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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은 전혀 몬스터가 아닙니다.

 

그럼 몬스터는 어딨냐고요?

 

ㅠㅠ

 

자, 그럼 그 슬픈 이야기를 시작해볼테니 함 들어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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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새벽 선상 에깅을 예약해 두었지만 기상 악화로 취소되어 보시다시피 다들 퀭한 정신 상태에서 병나발 불며 공황상태를 극복하려하거나 자포자기하거나 하고 있었습니다.

 

 잘해야 2주만에 한 번 돌아오는 쉴토를 대책없이 보내게 된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

 

포기는 배추를 셀 때에나 쓰는 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긴급 토의 끝에 각자 찢어져서 움직이기로 하였지요.

 

여차저차해서 저는 찬나파님과 함께 객선을 타고 나가기로 하고 카리스마님은 삼천포에서 출조배를 타기로 하고 나머지는 무대책... 아, 오늘 원전에서 공사 있다고 삽 들고 다녔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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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지만 아침 일찍 깨어 집 앞에서 만나 통영항으로 향하는데 무슨 놈의 하늘이 그리 맑은지......

 

출조를 강행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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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녘에서는 가을 느낌이 물씬 풍겨납니다.

 

참, 폰카로 찍은 것이라 사진이 다 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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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혹시 벌초 가는 사람들 때문에 막힐까 싶어 조금 일찍 출발했기에 점심 한 그릇 넉넉하게 먹을 시간이 되더군요.

 

찬나파님 아들이 낚시를 아주 좋아한다길래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요즘 애들같지 않게 아주 싹싹하고 착하더군요.

 

큰 나무는 그림자도 긴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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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은 지났을 법한데도 항구에는 피서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찼습니다.

 

물 건너온 아가씨들도 보이는군요.

 

비진도로 간다던데 배를 바꿔탈까 잠시 고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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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가 가는 곳은 피서지가 아니라 그런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버지의 인자한 미소가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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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항하는 배는 직항으로 목적지를 가지만 오후에 출항하는 배는 이곳저곳을 둘러가기 때문에 아침배보다 대략 1시간 정도 더 시간이 걸립니다.

 

배 안에서 눈을 붙이려 해 보았지만 잠깐 졸았을까요?

 

사진 찍기 놀이나 하고 시간을 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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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목적지가 보입니다.

 

"삐리리리리......"

 

"아, 예.  카리스마님?  어디십니까?"

 

"배 가는 방향에서 45도 왼쪽 앞에요."

 

머얼리 보일락말락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사들 틈에서 두 사람이 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더군요.

 

윗 사진에 보이시죠?

 

잘 찾아 보세요.

 

안 보인다고요?

 

에이, 이젠 손 내렸네요.

 

손 흔들고 있을 때 찾으셨어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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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방파제에는 잡어 사냥에 나선 꾼들로 거진 만원이었는데 에깅대도 두어 대 보이더군요.

 

하루 종일 흔들었지만 구경도 못했다길래 약간 걱정이 되었지만 두 번 째 캐스팅에 적당한 싸이즈가 먹물을 바다에 쏟아놓으며 무늬오징어 특유의 손맛을 안겨 줍니다.

 

자리가 좁아 혼자서 다른 곳을 탐색하며 30분 정도만에 세 마리를 더 추가하고 나니 대박이 터지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연속 두 마리 나온 곳에서 찬나파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오라고 불러 놓으니 웬걸 제법 괜찮은 씨알을 한 마리, 적당한 씨알을 두 마리 금새 건져 올려버리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참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추사샘의 저주(사랑방 글 중 "정신적공황상태의 사람들"의 댓글 참조)인지 아니면 자뻑(아시는 분은 아실 듯 ^^;;)인지 듕귁에서 주문을 걸고 있을 돌짱게님의 저주인지 바람이 터지기 시작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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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폭발적으로 입질을 할 시각이 되었는데 무슨 놈의 바람이 에기를 던지면 10미터도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역풍이 불어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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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머금고 철수를 결정하고서는 새벽을 노리기로 하였습니다.

