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4년의 아들을 이끌고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수우도를 선택했다.
속으로는 이넘아....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벽에 추위로 고생 점 해봐라....
어케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아들넘과 같이 낚시 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
토요일 아침 (10/13일)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삼천포로 내리달리는 동안 옆에서 쿨쿨자고 있는
놈을 보고 아무 걱정없이 이만큼 건강하게 자라주었구나 하며
흐뭇하게 웃음이 나오는 주책 아비앞에 길은 정말 확 뚫려 있었다.
차를 들고 다라이 사이를 지나가고 싶을 정도로 복잡한 새벽 시장터를 지나
삼천포 수협 2층 옥외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이리저리 차를 이쑤시게 끄트머리만큼식 앞 뒤로
몰아 다라이들과 아짐매들을 통과해서리.....
주차한 다음 이삿짐 만한 짐을 들고 좁은 뻘건 다라이들 사이를 "철있는" 아비와 "철있는 아비가
추억을 만들어 주고픈 " 아들넘이 주렁주렁 짐을 몸에 붙이고 빠져 나간다.
나는 큰 것 3덩이 아들넘은 작은것 두덩이... 우리가 짐을 들고 가는 게 아니라...
짐의 반동으로 몸이 나간다...시장통 뻘건 다라이 사이로
돌돌이 끄는 아자씨들의 짐사이로.. 그래도 기분은 ........았싸....
- 1. 삼천포에서 배를 기다리며
할망구같이 생긴 아줌메가 보고 내보고 안씨로운 얼굴로 한마디 한다...
" ...이 새벽에 아 잠도 안재우고...."
켁켁....
갑자기...마눌 생각이 난다..
고생시켜 본다는 명목으로 마눌에게 큰소리 치며 나오는데 짐싸는 것을 보며 마눌 한마디 덧붙인다
"에거 고생시킬려면 제대로 시키지...아들짐은 그렇게 가볍게 만들고..."
허....매서운 국물맛.....
얼굴에는 내가 가고 싶으니까 애 핑게되면서리 교육 ..고생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그래도 아 생각은 쪼매 하나보지..하는 생각이 읽힌다....
우띠...마눌까정 확 데리고 가서리 고생시켜..??
잠시 생각하다가....포기했다.. 내가 고생 2배되징....ㅋ
-2. 여명이 밝아오는 삼천포 앞바다
메고, 지고 하여 6시의 활기찬, 그러나 찌들린 아짐매들의 표정뒤에
습관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들넘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기대에 차서 물었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제.
니가 자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단다.." 하고 말을 건네니
"그래요" 하고 짧은 대답만 온다.
당연...이넘의 머리속에는 가는 섬에 대한 생각만이 들어차 있을 거여...
내가 첫 섬낚시 갈때를 생각해보면...안봐도 삼천리다..이넘아...
교육은 억지로 주입시키지 말라는 마눌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이제 니가 경험하고 느껴라...
그래도 니가 크면서 어려운 일을 만날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일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끝까지 해내는, 포기하지 않는 작은 추억과 경험이 되기를 바래보면....
애비의 당연한 소망이것제...
蛇梁島_ 뱀이 많은 섬이라는 뜻이 "사랑"이라는 의미로 전달되는 경우를 보면서
본래의 내용과 다르게 전달될 때 생기는 거부감보다
그렇게 믿고 기분이 좋으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싶다.
사소한 것에 흥분하지 말고, 따지지 말고 물처럼 흐르는 것이 제일 좋다는 말이 와 닿는다.
아들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럼 아빠 ..우리가 가는 섬에도 뱀이 많아?" 하고 묻는다.
글쎄...수우도에 뱀이 많을까? 樹牛島_ 나무가 많고 소를 닮은 뽈락 잘 되는 곳...
봄이 아니고 가을이라서 아침 뽈락이 좀 될려나 싶다.
- 3.상 사량도의 기암절벽- 해가 완전히 뜨기 전...흐릿한 눈으로
새벽 6시 반배는 사량도를 두루 두루...두루..두루...피곤하게 돌아
다시 수우도로 가는 배를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그 두시간 동안 일상에서 벗어난 구경을 할 수 있으니
아들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목적에는 딱 맞는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여명은 밝아오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등산객들이 떡도 돌리고, 산행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섬 주민들은 거의 꼬구랑 할머니들이 대부분 생필품이나 해산물들을 들고 다닌다.
젊게 보이는 한 아낙이 문어하고 고기 몇마리를 살리려고 화장실 뒤 호스를 꼭 잡고
뻘건 다라이에 바닷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아들넘이 애미 고생하는게 신경쓰이는지 왔다 갔다 하면서 말없이 엄마를 보고간다...
말라 비틀려서 비닐봉지에 구겨진 청각사이로
할망구들의 애환과 생계를 이으려는 모습이 보이고
그 햇볕에 타서 술을 많이 먹은듯한 붉은 얼굴이 정겹게 보이는 것은
그 할머니 얼굴에서 어머니의 얼굴과 그 고생이 느껴져서..
