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로그인, 회원가입후 더 많은 혜택을 누리세요 로그인 회원가입 닫기

에휴......

2009.12.16 13:50

개굴아빠 조회 수:320

금 학년말 시험을 다 치루었습니다.

 

아이들이야 이제 살맛 나겠지만 안그래도 중학교 배정 원서 작성이니 생활기록부 정리니 방학계획서 작성이니 자기실적평가서니 하는 잡다한 사무 처리로 인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 거기다 성적 처리까지 해야 하니 죽을 맛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속이 답답~~~하니 글이라도 몇 자 끄적여야겠습니다.

 

6학년이라 졸업하기 전에 여러가지 추억들을 남겨주려고 계획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학급 문집입니다.

 

제작 경비 문제로 학교와 실랑이 벌이는 것 쯤이야 20년 짬밥으로 처리할 수는 있긴 합니다만, 한 달 정도 전부터 아이들에게 문집에 올릴 글을 준비하라고 안내를 했었는데도 글 준비한 사람 몇 명인지 시험 끝나고 나서 물어보니 한 녀석도 준비하지를 않았다네요.

 

맥이 탁 풀립니다.

 

 

년에 처음으로 학급신문과 학급문집을 둘 다 만들지 못하는 참사(?)가 빚어졌죠.

 

2학년을 맡아도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해오던 작업이었는데 작년에는 5학년을 데리고서도 시도조차 해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려고 들지를 않습니다.

 

그저 학교 마치고 나서 학원을 뱅뱅 돌다 10시 넘어서야 집으로 잠시 다니러 가는 일이 하루 생활의 전부라고나 할까요.

 

시에 속해 있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나 이해도가 교사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입니다.

 

학원에서 매를 맞으면 "그 학원 참 열심히 가르친다."고 하고 학교에서 매를 맞으면, "요즘 군대에서도 구타가 없는데 어디서 선생이 감히......"라는 생각을 가지고들 있죠.

 

학교 생활 태도야 어떻든 학원 보내서 시험 점수만 잘 나오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런 인식이 대부분 학부모님들에게 팽배해 있습니다.

 

특히 주요(?) 과목 외의 예체능 과목은 실기든 시험이든 아예 신경도 쓰질 않습니다.

 

전인적인 발달이니 하는 건 이 동네 학부모님들께는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라고나 할까요.

 

 

칠 전 옆 반 새내기 선생님이 학급 문집을 만들고 싶으니 제가 만든 것을 몇 권 참조할 수 있도록 보여달라길래 서너 권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그 선생님께서 이러시더군요.

 

"4학년이 쓴 게 가장 나은 것 같더군요.  내용도 알차고 글의 짜임새도 있고요."

 

그럴 수 밖에요.

 

그 아이들도 학원이나 과외를 하는 정도야 여기와 별 차이가 없겠지만 학부모의 태도나 교육에 대한 인식이 여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아이들의 기본적인 지적 능력은 지역이나 부모의 재력이나 명예에 따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잘 살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학부모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제가 볼 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더군요.

 

이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학부모가 갑자기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와서는 수업받는 아이의 뺨을 다짜고짜 때려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아이의 생활 태도에 대해 면담을 하고자 하는 교사에게 "당신이 뭔데......"라며 소리지르는 것은 물론이며 걸핏하면 교육청에 전화를 하네마네 하는 학부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교사에게 이기는 것이 아이 기를 살려주고 아이를 크게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

 

그에 비해 4학년을 맡았던 학교의 학부모님들은 전혀 다릅니다.

 

솔직히 말해 그 학부모님들의 사회적 지위라면 교사는 그들에게 발톱 사이의 때(?) 정도가 될 겁니다만, 그 분들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수업이 마칠 때까지 교실 문 밖에서 기다리시다가 문 밖에서 교사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들어오시더군요.

 

교사도 정중히 인사를 받고 정중히 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좋은 것만을 배울 수밖에 없죠.

 

급식의 경우에도 교실에서 하는 곳이었는데 제일 먼저 교사의 식사를 떠서 가져다 주더군요.

 

어른이고 선생님이니 당연히 먼저 먹어야 된다는 것이죠.

 

이러니 아이들도 교사의 지시나 훈화, 교육에 대해 아주 충실히 따르고 학교 교육의 효과는 확실합니다.

