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모 조간신문 사회면에 나온 글입니다.
끊는 이와 끊긴 이의 아픔
"가장 몸져 누운 집 어떻게 끊나"
"저소득층 난방 지원 현실화돼야"=오후 3시가 돼서야 늦은 점심을 먹은 한씨는 "며칠 전엔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돌보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보고 눈물이 나서 가스를 끊지 못했다"고 말했다. "40여만원이 연체된 전셋집을 찾아가서는 눈 딱 감고 가스를 끊었지만 하루 종일 가슴이 답답했다"는 그는 "사채업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29만원이 밀려 7달째 중단
휴대용 버너로 해결
아무도 안 계세요? 도시가스에서 나왔습니다."
25일 오전 A도시가스 행당지역관리소의 한상길(30) 계장은 서울 성동구 사근동의 반지하 단칸방의 문을 두드렸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창백한 얼굴을 문밖으로 내밀었다. 방 안에는 두터운 솜이불이 깔려 있었고 문 앞에는 일회용 가스통이 여러 개 나뒹굴었다. 도시가스로 난방과 취사를 해오던 이 집은 5월부터 가스공급이 끊겼다. 1월부터의 요금 29만원을 연체했기 때문이다. 한씨의 연체 요금 독촉에 이 여성은 "아버지가 아파 어머니가 생계를 잇고 있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취사를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휴대용 가스 버너에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