오만 상념이...잠시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섬에서 섬으로 시집와 낮에는 밭을 갈고 , 혹 태풍이 오든지,
고생만 죽도록 하다가 4남 1녀를 두셨다는 구판장 할머니...
큰넘은...어디어디...둘째넘은 어디 살고 어디 다니고 묻지도 않은 자식들
상세한 근황까지 말씀하신다.
"할아버님은요? "하고 물으니
할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셔서 혼자 사신다고 한다....
넌지시 추석에는 모두 보시져"" 하고 물으니..."
하모...하모...하고 하모라는 대답만 하신다."
나는 아들넘에게 뭘 보여줄 수 있는지....
말 말고.. 몸으로 끝까지 참고 사소한 일에 흥분하지 않고 끝없이 희생만 하는
초지일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지....
- 4. 꼬구랑 할머니들_ 내가 내인생에 나를 위해 쓴게 뭐고...그래도 나는 제자리 지킨다.....라고 얼굴로 말씀하신다.
뻘건 다라이 위에 말린 청각 담은 비닐이 있다. 뒷편에는 젊은 아낙과 아들이 바닷물 공급 호스를 잡고 있는 ...
사진기를 들이대니 " 와 우리를 찍어 쌓노" 하신다. 그래도 나는 기분이 좋아 소리친다...
할매요...멋지네요..
멀리 고래바위가 보이고 길고 춥지만 볼 것 많은 2시간 도선길 끝에 수우도가 보인다.
- 5. 수우도 고래바위_아들넘이 이걸보고 긴 수염고래만하다 한다...흐..수학 다시 갈카야 것다..
마냥 즐거운 아들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구루마도 신기하고..
잠시 주위를 주고 뒤로 가면 넘어진다고 말할려는 순간 넘어지고..
그래도 웃고...
낚싯대를 펴기만 하면 고기가 잡히는 줄 아는 마냥 신난 넘.
물때가 어코 저코...방생이 어코 저고..이넘이 좋은 고기고...
저넘은 좋고 나쁜 고기고가 없고 단지 많이 잡히면 좋은 넘에게 내가 무신 말을 하리..
옆에서 장대를 같이 펴긴 했으나, 줄 묶어주고 ,미끼 끼워주고,
고기 따 내어주고, 밑걸림 처리해주고...
흐흐...초보낚시인에게 이렇게 해주는 것은 애인에게도 하라고 하면
노동이라고 투덜댄다고 하더니
그래도 아들넘에게 해주는 것은 그렇게 싫지 않다.
끊임 없이 바늘 갈아주고, 미끼 끼워주고 ...
웬걸 ..술뱅이가 너무 많이 올라오니 가끔 부아도 난다.
- 6.수레위에서 마냥 즐거운 아들_아빠..내가 끌고 싶어요....그려 끌어봐라 했다가 뒤로 넘어갈뻔 했다...
민물 새우를 사용했더니 술뱅이 천국이다.
X쟁이도 한마리 나오는 걸 보니 수온이 차다고 생각되어서 낚시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잠시 틈을 내어 4칸대로 훑었더니 반가운 "뽈락"한마리가 인사한다.
그넘은 물론 꼬리를 내 입으로 상납하고 아들넘 뱃속으로 갔지만...
텐트를 치고, 아침 준비하고, 낚시 장비 챙기고, 회를 치니
아들넘 고생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생 시작이다.
이넘은 무슨 회를 씹지도 않고 삼키는 회 킬러다.
손이 더욱 바쁘다. 그러나 나의 고생이 있기에 이넘이 이렇게 환히 웃는 다 생각하니
한편으로 즐겁다.
시원하게 맥주도 한잔.....
- 7.아침에 수우도 바깥방파제에서 회만 보면 꿀떡 꿀떡이다...밥도 그만큼 묵어라 이넘아...
밤까지 계속된 메가리 공세에 시간가는줄 모르더니 드디어 추운지 애비 옷 뺏어서...안에 입고...목도리 둘려주고..
침낭에 눕자 말자 30초만에 잠을 잔다.
-8.상판에서 메가리와 전쟁중...
-9.눕자 말자 바로 자는... 30초만에...신기록을...
-10.수우도의 저녁 야경_ 내 인생의 소원들 처럼....불이 밝혀져 있는..
" 아늑한 불빛과 그런 불빛의 경험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이넘은 잘 알까? " 라는 생각을 하고
저녁에 오붓하게 부자간에 이야기를 하려고 텐트를 봤더니 이넘 30초만에 자고 있다...
허탈... 오늘 경험을 같이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문득 이넘이 자라면서 가족과 이야기 할 시간이 줄어드는 현실을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같이 있는 시간을 잘 써야겠다.
잡아놓은 낱마리 뽈을 바싹 튀길려고 보니...식용유가 ......허.....
식용유를 잊어서 안가져 갔는데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마침 있다면서 주고간다.
뽈락과 메가리를 튀기고
삼천포 발전소 야경과 수우도 포구의 불빛을 보면서
내가 남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저 불빛 수 만큼 있는 것 같아 묘한 감상에 빠진다.
혼자서 이슬이를 따고...묵고...역쉬 뽈라구는 내장째 굽어야 맛잇제...하면서 주접 떨고 있다.
