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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6 13:50
방금 학년말 시험을 다 치루었습니다.
아이들이야 이제 살맛 나겠지만 안그래도 중학교 배정 원서 작성이니 생활기록부 정리니 방학계획서 작성이니 자기실적평가서니 하는 잡다한 사무 처리로 인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 거기다 성적 처리까지 해야 하니 죽을 맛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속이 답답~~~하니 글이라도 몇 자 끄적여야겠습니다.
6학년이라 졸업하기 전에 여러가지 추억들을 남겨주려고 계획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학급 문집입니다.
제작 경비 문제로 학교와 실랑이 벌이는 것 쯤이야 20년 짬밥으로 처리할 수는 있긴 합니다만, 한 달 정도 전부터 아이들에게 문집에 올릴 글을 준비하라고 안내를 했었는데도 글 준비한 사람 몇 명인지 시험 끝나고 나서 물어보니 한 녀석도 준비하지를 않았다네요.
맥이 탁 풀립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학급신문과 학급문집을 둘 다 만들지 못하는 참사(?)가 빚어졌죠.
2학년을 맡아도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해오던 작업이었는데 작년에는 5학년을 데리고서도 시도조차 해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려고 들지를 않습니다.
그저 학교 마치고 나서 학원을 뱅뱅 돌다 10시 넘어서야 집으로 잠시 다니러 가는 일이 하루 생활의 전부라고나 할까요.
시에 속해 있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나 이해도가 교사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입니다.
학원에서 매를 맞으면 "그 학원 참 열심히 가르친다."고 하고 학교에서 매를 맞으면, "요즘 군대에서도 구타가 없는데 어디서 선생이 감히......"라는 생각을 가지고들 있죠.
학교 생활 태도야 어떻든 학원 보내서 시험 점수만 잘 나오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런 인식이 대부분 학부모님들에게 팽배해 있습니다.
특히 주요(?) 과목 외의 예체능 과목은 실기든 시험이든 아예 신경도 쓰질 않습니다.
전인적인 발달이니 하는 건 이 동네 학부모님들께는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라고나 할까요.
며칠 전 옆 반 새내기 선생님이 학급 문집을 만들고 싶으니 제가 만든 것을 몇 권 참조할 수 있도록 보여달라길래 서너 권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그 선생님께서 이러시더군요.
"4학년이 쓴 게 가장 나은 것 같더군요. 내용도 알차고 글의 짜임새도 있고요."
그럴 수 밖에요.
그 아이들도 학원이나 과외를 하는 정도야 여기와 별 차이가 없겠지만 학부모의 태도나 교육에 대한 인식이 여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아이들의 기본적인 지적 능력은 지역이나 부모의 재력이나 명예에 따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잘 살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학부모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제가 볼 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더군요.
이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학부모가 갑자기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와서는 수업받는 아이의 뺨을 다짜고짜 때려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아이의 생활 태도에 대해 면담을 하고자 하는 교사에게 "당신이 뭔데......"라며 소리지르는 것은 물론이며 걸핏하면 교육청에 전화를 하네마네 하는 학부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교사에게 이기는 것이 아이 기를 살려주고 아이를 크게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
그에 비해 4학년을 맡았던 학교의 학부모님들은 전혀 다릅니다.
솔직히 말해 그 학부모님들의 사회적 지위라면 교사는 그들에게 발톱 사이의 때(?) 정도가 될 겁니다만, 그 분들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수업이 마칠 때까지 교실 문 밖에서 기다리시다가 문 밖에서 교사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들어오시더군요.
교사도 정중히 인사를 받고 정중히 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좋은 것만을 배울 수밖에 없죠.
급식의 경우에도 교실에서 하는 곳이었는데 제일 먼저 교사의 식사를 떠서 가져다 주더군요.
어른이고 선생님이니 당연히 먼저 먹어야 된다는 것이죠.
이러니 아이들도 교사의 지시나 훈화, 교육에 대해 아주 충실히 따르고 학교 교육의 효과는 확실합니다.