 

첫날 잡은 8마리 중 살림망에서 세 마리를 꺼내 물회와 먹물라면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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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참 맛대가리 없게 보여도 맛은 끝내준다는 거 다들 아시죠?

 

물회를 만들던 놈은 암놈이라 알을 약간 가지고 있기에 내장과 알을 함께 넣어 끓였습니다.

 

걸쭉한 국물과 오돌오돌한 오징어의 두툼한 육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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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바람이 멎었을까 싶어 나가본 방파제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습니다.

 

결국 취침 결정.

 

4시에 일어나보니 다행히 바람은 약간 줄어들었더군요.

 

이곳저곳 쑤셔 보았지만 6시가 넘어가도록 아는 체하는 놈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날 많이 올라왔던 곳에서 찬나파님이 두 마리를 히트.

 

얼른 그쪽으로 건너가 캐스팅하다 총 한 방.

 

밑걸림에 하나 더 수장.

 

어쩔까 하다 좀 비싼 분홍색 에기를 장착하고 캐스팅.

 

두번 째 저킹에 줄이 약간 느슨해지길래 뒷 줄 견제 후 살짝 당기니 그대로 가져가더군요.

 

500g 정도?

 

다시 비슷한 위치에 캐스팅 후 40초를 헤아린 후 저킹.

 

가라앉는 시간을 10초만 준 후 다시 약하게 저킹.

 

가라앉는 에기를 살짝 건드리는 느낌이 나는데 약간 큰 듯한 느낌.

 

릴을 한 바퀴 돌려 줄을 팽팽하게 한 후 몸쪽으로 대를 가볍게 끄니 덜컥!

 

릴이 안 감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밑걸림 처리하면서 최대한 조아둔 스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제 채비는 무식하기 짝이없는 1.5호 원줄에 3호 이상의 강도를 가진 쇼크리더만 사용하니 줄이 터질 염려는 없습니다.

 

혹시나 긴 다리에만 붙었다면 다리가 잘려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세차게 차고 나가는 것은 없는 것을 보니 에기를 제대로 물어버린 모양입니다.

 

당기지도 밀지도 못하며 있는 그대로 팽팽한 기싸움.

 

에깅대로 사용하고 있는 농어루어대가 처음으로 활처럼 휘어집니다.

 

10초 가량 지나니 이놈이 끌려오기 시작하더군요.

 

몬스터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몸이 휘청휘청하는 손맛, 아니 몸맛.

 

그런데 서있는 곳이 테트라포트가 되다보니 대가 약간 짧다는 생각이 들길래 얼른 자리를 옮겨보지만 그래도 조금 짧은 듯.

 

하지만 테트라에 부딪히지만 않으면 채비 믿고 들어뽕을 하자라는 생각에(출발하면서 "뜰채는?"하고 물었었는데 그냥 가자고 하더군요.  나쁜 친구.  ㅠㅠ  하기야 '이 시즌에 무슨 몬스터급?'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최대한 가까이 당겼습니다.

 

얼굴을 보여주더군요.

 

잠깐만... 아주 잠깐만.

 

파도의 박자에 맞춰 들어뽕하려는 순간 대가 조금, 아주 조금 짧아 테트라에 이놈 머리가 탁 부딪힙니다.

 

......

 

허탈......

 

......

 

'그래, 다음에 또 잡으면 되지.'

 

라고 마음을 가라 앉히려 하지만 그게 쉽게 되나요.

 

다시 찾아온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잠깐 사이에 에기를 다섯 개 날려버리고 거의 포기 상태.

 

그 후론 1시간이 넘게 입질이 없더군요.

 

철수 직전 간조에 가까우니 혹시 하면서 먼바다쪽을 향해 캐스팅.

 

한 놈이 간질간질 에기를 간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뒷줄 견제.

 

덜컥!

 

힘이 세기는 한데 아까 놓쳐버린 놈과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제일 위의 사진에 있는 놈인데......

 

아직 시즌 초반이니 몬스터를 만날 일이 또 있겠지요.

 

오늘은 자면서 대왕오징어와 싸우던 네모선장 꿈을 꿀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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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