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는 처가에 호래기를 많이 가져가지는 못했습니다.


초반 시즌 말고는 설 며칠 전에 스무 마리 남짓 가져다 드린 게 전부죠.


그런데, 설날에 처가에 갔더니 장모님께서 호래기 젓갈을 맛있게 담궈 놓으셨더라고요.


처형도 요즘 조카들이 호래기 젓갈로만 밥을 먹는다고 하고요.


어쩔 겁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야죠, 소문난 곳으로.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낌이 쌔~~~ 한게 혼자 꼴방 치려니 좀 아쉽다고나 할까.


마침 카톡으로 메시지 날린 휘자님께 그 섬에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덥썩 미끼를 무시더군요.


그 다음엔 차를 타고 가다가 추사샘한테 전화를 하니 0.3초간 깔짝 대시더니 또 덥썩.


어쩌다보니 초, 중, 고 샘들끼리 가게 되었습니다. ㅎㅎ



잔치판에 술이 빠지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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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파전도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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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국수는 없고 보리 비빔밥입니다.


많이들 아시는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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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있던데 사진에는 어떻게 보니 좀 더티(^^;;)하달 수도 있게 나왔네요.


여하튼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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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밥 잘 먹고 나오니 추사샘 신발을 다른 사람이 바꿔 신고 가버렸네요.  ㅡㅡ;;


배 시간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배를 타러 가긴 했습니다.


하기야, 뭐 잡을 도리도 없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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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으로 가는 배에 탄 그 동네 아이들.


분교에는 모두 7명이 있다고 합니다.


교사는 모두 세 명.


그래도 배타고 육지에 있는 학원 다녀가는 길이랍니다.



배에서 내려보니 호래기 꾼은 다행히(?) 우리 뿐.


민박을 잡고 포인트에 진입해서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추사샘이 첫 수로 호래기 바늘에 볼락을 올려버립니다.


아직 가로등 불이 켜지기 전이라 볼락 낚시로 바로 전환해서 채비를 던지니 쓸만한 씨알은 별로 없지만 제법 재미가 있습니다.


호래기가 비치길래 호래기 채비를 하고 있으려니 동네 분 세 분 정도가 왔다 갔다 하시는데 아주 양반들이십니다.


혹시나 또 텃세 치를까 걱정하였더니 포인트 특성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고 볼락 특효 미끼인 호래기발까락(어떤 분과는 아무 상관 없음. ㅋㅋㅋ) 미끼도 설명해 주시고 참 친절하시더군요.


그런데, 생각보다 입질도 없고 씨알은 10월 시즌 싸이즈인데다 저한테는 아예 물어주지를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30마리 가까이 할 때까지 저 혼자 빵 마리. ㅠㅠ


그런데, 바람이 슬슬 터지기 시작하더니 몸이 휘청휘청하며 날아갈 정도입니다.


사진에 보시면 몸을 뒤로 젖히고 있는 것이 바람 때문에 그런 겁니다.


완전 태풍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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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 속에서 바닥을 완전 긁어 어찌어찌 몇 마리씩 하고 만조가 되어 아예 입질이 끊어지기에 잠시 충전을 하기로 하고 민박에 가서 라면 한 그릇 끓여 먹고 1시간 정도 눈을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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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맞춘 알람 소리에 끙끙대며 일어나 여전한 강풍 속에 채비를 날려보지만 호래기는 다들 어디로 갔는지 전혀 입질이 없습니다.


저 혼자 약간 떨어진 다른 포인트에서 어찌어찌 대여섯 마리 잡고 오니 추사샘과 휘자님이 호래기발까락(다시 말씀 드리지만 동낚인의 동일 닉네임 가지신 분과는 아무런 상관 없음.  ^^;;)을 미끼로 해서 젓볼락을 연신 잡아내시더군요.


현지 주민 말씀으로는 호래기 다리를 잘라 볼락 미끼로 쓰면 끝내 준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침묵 속에 바람만 탱탱.


7시 첫 배를 탔는데 여전히 어둠이 짙게 깔려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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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아낸 볼락들 중 한 놈은 대략 18cm 정도 되고 나머지는 기준 미달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날 잡아 볼락 치러 한 번 가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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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잡은 호래기는 모두 44마리.


두 분은 50~70 마리 정도 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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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1. 호래기 잡다 사람 잡겠네.


  2. 소문난 잔치 끝난 집 가봐야 묵을 거 엄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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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