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며칠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간 밀린 때를 밀기 위해 동네 목욕탕을 찾게 되었죠.
명절 앞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근데 목욕탕 가면 늘 한 두명씩 눈에 띄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깍두기 행님들이죠.
마치 온 몸이 도화지 인양 용이며 호랑이 독수리 등의 동물 그림을
그려놓고 뽐내기라도 하듯 의기양양하게 서너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 위에 혼자 엎드려 누워 있는 걸 자주 봅니다.
그 사람도 그 복잡한 사우나 실 의자에 혼자 벌러덩 드러누워
트로트를 부르며 흥얼 거리고 있었습니다.
참.. 보기 안 좋은 장면이더군요. !
어느정도 땀이 나자 저는 사우나실에서 나와 냉탕 한바가지 뒤집어 쓰고는
따스한 온탕으로 몸을 밀어 넣었죠.
온탕 안에는 한 두어살 되는 이쁜 꼬마애가 있었는데..
어찌나 애교를 부리는지..^^;;
탕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손짓으로 인사를 하며 생글거립니다.
워낙 애를 좋아하는 저인지라.. 저 역시 반갑게 웃음으로 대답을 했죠.
그.. 근데..
갑자기.. 이 녀석..제 얼굴을 생글거리며 보다 말고
얼굴에 웃음이 싹.. 가십니다.
그 해맑게 웃던 아이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눈.. 언저리가 시뻘겋게 변하더니...
잠시 후.. 탕 속에서는..
도..도저히.. 아이의 양이라고는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변이 두 덩이 불쑥 떠오르더군요.. -_-;;
순간 변을 발견한 사람들은 불이나케 물 밖으로 뛰쳐 나갔고..
아이의 아빠는 난감함에 어쩔 줄 몰라 아이를 물 밖에 내고는
손으로 그걸 떠내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근데 문제는 이 꼬마 녀석 .. 평소에 설사를 많이 하는지..
손으로 뜨려고 몇 번 물살을 헤치자..
스르르.. 흩어지며 물 속에 자연스럽게 융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대.. 대략 난감한 상황.. -_-;;
아직도 그 아저씨의 난감한 표정이 눈 앞에 생생히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목욕탕 관리인 에게 얘기를 하려는 지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사건은 터졌습니다.
막 사우나를 끝내고 후끈한 몸으로 나온 깍두기 행님..
뭐라 말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누가 말릴 세도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온탕으로 펑덩... -_-;; 뛰어들었습니다.
그..그리고.. 이내 잠수....!
-0-;;;
욕탕 안에 모든 사람은 앞으로 벌어질 대 참사에 대해
예상이라도 한 듯 얼어 붙은 채로.. 그 깍두기가 물밖으로 나오기만
쳐다보고 있었고..
그 순간 욕탕 관리 아저씨와.. 그 아기아빠가 들어오더군요.
그 깍두기.. 거의 한 40초 정도를 잠수 하더군요.. ^^;;
그리고는 물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구수한 대구 사투리 작열..
" 푸하..!!!! 황토탕이라 물이 매끈매끈 하이 쥐기네..
순간 관리인 움찔 하더니.. 모른 척 밖으로 나가 버리고.
그.. 그 아이 아빠는 지긋히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그.. 근데.. 그 깍두기.. 샤워하고 나가는 동안
아무도 얘기 안 해줬따는.. ㅋ
끝까지 황토탕인 줄 알고 나갔다는..
이상 마틴이었슴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