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보세요 ^^


이 이야기는 4년 전.


친한 형이 장사하는 족발집에서 배달 알바를 하고 있을때의 일입니다.


어느 주말.


가게 사장인 '친한 형'의 친구들이 가게로 놀러왔습니다.


이 날이 마침 그 형들 중,


한 명인 일명 '똥개 형'의 생일이라 그 친구들이 오랫만에 시골에서


대구로 놀러온거죠..(형들 고향은 경북 군위. 여기는 대구 칠곡)


일단 저희 가게가 새벽 2시에 문닫는 관계로...


형들은 가게에서 한 잔 한다며 족발,보쌈에다가 술을 시켜 먹더군요.


전 12시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일끝나고 12시부터 앉아서 같이 술을 먹었습니다.


대충 새벽 1시쯤되자 저녁부터 술을 먹은 형들 술이 기분좋게 취합니다.


전 술을 먹은지 얼마안되었으므로 멀쩡했고, 혼자 홀짝홀짝 소주잔을 비웠습니다.


술과 담배만큼... 여자에게도 환장을 하는 시골에서 온 "시꺼먼" 형들.


술이 조금씩 취하자 슬슬 여자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 중 한 명의 형이 제안을 합니다.


형 1 : 야... 여기 여자 좀 불러봐... 술먹는데.. 아이씨.... 여자 없냐??


형 2 : 그래그래.. 술묵는데 여자가 없노... 민아~ 니 친구들 없나.. 좀 불러봐~


나 : 없는데요~ 짐 시간이 몇신데 친구들을 부르겠어요~ 벌써 1신데..


재밌고 좋구만요... 자~ 형들 한잔 합시다~


(있어도 부를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재밌기도 하지만 솔직히 무서운 분들입니다.)


형들 : ........


씨발~ 조온나~~~ 술 맛 떨어지네.. 여자없으면 술 안묵는다~~~~


나 : -_-;;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그러다 형 한명이 갑자기 무릎을 팍 칩니다~


형 1 : (정색하며) 야. 야. 그럼 가게 마칠때까지...


커피나 한잔 시켜서 아가씨랑 놀자~ 어때??


형 2, 3 그리고 가게사장형 : .............


맞네~ 으하하하하~ 그라자. 민아~ 다방에 빨리 전화해라~ 어서~ 빨리~ 냉큼~


나 : 그냥 먹던 술이나 묵지.. 뭔 다방이야..


그러면서 저도'솔직히' 조금의 기대는 했습니다.


솔직히 남자란 다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는 다방에 전화를 했습니다. 띠리리리링~~~~ 신호음이 가고.


기대와는 다르게 웬 허스키한 목소리의 아줌마가 전화를 받습니다.


아줌마 : 예, XX다방입니다..


나 : 예, 수고하십니다.. 지금 커피 배달됩니까??


아줌마 : 지금이요? 원래는 배달되는데.. 오늘 아가씨들이 일찍 퇴근해서


배달갈 사람이 없어 가지고예... 그래서 지금은 안됩니대이..


나 : (수화기를 막고..) 형.. 짐 커피 배달안된다는데요~


형 1 : 뭐?? 이 씨퐐~ 전화 도봐라~!! 이 다방이 미쳤나.


(전화를 뺏어서 들고는...) 여보시오~


아줌마 : 여보세요~


형 1 : (소리를 지릅니다) 아~ 사장님~ 배달이 안된다꼬예??


아줌마 : 아~~~ 거 귀째지겠네~ 진짜.. 예~ 오늘 배달안되예~


형 1 : 어허~~~~~~ 장사하시는 분이 이렇게 꽉 막혀서..


장사 우째 해물라 합니까..


사장님예... 배달갈 사람이 없으면~ 사장님이라도 배달을 와야지~


이런 불경기에... 안그렇습니까~ 빨리 커피 다섯잔 부탁합니대이~~


사장인 아줌마 : (혼자 생각을 좀 하고는.....) 거기가 어딘데요?


형 1 : 여기가 어디냐면요~ owidfsklfnwrjofhsfd 족발집거등예~ 아시겠지요?


몇 번 커피 시키묵었는데~~~


사장인 아줌아 : 아~ 네... 근데요... 제가 짐 친구랑 같이 있는데...


같이 가도 되겠어요?? 친구 혼자 놔두고 갈라카이 좀 그렇네.


형 1 : 아~ 물론입니다~


친구분 혼자 심심하그러.. 델꼬 오세요.


사장님 의리가 넘치는 분이시네~~ 친구 아입니까~~ 빨리 오이소~


(전화를 끊고는 우리에게) 야~ 배달 사장이 온단다. 괜찮재?


그리고 친구도 하나 데려 온단다~


할 수 없지.. 기냥 아줌마랑 놀자~ 친구들아~~~


'할 수 없지'라는 말의 뉘앙스와는 틀리게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형들 : 그래... 할 수 없으니 뭐... 아줌마라도 어쩌겠냐..


