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집안행사가 많았습니다.
아버님 칠순,할아버지 제사,어머님 생신.....그로인해 동낚 시조회에 참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바다에 가면 꼭 뭔가를 얻을것 같은 욕심과, 지난날 눈발 흩날리던 갯바위에 서서 몰입했었던 겨울바다에 대한 그리움들이 또다시 피곤한 육신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오전 9시.....
지금쯤 시조회에 참석하신 여러 회원님들이 열심히 바다와 대화를 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을 그 즈음.....

가볍게 온몸의 기운을 조절하고서 행선지를 생각했습니다.
옛 추억이 남아있을 거제 어디메쯤....그리고 출발.....

중간에 밑밥과 도시락을 준비하여 거제 다대항에 도착하니 11시 20분이 넘었습니다.
동낚 회원님들 께서는 지금쯤 철수를 하시리라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많이들
오셨더군요....아마 고기보다 사람과 차량이 더 많지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낚시점 선장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우짜든지 오늘이 빨리 갔스모 조컸네예"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들고 배에 오르고보니 뭔가 허전합니다.
이런...갯바위 신발...썬글라스...모두 집에두고...ㅠㅠ
위험을 무릅쓰고 전*자리님께서 밑밥으로 키워놓은 감성돔이 있을 갰바위에 내렸습니다.

여러번 텔레비젼과 낚시사이트등에 소개되었던 유명포인트에는 못 내리고 그 포인트를 돌아선
자리였습니다. 정면으로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아른거리고 우에서 좌로 본류대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고 바람조차 점점 거세게 불기 시작하여 낚시조건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수심은 11m 에서15m 까지 다양하게 나왔으며 본류속에 와류가 드문드문 보이는걸로
봐서 감성돔이 즐겁게 산책할 수 있을 여건은 제법 갖추고 있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채비를 준비하며 작전을 구상합니다. 병법36계와 유체역학을 다 떠올려 채비를 준비합니다.
평소에 고집하던 가벼운 채비로는 바람과 조류를 이길수가 없을것 같아 과감히 2호 고리찌로
채비를 합니다. 하지만 처음 써보는 찌라 여부력을 알수가 없었습니다. 대충 2호 순강수중찌에
2b와 b 봉돌을 원줄과 목줄에 부착을 하고 캐스팅을 합니다.

통영의 간조시간이 오후2시경.....
채비를 완성한 시간이12시쯤... 끝날물이 최후의 발악을 하고있다고 느꼈습니다.
과연!!!~~ 채비를 투척하고 10분여가 지나자 본류가 위력을 잃으며 광활한 조경지대가
전방에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조류의 상류에 밑밥을 투여하고 잡어들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잡어가 상층에서 부터 설치면 36계중 제1계 만천과해,6계 성동격서,11계 이대도강...등의
계략이 필요하지만 다행히 상층잡어는 없어 보였습니다.

이제 포인트 여건이 형성되었으므로 채비만 정확하면 안타를 칠 확률이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찌의 여부력을 없애기 위해 3b,2b봉돌을 추가하고서야 겨우 원하는 수준의
부력을 맞출수가 있었습니다.

낚시를 시작한지 30여분 지났을까....동출한 동생의 찌가 경망스럽게 사라집니다.
언듯 봐도 잡어입질 처럼 보였습니다.....만  장대의 휨새와 씩씩거리는 동생의 숨소리와
자꾸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하는 모양이, 소 뒷다리에 개구리 밟히듯,투수가 안타치듯...
예!!~~ 저는 열심히 뜰채를 준비해서 동생의 첫타석 첫안타를 마무리 했습니다.(40cm)

그리고...끝날물에서 초들물로 바뀌는 시간....좌에서 우로 흐르던 조류는 이제 지류와 만나
우리 정면 먼 바다로 천천히 흘러가며 더더욱 환상적인 조건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바람만 쪼매 도와 주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빵을 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이제 곧 저도 안타를 칠 수 있을거라고 욕심을 내고 있을때....
동생의 숨소리가 또 만만챦게 들립니다....씩 웃으며 "요번엔 쪼매 작네예"하며 뜰채를
찾습니다.(33cm)

이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10할 타자가 되겠노라고 온갖 건방 다 부려놓고 첫타석에서
삼진을 기록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져갑니다.
그래도 감성돔의 존재를 확인했기에 열심히 밑밥을 품질해가며 눈알을 부라리며 찌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뜻밖의 안타는 찌와는 아무 상관없이 기록되었습니다.
약 30여 미터를 흘러보낸 찌에 반응이 없어 채비를 회수하는 순간 밑걸림 처럼 강력하게
버티기를 시도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밑걸림이군...된장...그러면서 릴을 좀 더 감자 어??!! 지구가 장대를 끌고가?????
대를 뺏기지 않으려고 오랜만에 무릎을 구부렸습니다.(39cm)
정작 소 뒷걸음에 개구리를 잡은 사람은 바로 저 였습니다.

