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저도의 굴욕편

마눌님을 해상 콘도에 한 번 모시고 간 것이 즉효하였는지 그 뒤부터 풀치는 씨알이 잘더라면서 우리한 손맛을 보고파 하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죠.

당*님께서 반지동민 번개를 주선을 해 놓으셨지만 다음에 술 살 각오하고 양해를 구한 후 출근한 마눌님에게 전화를 넣어 낚시간다고 통보를 했습니다.

심리 별장엘 가나 며칠 동안 호조황이었던 곳을 가나 고민고민하던 끝에 싸부의 조언을 구하고 별장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반찬낚시이기는 하지만 첨으로 같이 제대로 된 낚시를 가는 것이라 심적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죠.

괴기가 우리를 거부하면 어쩌나, 집어등이 안켜지면 어쩌나, 조류가 거꾸로 흐르면 어쩌나......

그런데 저희보다 30분 정도 먼저 출발한 싸부가 갑자기 심리별장은 아무래도 거시기하다면서 방향을 틀더군요.

약간 불길한 조짐이 보였습니다.(하지만, 다행히도 이 조짐은 싸부한테 해당되는 것이었죠.  ㅋㅋ)

가면서 요즘 갈치 낚시의 기법에 대해 간단하게 마눌님께 설명을 드리고 나서 낚시점에 들러 크릴, 캐미라이트, 2호 봉돌, 카드채비 딸랑 하나(이게 조금 아쉽습니다.), 소주, 김밥, 홍크릴 한 장, 생수 하나 해서 간단하게 준비하고 배를 타러 갔습니다.

모처럼 바다가 잔잔한 것이 평소 같으면 30분 정도 걸린 포인트 진입에 20분 정도 저으니 되더군요.

먼저 도착한 싸부가 갈치를 연방 올려대고 있었습니다.

배를 바로 옆에 붙이고 채비를 맹글어서는 우선 싸모님 먼저......  ^^;;

네 대를 펼친 후 저희도 낚시를 시작했지만 입질이 잘 오질 않더군요.

싸부는 자바라 두 개 펼치고 훤하니 불을 켰고 저희는 배 가운데 작대기 세워 머리 위에 켠 형광등 달랑 하나.

입질 안오는 것이 불 탓인가 생각하고 있으려니 불안하기 짝이 없더군요.

10분 가량 싸부가 올리는 것만 구경하고 있노라니 드디어 제게도 입질이 왔습니다.

2.5지는 되는 준수한 씨알이더군요.

조금 있다 마눌님에게도 입질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약은 갈치들이 잘 잡혀줄리가 만무하죠.

두 번 째 입질까지 얼굴도 구경하질 못하더군요.

세 번 째에 드디어 역시 준수한 씨알의 갈치를 올리니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됩디다.

그 후로 드문드문 올리기 시작하는데 우리 배 쪽에 차츰 갈치 입질이 집중되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이런......  "저희" 낚싯대가 아니라 마눌님 낚싯대만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데 아무리 서비스 낚시라지만 보골이 살짝 나려 하더군요.

입질없는 낚싯대 쳐다보기도 거시기해서 카드 채비를 해서는 바닥에 내려 보았습니다.

앗!!!

봉돌이 바닥에 닿은지 3초만에 후두둑!!!

끙끙대며 올려보니 역시나 준수한 씨알(25cm 가량)의 전갱이더군요.



그 담부터는 넣으면 올라오고 넣으면 올라오고......

몇 마리 연타로 올리자 입질 통 못 받던 싸부 왈,

"야, 사람이 간사하게 갈치 잡으러 와서 전갱이가 뭐냐, 전갱이가."

"개안타, 싸부.  내는 전갱이도 억수로 맛있더라.  구박해도 소용없다.  내는 전갱이 잡을끼다."

이렇게 둘이서 늘 하듯이 말 장난하는 사이 옆에서 마눌님은 쉬엄쉬엄 갈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한참을 이렇게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싸부가 말이 없이 조용합니다.