이 반응 역시 전혀 싫어하는 반응이 아닙니다.. 여자라면 연배를 가리지 않는 '시꺼먼 형들..'


기분이 서서히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생일인 똥개형에게 연신 축하를 부르며


연거푸 술을 들이킵니다;;;


대략 10분 뒤...


커피 시키셨지예~~~~~


란 찢어질듯한 목소리와 함께


드디어 다방사장과 그 아줌마의 친구가 들어옵니다.....


보아하니 나이가 40대 후반 정도되어 보이더군요....


똥개형 : 아~ 진짜 사장님!! 왜 이리 늦었습니까~ 눈빠진거 보입니까 안보입니까...


커피 빨리 다섯잔하고... 카고.. 잔이 모자라네...


저기 주방에 가면 잔있거등예~ 남는 커피 태워드시고예..


빨리 잔 갖고 와가 앉으소~ 주방에 재떨이 있으니깐 올때 한개 갖다주시고예..


배달이 오자마자 정신없이 커피 한잔씩과... 심부름을.... 담배를 입에 문 상태로...


거침없이 시키는 27번째 생일을 맞은... 똥개 형....


사장아줌마 : 아~ 정신없구만... 쫌~~~~ 잠깐만 좀 기다리 봐라~ 아지야~


한개씩 하자~~~ 한개씩~~


잠시 뒤.... 앞에 한 잔씩의 커피를 나란히 놓고 앉은.


우리 일당과 다방아줌마 일행.... 첨엔 서서히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니..


이윽고 서로 술잔을 주고 받습니다.. 그리곤 웃고 떠들고 술마시고 장난치고 농담합니다....


마치 십 년을 알고 지낸 옆집아줌마와 이웃집 총각들처럼...


술이 더 들어가면서.. 택도 아닌 이야기에 배를 잡고.. 넘어갑니다.....


형들 : 하하하~~~ 그래서 그 새끼 별명이 '로보트'라니깐.


으아아하하학학~~~~~ 배째~~~엔다~~~~~~ 으허어허허허....


..................


다방 사장아줌마& 친구 : 골골골골골~~ 나도~~~~~ 숨~~~~~~~ 넘어간다~~~~ 골골골~~~


다들 웃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전 아직 술이 덜 취해서.. 술이 취했다면 나도 저랬을걸 생각하니... -_-;;


그렇게 웃고 놀다가 갑자기 다방 사장아줌마.. 정색을 하며 27째 생일을 맞이한


똥개형에게 뜬금없이 한 마디 물어봅니다~


사장아줌마 : 근데 총각은 군위 하나로트에서 일하나??? 하나로마트 조끼입었네??


(농협 하나로마트. 아시죠 다들?? 시골에서 온 형들 모두 군위 하나로마트에서 일하는데..


그 중 오늘 생일인 똥개형이 하나로마트 조끼를 입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바로 대구온다고 옷을 안갈아입고 와서 그랬겠죠.)


똥개형 : 앗!! 맞네... 내가 왜 아직 조끼를 안벗었지??


(조끼를 벗으며..) 예.. 일한지 한 1년 정도 됐지예....


담에 하나로마트 한번 놀러오소~ 저 찾아오면 잘 해드리께예~


사장아줌마 : 음... 그럼 아지야고향이 군위가??


똥개형 : 예.. 군위 맞지예~ 여기 있는 제 친구들 다 고향이 군위고,


아직도 다같이 군위에 산다 아입니까~ 하나로마트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으하하~~ 사장님 군위 어딘지 아십니까??


ㅋㅋㅋ~~ 군위사람들끼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없는데~


사장님은 얼굴보니깐 군위사람은 아니네~~


형들 : (잠시 침묵...)


........................


........................


(그리고는;;;;)


크하하하하하하하~ 잘봐라 임마~ 옛날 우리 옆집살던 아줌마랑 똑같이 생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진짜 웃기가 술을 못묵겠다~~~~~ 하하하


물론, 옆집살던 아줌마란 말은 형들의 썰렁한 농담들이죠...


바로 그 때.... 다방 사장아줌마가 한마디 던집니다...


사장아줌마 : 아이다. 아지야~ 사실은 내 고향이 군위아이가~~~


그런..... (말을 할려다 갑자기 끊습니다;;; 뭔가 '앗차'싶었나 봅니다)


가게안의 에브리바디 : (고향이 "군위??!!"라는 말에... 순간 말이 없어짐).. ;;;;;;;


분위기 급속히 싸해지고..... 모두들 조용합니다....


사장아줌마 역시... 그리곤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그리고 그 분은 그 표정을 유지한 상태로 똥개형을 향해 눈을 야립니다...


똥개형 역시 고개를 숙인 상태로 사장아줌마를 향해 눈을 치켜뜹니다...


잠깐동안의 고요...


으윽고 다방 사장아줌마가 한마디 합니다....


사장아줌마 : 성진아.. -_-;;;; (똥개형 이름이 성진입니다... 물론 여기선 가명입니다)


성진이형 : ㅎㄷㄷ;;;;;;;


사장아줌마 : 니 성진이 맞재~~?!!


