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들은 이야기다.  
팔당 호반에 100평 빌라를 가진 회사 임원이 있었다.

그는 서울 출퇴근에 바빠 그 아름다운 집에 밤 늦게 들어가 잠만 자고 새벽 일찍 나왔다.  
전문대학 교수인 부인과 회사원인 외동딸 역시 마찬가지. 세 식구가 한 식탁에 마주앉기가
주말에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낮에 잠깐 집에 들렀다가 목격한 장면에 그 임원은 충격을 받았다.  
매주 2~3일씩 집안일을 돕는 동네 아주머니가 정원 벤치에 앉아 자신이 아끼는 영국제
찻잔을 들고 빌라를 지키는 경비원 아저씨와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옆 자리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와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라는 두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순간 “나, 이 집 주인 맞아?”란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자신은 집을 소유한 것은 맞을지언정,그 집을 누리며 사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라틴어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다.  
오늘날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이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어 버린다.
  
그래서 돈을 버느라 바쁨의 노예가 되어 행복을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 같지만,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가족과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보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 가족과 자신의 행복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 즉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대부분 희생시켰는데 실제로 미래가 다가왔을 때에는 행복해지지 못한
안타깝거나 슬픈 이야기들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주변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선,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여행 다니기를 소원하고 간청했을 때, ‘미래의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다’며 못해주었는데, 몇 년 후에 아이들이 10대가 되니 더 이상 부모와 함께 여행
다니기를 원치 않는 것을 깨닫고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현재를 희생한 뒤에 기대되었던 행복이 막상 미래에 얻어지지 않는 것은 우리의 가정생활, 직장생활,
사회생활,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미래에 행복해지자고 현재의 행복을 대부분 희생시켰는데, 만약 미래에 행복해지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  
그런데 미래에 경제적인 불행이 왔을 때 보상을 해주는 보험은 있지만, 가족의 불행을 보상해 주거나
미래의 행복을 100% 보장해주는 보험이나 직장은 물론 국가도 종교도 없다. 우리 모두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의 삶을 살아야 한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