올해도 학급 신문을 만들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처음에 신문 편집일을 맡았던 아이들이 개인적인 일로 교체가 된 후 새로 편집을 맡은 아이들 중에 편집장을 하고 싶은 사람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이가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아니, 솔직히 6학년으로서는 좀 모자라는 정도였죠.) 지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큰 일 났다.'고 생각은 했지만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일단 시켜보았습니다.
그랬더니 8개월 정도 지난 지금 그 아이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2학기가 되어 학급 임원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글 솜씨도 놀라울 정도로 변했고 생각의 깊이도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물론 편집일을 보고 있는 다른 아이들도 그 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 있었죠.
편집을 그만 둔 아이의 학부모님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무척 후회하고 계시더군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100명이 어른이 되어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해 보았더니 사회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하나도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연구 결과의 진위에 관해서는 알 수 없는 바이지만 그다지 틀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성공'한다는 것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비전이 있거나 하다 못해 뚜렸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일본에서 가장 머리가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여 미국에 보내 공부를 시켰는데 교수가 가르친 것은 모두 기억을 하고 시험에서 그대로 적어냈더니 낙제를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남이 만들어낸 지식을 외우기만 해서는 아무런 발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비록 결과가 원하는 것이 안된다 하더라도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입니다.
에디슨이 전등을 발명하기 위해 9999번의 실패를 하고서 이렇게 얘기했다죠,
"나는 9999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전등을 못만드는 9999가지의 경우를 발견했을 뿐이다."라고요.
아무 것도 하려 들지 않는 아이들과 이렇게 만들어 버리는 학부모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합니다.
지금 편집부 아이들을 남겨 문집을 만들 것인지 말 것인지 의논해보라고 하는데 그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네요.
에휴......
2009.12.16 16:16
2009.12.16 16:25
오죽 답답하면 이글을 올렸겠습니까 요즈음 사회가 이래요 가장 기본은 가정교육이 첫째입니다. ㅎㅎ
2009.12.16 19:05
아직 몇년 남았지만
저는 절대 그런 학부모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고생많으신것 같네요... 힘내십시요!!
2009.12.16 19:36
2009.12.16 19:56
얄팍한 지식만 주입 시키려고... 시험 점수만 가지고 평가하는 시대적 착오가 만든 교육.
창의적인 사고와 실험정신,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지않고 무작정 주입식의 행태....
여러모로 마음이 시리겠지요. "홍익인간" 을 추구하는 옛 교육은 실종된 상태.
딸자식이 서울에서 2년차 초등교사인데... 이장님의 이러한 고초를 알련지???
2009.12.16 19:58
고생이 많습니다...
우리어릴적에는 안그랬는데...
라고 말할수있을지 모르겠지만 ..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 세상은 비슷하리라 봅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뿐이죠....
애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2009.12.17 13:23
마음 고생이 많으시구먼.
아이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차차 깨닫게 되고
선생님의 마음을 알 때가 오겠지여.
마무리 잘 하시고 힘내세여. 홧팅!!!
2009.12.17 13:30
에휴..저도 뭐라 말씀을 드리기가..ㅎㅎ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군요..힘내세여~
2009.12.17 16:08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에 와닷는 글입니다
좋은글 잘보고 가요 힘내세요 ~~~ ^^
2009.12.17 16:17
참으로 공감가는 말씀이네요.
요즘 세대가 다그런것 같아요
특히 부모들이 더 하지요
잘못하는 아이를 어른이 나무라면 아이 기죽인다나
참 기가차는 현실입니다
2009.12.17 19:38
2009.12.17 20:24
2009.12.19 12:45
2009.12.20 10:34
나라의 초석이 되는 꿈나무들을 선생님의 소중한 비료로
바르게 자랄수 있도록 해주시는 선생님~~
제자는 스승을 본받고, 아이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란다고 하는데
초등시절 소중한 스승은 부모로써는 더할나이 없는 행복이지요
선냉닌 고맙습니다
2009.12.22 11:04
세대가 바뀔수록 나아지면 좋을텐데
어찌 퇴보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애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고
또 새로운 세대가 나고...
기본이 철저히 무시된 작금의 세태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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