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낚시 비수기.

도다리, 노래미는 맛이 빠졌고,

볼락은 운 좋으면 몇 마리 건질 수 있기는 하지만 역시 맛 기대하기는 그렇고,

이맘 때면 들어오는 돌돔 새끼는 작년에는 소식을 듣질 못했었으니 올해도 기대하기 힘들고,

고등어, 전갱이, 갈치는 대체로 잡아오기 민망한 사이즈인데다 제 맛도 안나고......


지난 14일 수퍼전갱이 황친 후 복수혈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단단히 준비를 했지요.

- 저녁에 들어가서 1차 상판에 올라 몇 마리 잡는다.

- 잡은 놈들은 저녁에 바베큐 틀에 올려 소금 팍팍 뿌려 꾸버 묵는다.

- 밤중에는 방파제에서 맛없는 잡어 사냥을 한다.

- 민박을 한 후 새벽에 2차로 상판에 올라 학실하게 함 더 사냥을 한다.

- 쿨러 가득 채워 오전 10시쯤 더워지기 전에 느긋하게 철수한다.


돈키행님과, 백면서생님, 보***님으로 드림팀을 구성한 후 출조를 하기 전날 다행히도(?) 공공의 적으로 일컬어지는 *골**님이 참여 불참을 선언하더군요.

조금 섭섭했지만 '그러면 이번에는 대박이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뒷골을 타고 흐르면서 엉치뼈를 강타하더군요.


여차저차 3시 40분경 신마산에서 접선 후 출발...하다가 배시각을 알아보니 5시배, 6시배가 있다는군요.

영감님께서 엄청시리 밟으시데요.

그래도 5시 배는 못 타고 대신 삼덕 가기 전 보리밥 집에서 든든하니 한 그릇 먹고 6시 배로 들어갔습니다.

상판에 오르니 먼저 오신 분들이 한 수 씩 하고 계시더군요.

얼른 채비해서 투척하니..................... 말씀 안드려도 결과는 아시겠죠?  ㅠㅠ

정확하게 25cm 우럭 한 마리로 끝이었습니다.


민박에서 차가운 지하수로 샤워를 한 후 방파제를 더듬었습니다.

두족류(호래기, 오징어 기타)는 딱 한 마리 코딱지 만한 놈이 물 위로 지나가는 거 봤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민박집에서 회 썰어 두었다고 먹으러 오랍니다.

가도 되나 망설이다가 가니 민박에 온 손님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먹을 수 있도록 상(?)을 차려두었더군요.

다른 분들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민박에서 제공하는 자연산 우럭회와 술을 맘껏 먹었습니다.

나중에는 우럭 뼈와 냉장고에 넣어둔 전갱이까지 구워서 먹었더니......

결국 필름 끊어졌습니다. ㅠㅠ

그 동안 백면서생님은 방파제를 돌면 26~7정도 되는 우럭 두 마리를 포함 여러 마리를 민장대로 걸어내었다더군요.

거기에 다른 분이 흘림으로 잡은 21cm 볼락 두 마리를 덤으로 얻어 쿨러에 담아두었더군요.



뒷날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이번에는 특급 포인트라고 하는 곳으로 전마선을 타고 들어갔습니다.

내심 경비에 신경이 쓰이더군요.

상판에 올라갔지요 민박에 묵었지요 와서 먹으라고 해서 갔지만 어쨌든 회에다 소주에다 실컷 먹었지요 예정에도 없던 까나리 미끼들고 전마선까지 탔으니......

여하튼 특급 포인트에서 낚시를 시작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백면서생님이 수퍼전갱이 한 수 히트, 연이어 돈키행님이 또 한 수 히트......  저는 잠잠.  ㅡㅡ;;

그 이후로 한참동안 잠잠하다 그곳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는 분들이 연속으로 히트를 시키기 시작합디다.

조금 있다가 백면서생님이 또 한 수 히트.

한참 있다 돈키행님 또 한 수 히트.

유일하게 대를 두 대나 펴 놓은 저는...... 감감무소식.  ㅠㅠ

해는 이미 떠서 이글거리지 배는 일렁거리지 술 덜 깬 속은 울렁거리지 옆에서는 대가 팍팍 처박는데 입질조차 없지......

열받으니 진짜로 그 전날 산 선상대를 부러뜨리고 싶더군요.

알고 보니......  목줄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1.5 이하의 목줄, 저만 1.75.

전갱이가 무슨 목줄 타냐고요?

그놈들은 양식장에서 닳고닳은 놈들인데 대부분 주둥이가 너덜거립니다.

여러 번 잡혔다가 입이 찢어져 살아난 놈들이라는 얘기지요.

실제로 두 마리 잡은 돈키행님이 목줄 터뜨리고 나서 1.75로 바꾼 후 입질 한 번 못받았다고 하시더군요, 마치고 나올 때 쯤 해서.  ㅠㅠ

나오기 30분 정도 전에 혹시나 해서 목줄을 1.2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입질이 뜸한 시각인데 10분 정도 후에 첨으로 대가 팍 쳐박더군요.

대를 세우지도 못하고 릴은 꿈쩍도 않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팅~~~

다음에 갈 때에는 반드시 좋은 목줄 1.5호 정도를 준비해가야겠습니다.

백면서생님이 올리다 터뜨린 것이 약 3수, 돈키행님이 터뜨린 것도 그 정도.

올린 것들도 28정도 한 마리 빼고는 씨알이 모두 30이 넘었으니 터뜨린 것들은 조금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자주 오신 분들 얘기로는 40cm 넘는 것도 많다고 하시더군요.

거기에다 빵이 어찌나 좋은지 전갱이 같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이것저것 합쳐서 쿨러는 채웠습니다.




비용은 1인당 약 5.5만원 가량 들었습니다.

민박에서는 우려와는 달리 모든 경비 합쳐서 7만원 받으시더군요.

민박 1박 + 1만원 짜리 까나리 미끼 한 판 + 3명 상판비 + 전마선 1대 + 회(물론 서비스이기는 하지만)가격입니다.

인터넷에 소개를 해 드리겠다고 하니 제발 하지 말라고 하십디다, 지금 손님만 해도 충분하고 주말에는 어쩔 수 없이 손님들께 소홀해지신다면서.

가족들끼리 가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인 듯하고 낚시인들끼리 가기에는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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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