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다녀왔습니다.




내면 깊숙히 숨겨진 서먹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그런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맹목적인 낚싯꾼이 되어버린 부끄러운 나의 모습과 정면으로 만나게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시 마음을 비우면 잃어버렸던 나의 본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그런 장소입니다.
언제라도 다시 찾고 싶었던 곳, 멀리 백야도가 바다라다 보이는 여수,
그곳에서 나와 바다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동낚인 선후배님들 반갑습니다. 백면서생입니다.
사정상 이름을 밝힐수 없는 파트너님(?)과 뽈을 찾아 여수에서 짧은 밤(?)을 보내고 왔습니다.




청춘시절에 유행처럼 즐겨 읽었던 서정윤님의 詩 "홀로서기"의 첫구절을 생각 했습니다.
"만남은 기다림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낚시 또한  반드시 고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백년도 살지못할 인생, 바다가 그리워 떠나고 싶을때 마음속에 그려두었던  자신만의 장소에, 싸구려 민장대 한개 달랑 챙겨들고 훌쩍 떠나 보십시요.
쿨러속에 남이 들으면 우스울 개똥철학 한개라도 담아 올수 있다면 그 또한 손해 없는 출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수 백야도 연육교와 인근 방파제들의 모습입니다.
작년 봄, 개굴아빠님의 "유배지 일기" 를 통해서 여러차레 소개 되었던 장소입니다.
몇번을 가봐도 질리지 않는 조용한 곳 이지요.
낚시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당연 칼(?)싸움도 없습니다.
머리 식히고 싶을때,  드라이브 겸해서 훌쩍 떠나보기 딱 좋은 곳 입니다.




어제 오후 5시경 도착해서 초저녁에 놀래미 몇마리와 우럭을 잡아서 간단하게 소주 한잔하고 어두워 지면서 본격적으로 뽈을 더듬었습니다.
뽈들이 있을까 싶었는데...있더군요. 씨알도 상당 하였습니다. 큰 넘들은 20cm가 넘더군요.
바닥권에 있을거란 예상과 달리 상층에서 뜨서 무는 경우가 많았고, 예민한 입질 탓에 챔질의 어려움이 많아 올리다 떨군 넘들이 부지기수 였습니다.
너무 멀어 자주 찾아 갈수 없는 것이 한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어제 잡았던 뽈 들입니다. 뽈 특유의 채색이 너무도 예쁘더군요.
뽈락, 우럭, 노래미들을 합해서 총 25마리 정도 였습니다.
오랫만에 즉석에서 뽈락 회뜨서 소주 두병째 비웠습니다.
기름기가 좌르르 흐러는 즉석 뽈락 회 맛이 어떤지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요.^^
간조가 되면서 입질 뜸 해지길래 몇군데 자리를 옮겨 봤으나 더이상의 뽈은 찾질 못햇습니다.
4월 본격적인 봄 뽈락 시즌이되면 꼭 다시 찾아 갈까 합니다.
쓰고 싶은 내용이 많지만 월말이라 시간이 바쁜 관계로 자세하게 적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진으로라도 눈요귀 하시길 바래 봅니다.


백면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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