 

 

해도 학급 신문을 만들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처음에 신문 편집일을 맡았던 아이들이 개인적인 일로 교체가 된 후 새로 편집을 맡은 아이들 중에 편집장을 하고 싶은 사람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이가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아니, 솔직히 6학년으로서는 좀 모자라는 정도였죠.) 지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큰 일 났다.'고 생각은 했지만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일단 시켜보았습니다.

 

그랬더니 8개월 정도 지난 지금 그 아이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2학기가 되어 학급 임원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글 솜씨도 놀라울 정도로 변했고 생각의 깊이도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물론 편집일을 보고 있는 다른 아이들도 그 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 있었죠.

 

편집을 그만 둔 아이의 학부모님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무척 후회하고 계시더군요.

 

 

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100명이 어른이 되어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해 보았더니 사회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하나도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연구 결과의 진위에 관해서는 알 수 없는 바이지만 그다지 틀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성공'한다는 것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비전이 있거나 하다 못해 뚜렸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일본에서 가장 머리가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여 미국에 보내 공부를 시켰는데 교수가 가르친 것은 모두 기억을 하고 시험에서 그대로 적어냈더니 낙제를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남이 만들어낸 지식을 외우기만 해서는 아무런 발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비록 결과가 원하는 것이 안된다 하더라도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입니다.

 

에디슨이 전등을 발명하기 위해 9999번의 실패를 하고서 이렇게 얘기했다죠,

 

"나는 9999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전등을 못만드는 9999가지의 경우를 발견했을 뿐이다."라고요.

 

 

무 것도 하려 들지 않는 아이들과 이렇게 만들어 버리는 학부모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합니다.

 

지금 편집부 아이들을 남겨 문집을 만들 것인지 말 것인지 의논해보라고 하는데 그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네요.

 

에휴......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원전 해상 콘도 연락처 [10] 개굴아빠 386 0 2021.09.07
공지 제품 소개(판매 대행) 관련 협조 요청 [27] 개굴아빠 705 0 2012.11.26
공지 [경축] 동낚인 회원 욕지도 운임 약 50% 할인 [267] 개굴아빠 6447 8 2009.11.13
공지 [안내] 사용 약관 및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안내 [19] 개굴아빠 518 1 2009.08.26
공지 [안내] 회원 등급 관련 [263] 개굴아빠 2363 7 2009.08.26
공지 동낚인은...... [151] 개굴아빠 8819 106 2005.10.15
3796 드~~~~~뎌 [22] 조나단 442 0 2010.01.10
3795 동낚인 차량용 스티커 무료 배부 [19] file 백면서생 581 0 2010.01.06
3794 요즘 추우시죠? [8] 호루라기 302 0 2010.01.04
3793 1월3일 밤 호랙 어느물때에 잘 될까요? [8] 조나단 366 0 2010.01.03
3792 경인년 백호띠 [4] 바다코끼리 75 0 2010.01.03
3791 꿈이 이루어지는 한 해 [5] 웅어 54 0 2010.01.02
3790 새해엔 가정에 행복과 함께 항상 어복 충만하시길 기원드립니다. [10] 고아짱구 59 0 2009.12.31
3789 새해 복 많이... [11] 달재 42 0 2009.12.31
3788 새해 동낚 가족 여러분 복많이 받으세요 [41] file 감생이모친 158 0 2009.12.29
3787 동낚가족 여러분..^^ [31] file 은자의 왕국 184 0 2009.12.29
3786 연락처 아시는분..~~~~~ [4] file 터뷸런스짱 183 0 2009.12.28
3785 감성돔 이빨표본 [12] file 카리스마 251 0 2009.12.27
3784 거제도) 호랙낚시겸 해맞이명소 소개및 재미난 청어낚시.. [22] 호렉 432 0 2009.12.26
3783 볼일이 있어 가려는데 같이 갈 사람은 없고... [5] 주우 349 0 2009.12.23
3782 아~~호랙낚수 [27] 조나단 449 0 2009.12.20
3781 낚시꾼 전문식당 오픈 - 내용 삭제 처리 - [8] 경남낚시 507 0 2009.12.19
» 에휴...... [15] 개굴아빠 320 0 2009.12.16
3779 달과 조석현상의 연관성에 대한 고찰 [24] 카리스마 306 1 2009.12.10
3778 ▶◀ 지예아빠님 조문 [8] 민지아빠™ 647 0 2009.12.05
3777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51] 아트 972 0 200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