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원래 제목은 "참, 씁쓸합니다" 또는 "죽을 죄를 졌습니다."  또는 "폐인을 만들어 놓고" 등으로 달아야 하나 조회수 올리기 위한 제목 같아 그냥 무제로 붙였습니다.

오늘은 5, 6학년 영어체험학습.
여수서초등학교에 있는 4억원 가량 투자한 영어타운에 아이들 데려가서 교육을 시키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맡겨두고 원어민과 말도 안되는 이야기 두어마디 하고 나서 인솔 교사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아이들만 맡겨두면 된다네요.
옆에 있던 양반이 귓속말로,
"형님, 어디어디 낚시점 세일..."
'우짜자꼬?'
"그냥 구경이나... 인터넷 가격하고 비교..."
"하기야 할 일도 없는디 구경이나 하지 뭐."

차를 몰아 5분 가량 가서 도착한 낚시점 앞에 70~40% 세일이라고 걸려 있더군요.
"사실은 장비 구입 좀 할라고요."
ㅡㅡ;;
"집사람한테 도박이나 여자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해도 잘 안 먹히더군요.  그래도 한 20만원 정도 선에서......"
ご.ごㆀ
할인 전 가격으로 대략 3~40만원어치 질러버렸습니다.
줄붙음 방지처리 되어 있는 풀카본 1호대, 조끼, 바다낚시 가방, 플로팅 원줄, 밑밥통.
도박이나 여자나 히로뽕만큼 무서운 것이 물뽕인데......

또 한 사람의 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참 거시기 합니다.
어쨌거나 오늘 오후 협동학교 연수 마치고 나면 필드에 머리 올리러 가려고 둘이서 계획 중입니다.
저러다 오늘 흘림대에 까지메기나 한 마리 걸면 진짜 폐인될텐데......
참으로 제 죄가 막중합니다.
반성합니다.
현찰이 없어 허접한 밑밥통만 하나 선물하고 쏠채를 못 사 준 점 깊이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