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

이번 주 월요일부터 학급 운영에 새로운 시도를 더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학급 실시간 방송이죠.

USB 카메라와 마이크만 있으면 간단한 방법으로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 가능하더군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학부모님들께서 궁금해하실 거라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방송 사흘째인 오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를 위해서도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수업하러 학교 출근하는 건지 잡무 처리하러 출근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바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수업에 다소 소홀하였던 것에 대한 핑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저 스스로 조심스럽게 되고 수업에도 좀 더 열과 성을 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라 10여개의 교과에 대한 주 32시간(실제로는 28시간)의 수업 준비를 매 시간 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그뿐 아니라 걸핏하면 보고 공문 처리에 학교 업무 처리, 아동 지도 등에 적지않은 시간을 뺏기게 되죠.

스스로 지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수업 시작하면 가끔 하게되는 얘기가,

"몇 쪽 할 차례니?" 일 정도로 수업 준비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수학 시간이면 필수로 해야하는 궤간 순시 - 아이들 사이로 다니며 뒤떨어지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한 - 같은 것도 말로만 떼우기도 했었죠.

그러던 것이 지난 이틀 동안은 초심이랄까 그런 것이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방송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만 저 스스로 감시받기를 선택한 것이라 별 일 없다면 계속되지 싶습니다.

아이들의 행동도 다소 나아지는 듯 하고(특히 말씨가 많이 나아지는 느낌입니다.),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학부모님에게도 자녀들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등 여러가지 면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회 발표수업을 진행중이었는데 아이들 발표를 다 마쳤기 때문에 제가 마무리를 해 주어야겠군요.

옛날에 유배지 일기를 쓸 때가 새삼 생각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