는 말았습니다.
새끼 발가락 골절로 인하여 첫날부터 계속 결석하더니 월요일인 그제 아버지랑 왔다가 다시 계속 결석 중입니다.
이 아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어 애 아버지와 상담을 해 보았었습니다.
아이 아버지의 말로는 아이가 이전 학교(시내 소재)에서 왕따를 당하고 집단 폭행을 당했었다고 하더군요.
1, 2학년 때 주로 결손 가정의 아이들로부터 그런 일을 당했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는 것만 해도 속이 상했는데, 연로하신 담임 교사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보다는 그냥 단체 기합을 주고 말더라, 아이에게 너무 많은 피해가 있어 학교를 옮겨야만 했다, 정신과 치료도 약간 받았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여쭤 보았습니다.
"혹시 제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없는지요?"
"뭐 특별한 건 없고 수학 기초가 좀 약하고, 사회는 잘 하는 편입니다."
"... 혹시 왕따를 당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 모르죠, 서울에 있다가 왔었는데 여하튼 아이가 입학하고부터 나쁜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는 2학년 때 네 명에게서 집단 폭행까지 당하고 나니 할 말이 없더라고요."
"혹시라도 ㅇㅇ이에게 성격상의 문제는 없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여기 와서는 친구들도 잘 대해주고 하니 적응을 잘하는 데다 이 학교를 너무 좋아 하더군요."
그러나, 부모님의 말씀과는 달리 월요일 하루를 지켜본 결과 조금 많이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임하기 전에 교무 선생님께 혹시 신경 써야할 아이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아이가 성격상 다소 장애가 있는 편이니 신경을 따로 써 줘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제가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본 모습이지만 다소 문제가 있는 쪽이었습니다.
물론 이전의 왕따와 집단 폭행(? 2학년에게 집단 폭행이란 말을 써도 될지는 모르지만)의 상처가 남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학 온지 2년이 넘은 지금도 그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어 나오는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주 유배지 일기를 쓰지 않은(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 그 속내를 다 드러낼 수도 없고 드러내고도 싶지 않습니다만 이 글을 읽으시는 학부모님과 예비 학부모님들께 이 일과 함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적어 봅니다.
집에서 보는 아이와 학교에서 보는 아이의 모습이 전혀 다른 경우는 매우 많습니다.
더군다나 초등학생 시기의 아동들은 성장 발달 단계상 모든 것이 자기 중심적이므로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절대 하질 않습니다.
그로 인해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라는 잘못된 믿음을 웬만한 학부모들은 가지게 되는 것이죠.
교육은 절대 교사 혼자만의 힘이나 아이와 교사의 힘만으로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와의 긴밀한 협조와 의논만이 바른 교육을 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힘든 상황이라면 적어도 '내 아이만은 절대 그럴 리가 없어'라는 믿음만이라도 버리여야 합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내 아이에게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물음을 해 보십시오.
똥장군님, 이백년님.
본교, 분교 2곳 모두 합쳐서 교직원이 23명입니다.
그런데 분교 한 곳은 제법 먼 섬에 있어 본교로 나오기가 많이 힘든 곳이라 일반적인 수요일에는 본교와 분교 한 곳의 교직원이 모여 배구를 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를 못하시는 분이 두어 분이니 배구를 할 때 대략 14~17명이 참석하게 되죠.
남자가 장, 감 까지 합쳐서 10명 정도이니 두 편으로 갈랐을 경우 제가 어쩔 수 없이 공격수를 하게 되는 거죠.
좀 엉성하지만 스파이크도 가끔 한답니다. ^^;;
돈키행님.
수요일은 4교시만 합니다.
요즘 배구 한다고 자습 시키면 교육청 게시판 난리 납니다.
그리고, 여게는 탕수육은 커녕 짜장면 한 그릇도 시켜 먹을 데가 없는 곳입니다.
배달 음식은 아예 없는 곳이죠.
오늘은 고무장갑, 행주 내기 했습니다. 행주 한 장 가져 왔습니다. ^^
고기밥주는사람님.
옛날 초임 시절에는 지금과는 교육법 자체가 다르고 학부모의 인식도 달라서 학교장에게 구두로 보고만 하고 체육시간이나 자연시간에는 아이들 데리고 산으로 들로 개울로 마구 쏘다녔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렇게 했다가는 당장 학부모에게서 수업 안한다고 전화 오는 것이 요즘 학교의 실정입니다. 시골 학교라고 해서 예외 없습니다. 그 때 그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요즘 소신껏 지도하다가는 목 잘리기 쉽습니다.
학생들이랑 ..
야외 수업을 많이 하세요...-_-;;
아~~ 선생님 저도 야외 수업 하고 싶어요...낚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