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에 이상이 있어 갔을 때는 아뭇 소리도 안하던 치과에 오늘 갔더니 풍치가 심해 결국은 뽑아야 되니 어쩌구 하는 바람에 열 팍팍 받다가 결국 하나 뽑고 나서는 짜증 제대로 난 상태로 있으려니 휴대폰에서 디스코풍의 "넓고 넓은 바닷가에...♬♪" 음악이 흘러 나온다.

100개 가까이 저장된 회원님들 중 한 분의 연락이라는 것은 확실하고......  액정에 보이는 글자는 "메르치".

"행님, 머 합니꺼?  오늘 날도 좋은데 여수 가이시더."

"아, 봇소.  이 하나 뽑고 낭께 미티겄다.  가기는 오데로 가."

"그 뭐 두어 시간만 지나믄 됭께 가이시더.  백면님한테 연락해보께예."

뚝.(전화기 끊어지는 소리)

ㅡㅡ;;

조금 있다 다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와?"

"행님, 메르치님이 이래저래 카던데예.  갈낌미꺼?"

"아... 띠... 가기는 오데로 가.  이 뽑고 낭께 미티겄거마는......"

"그래도 저래샀는데 가기는 가야겄슴다."

또 뚝.

ㅡㅡ;;

어쨌든 여차저차 9시 넘어 출발을 해서 백면서생님을 태우고 메르치님 댁으로 가는 도중에 연락이 된 민지아빠님도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수를 가자는 강력한 주장이 나왔지만 다행히도 일단 다구와 주도방파제에서 한 번 담궈보고 안되면 유촌이나 동해면쪽으로 가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미끼는 청개비 한통과 사백어 3천원어치.

다구에 도착하니 메르치님과 민지아빠님이 슬쩍 찔러 옵니다.

"행님, 오늘 뽈라구 적게 잡은 쪽이 국밥 사기로 하까예?"

그럴만도 했습니다.

적들의 장비는 공*대, 어*대에 원줄은 0.8호, 목줄은 0.4호, 가지바늘 채비에 좁쌀 봉돌.  주력 미끼는 사백어의 완벽한 FM 채비.

아군의 장비는 민물대에 원줄은 3호, 목줄은 0.8호, 봉돌은 2B에 외바늘.  주력 미끼는 청개비.

그나마 제가 쓰는 원줄은 처박기 줄 못쓰는 거로 묶어둔 허연 색깔의 줄.

M-60과 새총, F-15와 행글라이더, 이지스함과 택태기, 항공모함과 전마선, 미사일과 짱돌 수준이라고 할 수 밖에는 없는 차이였습니다.

살짝 불안감이 스치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발을 뺄 수도 없는 형편.

각각 두 팀으로 나뉘어 적군은 긴 방파제, 아군은 작은 방파제로 진입하여 전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아군들에게 올라오는 놈들은 모두 우럭들.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판단에 30분 정도 후 정찰을 위해 적군 진지를 염탐하러 갔습니다.

안습.

이 말 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잠시 후 적군이 장악(?)한 방파제에서 적군이 노리지 않는 어두운 쪽을 공략하여 쓸만한 씨알의 첫 수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 있다 민지아빠님이 멀리서 봐도 새끼손가락만한 놈을 잡고 한참을 쬐려보며 확인하더니(이 부분이 아주 중요합니다.  ^^;;) 드디어 볼락을 올렸다며 방생하자는 아군의 주장에도 기어코 마릿수 욕심인지 두레박에 넣더군요.

승부는 냉정한 법이니 어쨌든 수용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후 2시 30분 정도까지 주도 방파제와 다구찜질방 방파제를 전전했으나 아군측에서 다시 볼락 한 마리를 더 추가했을 뿐 더 이상 볼락은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2:1(?)로 패배(우럭까지 포함한 마릿수에서도)한 적군측에서 제공하는 감자탕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의기양양...이 아니라 쪼매 미안한 맘으로 돌아왔습니다.

참, 아래 사진이 민쟈빠님이 낚은 볼락(?)이라고는 절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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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