성진이형 재빠르게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비벼끄고는....


무릎을 꿇고 얼굴이 벌게져서 얘기합니다.


성진이형 : 네.. 저 성진이 맞습니다...


.............


작은 고모님;;;;;;


저희들은 어안이 벙벙합니다.. 뻥됐습니다~


에브리바디 : 이런 쉬봘;;;;;;;


5년같은 5초가 흐릅니다.. 그리고는 성진이 형이 우리들을 향해 소리칩니다.


성진이형 : 뭐하노!! 빨리 인사안드리고...


우리 막내 고모시다!!!


............. 황당..


저희 네 명.... 재빠르게 담배를 끄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리들 : 안... 안녕하십니까~ 고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세상이 좁다하나.... 세상에 이런 일이......


사장아줌마.. 아니 성진이형 막내고모도 황당한지 손을 살짝살짝 떨고 있었습니다.


막내고모님 : 우... 우.. 우리 성진이 10년전에 보고...


한번도 못보고... 지금 처음 보는데 많이 늠름해졌네. 아하하하...


(막내고모님 많이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성진이형은 어릴때부터 띵띵했다고 들었는데.. 늠름해졌다니... ㅋㅋㅋ


저런 택도 아닌 소리를 하는걸 보면.... 역시 제 정신 아니었던 듯 합니다.)


성진이형 : (순진한척.. 살짝 쪼개면서.. 머리를 막 긁적입니다. 보는 내가 토할뻔..)


아.. 아니에요... 고모... 살이 쪄서 그래요~


참... 고모 잠깐만요~ 야~ 빨리 가서~ 족발 좀 썰여와봐라..


막내 고모~ 족발 좀 드리자....


고모... 고기 좀 드셔보세요.. 여기 족발 진짜 맛있습니다...


(형~ 지금 얘기하지만 고모님 지금까지 족발 많이 드셨거든요!!)


방금전까지만 해도 배달오라고 고모에게 소리를 지르던,


담배를 입에 물고 고모에게 심부름을 시키던,


같이 술먹으면서 지저분한 온갖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그'가 지금 고모앞에서 순진한 척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완전 ㄷㄷㄷ;;;



막내고모님 : 아.. 아니다.. 아이다.. 인자 니 얼굴도 봤으니깐 가봐야지...


(뭘 얼굴을 봤으니 간다고.. 조카보러 온것도 아니면서.


이쪽도 고모보려고 커피시킨것도 아니고.)


성진아~ 커피는 공짜니깐 돈은 됐고.. 담에 고모 가게로 한번 놀러 온내이~


니 한 번 놀러안오면 고모가 섭섭하대이~ -_-;;


성진이형 : (또 쪼갭니다) 앗~ 예.. 놀러 가겠습니다~ 고모.. 그럼 가보실려구요??


제가 진짜 조만간 가게로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막내고모님 : 그리고 성진아~ 너거 아버지한테는 절대 나봤단 얘기하면 안된대이~ 알재??


너거 아버지한테 잡히면 고모 어떻게 되는지?? 고모가 부탁 좀 할게..


성진이형 : 네.. 걱정 하지마세요... 아무 말도 안할게요....


(나중에 들어보니 이 고모님이 성진이형 아버님의 땅을 팔아먹고


도망갔다고... 그 돈으로 다방차렸겠죠~~ -_-;;)


막내고모님 : (급히 커피잔 등을 보자기에 싸며) 그럼 고모는 이만 가께.. -_-;;;


우리 성진이 술 넘 많이 먹지 말고.. 담에 꼭 놀러온내이~ 알겠재~


고모간대이... 친구들도 재밌게 놀아요~~


우리 일당 : (가게 앞까지 따라나갔습니다.)


네.. 그럼 고모님~


운전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ㅠㅠ


고모님과 그 친구는 가게앞에 세워뒀던 텍트바리를 타고~ 빠른 속도로 어둠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그 분들을 보내고는.. 다들 자리에 앉아 귀신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었습니다....


정적속에 가끔씩 혼잣말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씨팔.. 쒸발... 씨바... 시빡... 쓰벌~(여긴 경상돈데??)이라는 여러가지 버전의 아름다운


감탄사들만 말이죠....


그 이후..


술기분이 다 틀어진 저희는 한참 뒤 그냥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형들은 한 명이라도 없이 못사는 고향친구들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아무도 성진이형에게


단 한 마디의 말도 못하고 눈치만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날 헤어지며 성진이형은 그 충격때문인지 혼자 술먹으러 간다는 말을 남겼고..


그 뒤로 한참동안 아무와도 연락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지금도 성진이 형을 만나면 그 때 그 이야기만큼은 입밖으로 꺼내지도 않는게 대한민국 헌법처럼


지정되었고, 궁금한 막내고모님소식도 성진이형을 제외한 저희 모두 알 길이 없습니다~


성진이형 막내고모님~~~ 잘지내시죠;;;; 언제 가게로 배달 한번 오세요~~~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