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약 8년전즘 어느 여름날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잘나가던 직장 더러운 내 성질머리 때문에 사표 던지고
잠시 쉬고 있는데 장인 어른이 하시는 사업이 바빠
도와주기로 하고  배달하는 일 부터 배웠다.
말이 배달일이지 넥타이 메고 일하다가 몸으로 떼울려니
체력적으로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날도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길에 중간에 있는 친구 카센타에 들러니
그날이 복날이라고 멍멍탕 한그릇 하러 가자고 한다.
먼저 와 있는 친구와 함께 셋이서 근처 탕집으로 갔다.
먼저 수육을 시켜 소주 몇병을 나눠 마시고는 전골을 시켰는데
그날 따라 국물 맛이 느끼한게 영 아니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써빙하는 아줌마에게 땡초(청양고추)를 좀 달라고 한다.
처가집이 전라도인 이 친구는 얼마전에 그기서 이렇게 먹어봤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며 땡초를 손으로 잘라 전골에 넣는다.
땡초를 다데기를 해 넣든지, 가위로 잘라 넣지
왜 하필 손으로 잘라 넣느냐고 물어니
꼭 손으로 잘라 넣어야 제맛이 난단다.
이렇게 친구가 조제한 국물을 먹어보니 정말 신기하게 맛이 살아났다.
그렇게 해서 추가로 소주 몇병을 더 비우고 그날을 마무리 했다.

며칠 뒤 밀양 근처 시골에 배달을 갔는데 돌아올 때 쯤이 마침 점심시간이라
한끼 해결할 식당을 찾다가 영양탕 간판이 보여 들어갔다.
탕 한그릇을 주문하고나니 문득 엇그저께 친구가 조제한 국물 맛이 생각나
나도 따라해 보기로 하고 땡초를 함께 주문했다.
이윽고 탕과 함께 땡초가 나오고, 나는 친구가 한 것 처럼 똑 같이
손으로 땡초를 손으로 잘라 탕속에 넣고 맛을 보니
정말 맛있다는 생각과 함께 금방 한그릇을 다 비웠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한 뒤
밖에 나와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러 작은 볼일을 보고
차에 올라 회사로 향했다.

맛 있는 점심을 배불리 먹었겠다 지나가는 시골풍경도  아름답겠다
절로 나오는 콧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는데
1~2분쯤 지났을까 아랫배쪽에서 갑자기 화끈거림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겠지 했는데 갈수로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르는게 분명 무슨 탈이 났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차를 한 곳에 세우고 통증이 있는 부위를 찾으니
아뿔사 하필이면 남자의 제일 소중한 거시기(?)였다.
조금 전 점심 먹을 때 땡초를 손으로 만지고는
그걸 잊어버리고 손을 닦지도 않은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누구나 하듯이 거시기를 나도 몰래 만졌던 것이었다.

화끈거림은  마치 거기 불이라도 난듯 더욱 심해지고
얼굴에는 땀과 함께 눈물 콧물 다나오고
하필 부위가 그 곳인지라 바지를 내리고 마음대로 할수도 없고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 이었습니다.
그래도 반바지를 입은게 다행이다 싶어
에어컨을 최고 세게해서 바지가랭이 사이로 찬바람을 넣어보기도 하고
가지고 다니는 얼음물을 거기에 부워 보아도 좀 처럼 진정되지가 않았습니다.
할수 없이 차에서 내려 제자리를 팔딱팔딱 뛰어 보았지만
그것도 소용 없었습니다.
그래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전력질주하여 50M정도 달려 갔다 왔다를
반복해 봤지만 역시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서 있는 것은 더욱 괴로와 달렸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엄청 빠르게 달렸습니다.
아마 느낌으로는 장 재근선수 보다 더 빠르게 말입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오른쪽 논두렁 사이에 흐르는 개울이 보여
그 곳으로 냅다 방향을 바꿔 달려가 풍덩 했습니다.
한참을 물속에 쪼그려 앉아 있어니 조금 진정이 되더군요.
아마 누군가가 한적한 시골길에 그것도 햇빛 쨍쨍한 대낮에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얼굴은 벌게 가지고 팔딱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면
미친넘 소리 듣기에 딱 좋은 광경이었습니다.

이렇게 10분 정도 앉아 있으니 통증은 사라졌지만
허~걱! 일어서려니 다리에 쥐가 나네요. ㅠ.ㅠ
다리에 쥐는 나고
옷은 물에 젖고
돌아다 보니 얼마나 달려왔는지 차는 까마득한 곳에 있고
정말 아찔한 하루였습니다.
지금도 회나 고기 먹을 때 청양고추를 자주 먹는데
먹을 때 마다 그때 생각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곤 한답니다.
여러분 땡초 만지고 나면 잊지 말고 꼭 손을 씻읍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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