어쨌던 제가 낚았던 지가 물었던 기록은 안타로 기록될 것입니다.
2시가 넘어서 겨우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안타를 기록하고 먹는 도시락....정말 맛있었습니다.

오후3시!!  아직도 바람은 세차게 불고있지만 처음 처럼 차갑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초들물의 조류는 좌에서 우로 흘렀는데 같은자리를 지나는데도 밑걸림이 많이 생겼습니다.
목줄을 갈고,어신찌만 남기고 채비를 날려가며.....고전에 또 고전을 거듭하기를 1시간여...
좌에서 우로 가던 조류가 또다시 바뀌며 환상적인 조건을 만들어내었습니다.
동생의 장대가 그림처럼 휘어지며 또다시 하체운동을 합니다. 그리 씨알은 커보이지 않은데
힘은 무쟈게 좋은 놈들이었습니다.(38cm)
뜰채질도 자주하니 느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놈의 2호 고리찌에 감성돔이 반응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자꾸 더해갈 그 즈음 .....
정면에서 정렬된 채비가 슬금슬금 잠기기 시작합니다. 와류도 아니고 밑걸림도 아닌 입질이라고
판단하고 수면아래 50cm 정도 찌가 들어갔을때 슬쩍 챔질을 했습니다.
챔질 타이밍이 좀 빨라서 대를 세우자 말자 2차 챔질을 했습니다. 아~~!!우리한 손맛!!!(36cm)

태양이 붉게 변하며 서쪽으로 기울어져 가는데 우리 앞의 상황은 여전히 환상적이었습니다.
서너번 입질을 더 받아서 파이팅 도중 바늘이 벗겨진 것이 세번....초반 기선제압 실패로
목줄이 끊어진 것이 한번.....세삼 저의 느긋하지 못한 챔질 습관이 문제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좋은 습관을 가진 동생녀석은 그 와중에도 또 한마리를 추가 했습니다.(35cm)

중들물로 들어섰지만 포인트의 상황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조금 좌측으로 흘러간 저의 채비가 밑걸림이 생기고 원줄이 통채로 끊어지며
2호 고리찌가 둥둥 떠내려 갔습니다. 아쉬웠지만 찌도,그날 낚시도 정리 해야만 했습니다.
채비를 걷은 자리에 다른 팀 두분이 잠시 낚시를 해서 33cm급으로 또 한마리를 낚아내는
모습을 갤러리로 구경만 했습니다.

다대항에 도착하니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커피를 한잔 마시는데 선장님 말씀이 다른 팀들은
거의 몰황을 기록했는데 저희만 조황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네요...아마도 시조회에서
대박을 기원해주신 여러 회원님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열심히 해부학 공부를 하고 ,명절에 처갓집에 쓸것 한마리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마리는 그동안 해부학 공부를 하며 갈고 닦은 실력으로 멋지게 회를 뜨서 감기몸살로 고생하는
마눌과 방학이라 놀기 바쁜 딸딸이들 먹였습니다.

멋진 사진과 알찬 내용으로 조행기를 올리겠다고 약속 드렸는데, 내용도 부실하고 사진도
경황이 없어 찍지를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업무시간에 적다보니 이거 뭐 소설도 아니고......눈을 어지럽혀 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조행에서의 교훈 몇가지만......
1.겨울 감성돔은 쪼매 늦은 챔질이 좋다.
2.갯바위신발은 꼭!!! 챙기자.(미끄러져 혼났습니다.)
3.2호 고리찌도 입질이 온다.

부록으로 제가 자주쓰는 고리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첨언합니다.
일반적인 막대찌 채비에 막대찌 대신에 고리찌를 달아주면 채비 완성입니다.
장점으로는 뒷줄 견제가 용이하다.바람을 덜 탄다. 잠길찌로 변형하기 쉽다...등을 들 수 있으며
단점으로는 원거리시 입질확인이 막대찌보다 어려우며,예민한 입질의 경우 막대찌가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고리찌를 고집하는 이유는 다음 조행기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장문의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잡어사냥꾼-----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