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한 번씩 받는 학교 평가로 개학 후에도 요 며칠간은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주말에도 태풍, 이번 주에도 태풍이다보니 한 주에 한 번씩은 휘둘러야 한 주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그 놈의 '한 작대기' 때문에 손이 근질근질 옴이라도 붙은 듯하다.

작년 시즌 말에 관심을 가졌었다가 얼굴도 보지못한 오징어 낚시 때문에 며칠 전엔 루어대도 사 놓았겠다 가짜미끼(에기)도 크기별, 색상별로 잔뜩 사 놓았겠다, 여수에서 남해에서 종류별로 오징어는 올라온다 그러지 학교 평가랍시고 준비해야될 것도 많지만 도저히 좌불안석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머리도 굴려보고 짱구도 굴려보고 해골도 굴려보고.........

'그래, 가는 거야.  장고 끝에 악수 나오는 법이야.'

재무부 장관에게 통지를 한 후 기왕이면 좀 더 큰 놈인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미조를 향해 핸들을 과감히 틀었다.

미조에서 간단하게 짜장면 한 그릇으로 요기를 하고 시계를 보니 조금만 기다리면 초들물 시간이다.

근처에 있는 미조항으로 가보니 그림같은 밤 풍경 사이로 하루 종일 거센 바다에 시달렸을 선박들이 고단한 몸을 쉬고 있다.

배들 사이로 던질만한 곳이 제법 보인다.

그런데...... 태풍 앞이라 그런지 바람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미친x 널뛰듯 장난이 아니다.

바람에 원줄이 날려 에기가 잘 가라앉지를 않는다.

버림봉돌 채비 하려니 귀찮아 잠시 머리를 굴리다 앞 머리에 추를 하나 추가하고 던지니 시원하니 잘 가라앉는다.

......

젠장.

에기 하나 날려 먹었다.  ㅠㅠ

다른 색으로 바꿔 던져보지만 입질이라곤 없다.

다시 이동.

노트북에 깔린 네비게이션이 친절하게도 작은 방파제가 하나 있다고 가르쳐 준다.

내려서 보니 두 분이 바람을 받아가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채비를 던지려고 하니 몸이 바람에 밀려날 정도다.

다시 이동.

설리해수욕장 옆의 자그마한 방파제.

서너 분이 낚시를 하시는데 한 분이 루어대를 든 것이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온다.

가까이 가보니 아니나다를까 오징어채낚기 채비다.

"며칠 전까지는 좀 나왔습니다.  진주에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잡아 갔습니다."

용기백배하여 채비를 던져보지만 그 분이나 나나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방파제 중간은 그나마 바람이 약하지만 방파제 끝에서는 사람이 밀려날 정도다.

"씨알은 좋은 편인가요?"

"목줄 4호도 팅팅합니다."

허걱!

내 채비는 원줄 플로팅 2.5호에 목줄은 1호......  ㅠㅠ

가방을 뒤져보니 갈치 목줄로 쓰던 8호 원줄이 나온다.

발 앞에서 나온다고 하니 8호 원줄을 쓴들 무슨 상관이랴.

8호 원줄에 5호 목줄을 달아놓으니 바닥에 걸려도 힘 주어 잡아당기면 대충 다 딸려온다.

막강 채비다.  ^^;;

그래 봐야 뭐하나, 입질조차 없는데.  ㅠㅠ

다시 또 이동.

바람은 정신없이 불어제끼는데 또 에기 하나 뚝.

멀리 보이는 작은 방파제로 다시 걸어서 이동.

아!!! 여기는 먹물 자국이 보인다.

희망도 보인다.

멀리 던졌다 가까이 던졌다 하면서 저킹 또 저킹......

......

......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 걸려온 전화.

"고마 바로 출근하지?"

쩝......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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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