가끔 머리뼈 굵은 것을 혓바닥으로 살살 긁어서 뱉으며...
후다닥 소리에 큰 수달 한마리가 방파제에서 산으로 간다.
고양이 살찐 넘 두마리가 귀찮은듯 꼼짝안코 구경하고 있다.
역시 다음날 아침에 확인해보니 철수 하시는 낚시꾼 살림망에서
감생이 한마리를 슬쩍 했단다.
살림망 구멍도 뚫지 않고 손으로 곱게 입구를 벌려서
그 분이 잡은 유일한 한마리 감생이를 슬쩍해 갔다.
완전 범죄라 생각했것제..이넘아....근데 일케 목격자가 있다..
어제 저녁에는 칼치가 굵은 것이 많이 나왔다 하던데...
오늘은 칼치도 없고 잠시 칼치잡이 선상배가 요란하게 방파제 테트라 포트에 붙는다.
많은 낚시꾼들이 담그는데...역시 조황은 좋지 않다.
갑자기 칼치 꼬리만 잘게 자른 회 생각이 난다...
근데 몸은 뽈라구를 노릴려고 나만의 뽈락채비를 만드는 것을 보면.....
던질대에 바늘 3개를 늘여달고 수심 8M~12M 에 맞춰서 한 20M 던지고
이리 저리 뽈락 꼬셔 본다. 뽈락도 잘 안된다 .
몇마리 하고 나서 나도 소주 한잔을 더 먹고 바로 잤다.
내일 아들넘 시중들려면 빨리 자야지...
새벽에는 몹시 춥지만 그래도 아침 물때를 볼려했는데 그냥 누워 있으니
아들넘은 벌써 일어나 나를 깨운다.
그래 마을이나 한바퀴 돌자. 여기 까지 와서 같이 있는데 싶어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물론 애비는 여기 와 봤고..(그때는 낚수만 한다고 갯바위에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열나 공부했다 이넘아...ㅋㅋ
물어라....대답해줄껴...근데 그넘은 안 묻는다...노는데 정신이 없고 보는데 정신이 없다.
곧 폐교가 될 학교에 남아있는 마지막 학생이 심심한지
두살어린 아들넘 주위를 빙빙돈다. 둘은 몇시간동안 계속 같이 놀았다.
학생 두명이 남았다가 이제는 자기 혼자 남아서 내년 중학교 부터는
삼천포로 유학을 간다고 한다........
이곳 수우도도 독사가 많아서 어른들도 산에 갈때 조심 한다고 한다.
- 11.수우도 마을 앞길_구판장 할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서 있다..
- 12.폐교가 될 수우 초등학교
- 13.초등학교 뒷담.
- 14.당산나무앞
-15.수우초등 마지막 학생...이름이 .....^^;;
- 16.설영장군 사당...수리를 위해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삼천포 앞이 왜구의 침입이 빈번했는 듯. 각궁도 보이고..
현대식 계량기와 각궁 및 태극도의 오래됨이 어색하게 보이는데..시멘트 블록 두개가 와이리 눈에 거슬리는지..
아들넘에게 설영장군 설화
(실화?? 그러면 오딧세이와 트로이 목마도 같은 종류다...라고 침튀며..야그 했지만)와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듣는둥 마는둥...
다른 놀거리에 정신이 뺐겨서....
하기야 어른도 놀거리에 정신 뺏기면 똑같제...특히 낚시..ㅋ
이리 저리 신난 넘은 바리... 나의 아들넘이다.
축구 하고, 낚시도 하고, 회도 다시 먹고 밥먹고....
고생을 목적으로 하는 나의 의도와는 약간 동떨어 졌지만
좋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라 하면서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랄 뿐.
- 17.사당앞집 개...검은색 개는 시끄럽게 짖었다.
- 18.초등학교 안에서 잠시 축구를... 슬리퍼를 신고도 달라다니는....
- 19.다시 상판에서...돌돔 새끼는 바늘을 삼켜서....
- 20.철수길에 다시 보는 사량도 기암들..
텐트치고 1박2일 Full로 철수 하는 길은 피곤함을 넘어서 귀찮기 까지 하지만
이런 절경들이 한번씩 다시 기운을 차리게 하는 청량제다.
아들넘도 이제는 피곤해서 만사가 귀찮게 보이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끝까지 자기 몫의 짐을 들고 끝까지 힘을 내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오는 길이 막히고 짜증나지만....
그래도 진주가는 길에 있는 맛있게 먹은 손짜장과 짬뽕이 활력소가 되듯이
항상 웃는 얼굴 지킬 수 있도록 추억의 수우도 조행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그래...항상 웃으면 복이 와...내인생의 청량제는 바로 너다...이넘아....
내가 잡은 제일 크고 멋진 고기는 바로 너야..
우리 아들놈은 언제쯤 자라 아비와 함께 밤 가을 방파제에 함께 낚수대를
드리울수 있을지..ㅎ 생각 해보니 입가에 웃음이 나네요..
"교육은 억지로 주입시키지 말라는"......말씀 가슴속에 깊이 담으며
긴장문의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