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비님이 자꾸 그짜게 갑오징어가 마이 나온다꼬 댓글에 정보를 올려주시길래 가슴만 벌렁벌렁대다 어제를 D-day로 잡았습니다.

작년에 쏠쏠찮게 빼먹었던 곳이죠.

퇴근 길에 핸들을 약간만 우측으로 틀어서 살짝 들렀다 가면 되기 때문에 기름값 추가도 1000원 남짓되니 딱 왔다입니다.

하지만, 우선 윤허를 받거나 아니면 뻥카라도 친 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엽때여."

"응?  어쩐 일?"

"응, 오늘 면담이 있어서 한 두어시간 늦을 거 같은데......"

"ㅇㅇ 알았어요.  조금 늦겠네."

"뭐 그다지 늦지는..."

이렇게 이야기한 후 얼릉 전화를 끊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지.  일찍 갈게."

여기서라도 전화를 끊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알았어요.  참, 근데 무슨 면담?"

(헉! 됴때따.)"어... 그... 뭐냐면... 가#@$도#&%리 면담해야 되거등."

잘 못 알아듣게 어물어물 말하기 신공을 펼쳤습니다... 만,

"뭐라고?  누구?"

(ㅠㅠ) "가... 갑... 오징... 어라고 그런 애가 있는데......"

"......"

"......"(아, 씨... 애나로 됴때따. ㅠㅠ)

"야!  낚시하는데 어떻게 두 시간 가꼬 되냐?"

"에이, 대충 하고 갈 건데 뭐."

"...... 알았어."

룰루랄라... ♬

어쨌든 윤허는 난 겁니다.

하기야, 이미 차를 돌렸는데 우짤 수도 없는 거, 안줏거리 잡아가서 상납만 제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작년에는 10월 중순 이후에 주로 들렀었는데 그 때는 도착하고 나면 해가 서산 머리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추분을 이제 겨우 지난 때라 그런지 아직 해가 남아 있더군요.




갑오징어는 무늬오징어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으므로 볼락루어대를 써서 예민하게 해볼까하여 채비를 교체하고, 출출하니 과자도 하나 사고, 물도 좀 빼고, 옷도 바꾸어 입고 이렇게 혼자서 온갖 짓을 하고 있어도 날은 아직 훤하니 갑오징어들이 나올 때는 멀었습니다.



대도가는 배타는 곳인데 카리스마님 조행기에도 나왔었죠.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니 어제도 그랬었겠지만 가로등마다 불이 들어오더군요.

30분 정도 차 안에서 쉬다 작년에 입질이 곧잘 오던 곳에 자리를 잡고 갑오징어 에깅 기법으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이곳 발 밑에서 자주 입질이 들어옵니다.


10분 남짓 탐색을 하는데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위치의 발밑에서 뭔가 애매한 느낌......

릴을 감으니 수면에서 찍하니 물만 쏘고는 퐁당.

그 후로 3시간 가량을 완전 삽질했습니다.

주변에 계신 분들중 두어 분은 갑오징어 두어 마리에 세발 낙지를 잡으시기도 했지만 그리 많은 마릿수는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래도 얼굴은 보아야겠다 싶어 서해안식 채비를 했다가 왕눈이를 썼다가 하는 등 별짓을 다한 끝에 처음 채비로 겨우 한 마리 올릴 수 있었습니다.



뒤에 보이는 분은 자주 오시는 모양인지 상당히 잘 잡으시더군요.

대부분이 황이었지만 저 분은 예닐곱 마리?  아니면 그 이상?

후다닥 접고 집에 도착해서 도마 위에 올려놓고 증명 사진을 찍었습니다.



잡은 지 2시간 가량이 지났지만 무늬가 반짝일뿐만 아니라 심지어 갑이 있는 등쪽의 살도 꿈틀거리길래 신기해서 동영상으로 찍어둔 것은 사진 자료실에 올려두었습니다.

무늬오징어는 죽으면 훨씬 빨리 선도(?)가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어쨌든 보시다시피 아직 일부러 잡으러 갈만한 크기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사진에 보이는 놈이 평균에 비해 큰 놈이니까요.

오징어류는 성장이 빠르니 20일 정도 있다가 가면 그런대로 잡아먹을만 할 겁니다.

그 동안은 무늬오징어를 사냥하러 다니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


※ 폰카의 한계로 인해 야간 사진은 별로이니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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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