그러던 중 전갱이가 양식장 줄을 감아 카드 채비를 날려 먹었습니다.

할 수 없이 수작업으로 카드를 제작하고 있으려니,

"마당쇠야, 갈치 떼서 쿨러에 넣어라.  그래, 기왕이면 미끼도 하나 달아주고......"

바람도 선선하니 분위기 죽여줍니다.

한참을 조용하던 싸부,

"내가 절대 이렇게까지는 안 할라 그랬는데...... 어데 가서 소문내지 마라."

그 동안 카드 채비를 만들고 있었더군요.

그런데 싸부가 카드를 넣으니 엉뚱하게 바닥에서 갈치가 물려올라옵디다.

두번 째에는 전갱이를 걸었지만 갈치 물은 바늘이라 목줄 터지고, 세번 째에는 급기야 대 끝에 줄이 엉켜 버리더군요.

"싸부, 입질이 조금 뜸하다잉.  채비 다 하고 나믄 입질 없을랑가 모리겄다.  ㅋㅋ"

참말이었습니다.

싸부가 채비를 마치자 입질이 없더군요.

조금 있다,

"아, xx.  잠시 깜빡하는 사이에 대 떠내리갔다."

다 아시죠?  길다란 막대찌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거.  ㅋㅋ

카드 채비 만든 걸로 얼른 던져 건지려 하는데 양식장 줄을 감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카드를 던지는 바람에 또 줄이 엉켰다고 투덜투덜......

참 안습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옆에서는,

"아니, 두 분 다 갈치 안 잡고 뭐하세요?  물반고기반인데......  솔이 아빠, 쿨러 열어 봐요.  던져 넣으께.  미끼도 하나 달아주는 서비스.  *^^*"

ㅡㅡ;;

잠시 후,

"어머 어머 어머, 낚싯대가 안 올라와."

네, 그랬습니다.

정확하게 제 손가락 세개를 다 가리더군요.

올해들어 가장 큰 씨알의 갈치.



조금 있다,

"어머, 솔이 아빠, 낚싯대가 없다."

그랬습니다, 또 막대찌가 떠 다니더군요.

엄청 큰 놈만은 분명했습니다.

도저히 끌려올라오질 않더군요.

낚싯대가 거꾸로 선 상태에서 온갖 수를 써가며 끌어올리려 했지만 결국 원줄이 나갔습니다.

"거 참, 그것도 몬 올리나, 그냥 내가 올릴 건데......"

"......"(나)

"......"(싸부)

이번 조행기의 부제목은 "저도의 굴욕"으로 하기로 싸부와 합의를 보았습니다.

2시가 되니 집어등 배터리가 나가더군요.

불이 꺼져도 마눌님은 아쉬움에 낚싯대를 던지고 또 던지고......

전갱이는 모두 47마리(24cm~27cm), 갈치는 23마리(3지 1마리, 2.5지 이상 5마리 포함)였습니다.

방생한 잔씨알의 갈치까지 합치면 마눌님이 잡은 것이 대략 30마리는 될 겁니다.



카드 채비를 넉넉히 가져가고 마눌님 시중 안들고 꾸준히 했으면 100마리 채울 수도 있었지 않았나 싶기는 합니다만 바다 사정이야 알 수가 없는 일이죠.

자작한 카드는 목줄 4호를 썼습니다.  이놈들은 목줄 거의 안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싸부도 역시 대단하긴 대단하더군요.

그렇게 심한 삽질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만 그래도 갈치가 쿨러에 반쯤 차 있더군요.

50수는 충분히 넘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요즘 모처럼 구산면 바다가 저를 거부하질 않습니다.  ^^


마눌님과의 첫 출조(?)를 마치고 돌아오니 3시 40분 정도가 되었더군요.

흐뭇한 마음으로 푹 자고 일어난 후 전갱이 두 마리, 갈치 두 마리 구워서 맛있게 맛있게 먹었습니돠.

크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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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