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독불장군으로 살아가지 못할바엔
이리저리 섞이고,
요리조리 구르고 하여
두루뭉수리로 사는게
잘사는거고 현명하게 사는거라 믿는다.

언제나 믿음만으로 충분하지 않는게
사람사는 이세상의 법칙이고
현실이라 아음 아프지만...

오늘로 나도 동낚인의 우수회원이다.
가입하고 한달여만에
이룬 고속승진이다.

앞만보고 열심히 달려서
드디어 내 아이디 앞에 주황색 물고기를 달았다.
그런데 뭐?

그래 여기까지다.
기도하면서 담배 피우면 안되지만
담배피우면서 기도하면
신앙심이 깊다고 칭찬 받는단다.

기왕지사 하는거
잘하면 더 좋은거 아닌가?
좋아하는 바다 찾아다니며
낚시도하고 수양도 쌓고.
그것과 그것이 무슨 상관인데?
그러니까. ^^

엊그제 남겨온 사백어가
밤사이 대부분 뻣뻣해졌다.
낚시할땐 아무 느낌도 없이 잘만졌는데
그냥 운명을(?) 달리한 놈들을보니
영 기분이 안좋다.

아무리 미물일지라도 생명인데
밤새 좁은 그릇속에서
비비고 있었을걸 생각하니
명치께가 먹먹해온다.

내가 뭐 박애주의자도 아니고
독실한 불자도 아니지만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서는
큰의무 마냥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몇마리를 보니 그냥 큰숨이 쉬어진다.

낚시에서 멀어지기.
일전에 휴대전화에서 멀어지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멀어졌나?
멀어졌다.
윗도리 호주머니에서
바지호주머니로 머얼어졌다. ^^

술에서 멀어지기.
이제 많이 멀어졌다.
일년이 다가도록 일적불음.
이만하면 머얼어졌제?

담배에서 멀어지기.
지난해 8월.
끊기로 맘먹었다가
목숨 끊기 할뻔하고는
방법을 달리했다.
담배 참기.
그때부터 지금까지 참고 있다.
독하다.

가끔 꿈속에서
달콤하게 한개비 댕겨물기도 했었는데
이제껏 참아온 노력이 허사가 되나 싶으니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어
이제 꿈에서 조차 참는다.
독하다.
정말.

새벽 4시.
신문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다시 깨어지기 시작한 생활리듬.
이러고있는 내게 동낚인에서 뭐주나?
욕 1.5 리터 PET 병으로 한개.
욕 그것도 많이 먹으니 살찌더라.

생각은 그저께 철저히 외면당한 그곳에 가있다.
볼락이 대체 뭐관데?
낚이지 않았다고 낚시를 안한게 아니다.
낚고 못낚고는
낚고 안낚고와 별차이 없다.
쿨러가 비어있는 면에서는.

오늘 못갔으니 내일가면 되고,
오늘 못낚았으니 내일도 못낚을 수도 있고...
내손에 안들었을뿐 그바다엔 볼락이 지천이다.

8시경 공*낚시에 도착.
오늘은 병아리가 없단다.
그렇잖아도
꼬물거리던 꼬리짓이 아직 눈에 어른거려
심기가 불편한데 잘됐네.
오랫만에 민물새우와 청갯지렁이 약간 챙겨 나선다.
당연 김밥 다섯줄은 기본이고.

동행이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다.
오며가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막상 낚시가 시작되면 적이 될지라도...

예의 그동생과 불빛 먼 방파제에 도착.
김밥봉지부터 뜯는다.
어두운곳이라 차안에서 먹었기에
고수레 ~ 는 생략.
용왕님 죄송여 ~ ^^

동생은 민물새우로,
나는 청갯지렁이로 낚시 시작.
610 cm 길이의 낚싯대에 1 m 이상 더 길게
목줄을 묶고, 볼락 9호 바늘을 달았다.
정형화된 채비보다는
그때그때 손가는대로 채비를 한다.

낮에 미리 꺽어놓은 케미라이트 불빛이
연하면서 은은하게 빛난다.
멀리 던져넣고 잠시 기다렸다가
낚시대를 들어주는 식으로
몇번 시도해보고 별반응 없으면
이번엔 옆으로 던져넣고
방파제와 평행하게 끌어본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뭔가 쭉 당기는 느낌이 들어
대끝을 보니
초릿대는 이미 한참 휘어져있다.
얼른 챔질을 하니 제법 힘을 쓴다.

다시 같은곳에 같은 방법으로
채비를 던져넣고 대를 천천히 들어 올리니
또 같은 형태의 어신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쭈욱 따라 올라오다가 빠져 버린다.
이상하다 왜 걸리지 않을까?

그렇게 몇번을 헛챔질.
헛챔질이라기 보다
청지렁이의 꼬리만물고 있다가
당기는 힘이 느껴지면 놔버리는
얄팍한 그런 입질이 계속 이어진다.

10시쯤되니
바람에 냉기가 섞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광풍으로 변한다.
"딴데 함 안옮기볼래?"
동행이 있다는건 정말 좋다.
자칫 지루할지도 모르는 이런날
상의도 할 수 있고.

그렇게 30분여를 더 지나
옮기기 합의.
동낚인의 앞마당으로 간다.

긴방파제쪽을 생각하고 왔는데
우리보다 먼저온 바람이 어선 깃대에 걸터앉아서
오지마라고 졸라 펄럭이고 있다.
아주 아주 신경질적으로.
신경질은 여자들이나 부리는 거라는데.
애나콩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처음인 15cm 휙 넘어가는
볼락이 올라온다.

"보이소. 이짜 씨알이 훨씬 더 큽니더."
바람 때문에 채비가 꼬여서
아직 대도 펴지 못하고 있는데.
참 애부리바디다.

몇마리 더 건지고나니
아랫도리에 냉기가 들어 찬다.
지도 밖이 추웠나 보다.

오늘 낚시는 이걸로 끝.

상용호에 어미 고양이 한마리 있는데
새끼를 쳤나 봅니다.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 애처롭게 부르길래
한마리 던져 줬더니 얼른 물고 달려 갑니다.
아마 도 새끼들이 있는곳으로 가나 봅니다.
잠시후 다시 옵니다.

동낚인 여러부운.
혹시 가져가지않을 고기라면
고양이에게 주는게 어떨까요?
억수로 고마워하는 눈치던데요. ^^

즐낚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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