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긴긴 겨울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는 장마보다 더 끈질기게 내리고 예전에 볼 수 없었던 3월의 폭설은 낚시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군요.

 

이런 조행기를 올려야하는지 고민하다가 조행기에 글 올라오는 것이 굶주린 시절의 보릿고개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랜만에 문을 두드려 봅니다.

 

지난 주 토요일 영등철 감시 손맛을 보기위해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다가 선택한 곳. 나홀로 갯바위 출조를 하였습니다.

야심한 밤에 차를 몰고 산길을 돌아돌아 도착한 곳은 거제 가배입니다.

 

 

 

 

하루 전에 몰아친 강풍과 너울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갯바위에 하선을 하고보니 너울성 파도 때문에 낚시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틀 전에 거제 여차에서 현지인이 너울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하루만에 시신을 찾았다는 선장님의 말씀에 항상 안전이 제일임을 명심하고 낚시에 임합니다.

 

 

 

 

비록 감시 얼굴보기 위해 출조를 하였지만 워낙 어복이 없는 사람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낚시대보다 뜰채를 먼저 펼치는 것이 기본이겠죠.

 

 

 

 

새우 한 마리 예쁘게 끼워서 캐스팅을 해봅니다.

예쁜 새우만큼이나 예쁜 감시 한 마리 물어줘야 할텐데...

 

 

 

 

그러나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너울성 파도에 입질 파악이 힘드는군요.

파도의 기가 죽을 때까지 조금 쉬는 수 밖에...

 

 

 

 

중날물이 진행될 즈음에 서서히 파도가 숨을 죽입니다.

수심 10m. 바닥을 팍팍 긁어서 성게도 따고 불가사리도 채취하고 해삼도 따 보았지만 비늘있는 녀석들은 약은 입질만 할 뿐입니다.

 

 

 

 

어느듯 준비해온 밑밥도 바닥을 드러내고 오늘도 녀석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간간히 들어오는 입질에 챔질을 하면 이런 녀석만 얼굴을 보여주는군요.

이 영등철에 마릿수 욕심 부릴려고 낚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낚시인의 마음 속엔 누구나 대상어의 얼굴은 한번쯤 보고싶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이어지는 묵직한 손맛. 4짜다.^^

하지만 네가 아니란다.

 

 

 

 

이쯤되면 마음을 비울 때입니다.

낚시란 늘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한 도전이거늘 때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날도 있겠지요.

더 넓은 바다를 품에 안고 때론 혼자서, 때론 좋은 사람들과 세상의 순리를 배우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죠.

 

 

 

 

거의 간조가 될 무렵, 전형적인 이단 입질에 찌가 시원하게 사라집니다.

 

챔질.

쿡쿡대며 처박는 이 느낌.

얼마 만에 느껴보는 희열인가요.

경인년에 처음 만나보는 녀석입니다.

 

 

 

 

비록 사이즈는 3짜 중반 될까 말까하지만 저에게는 정말 반가운 녀석이랍니다.

 

 

 

 

얼마간의 시간 동안 더 노려보았지만 고마운 녀석 한 마리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감시지존님들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귀가후.

비록 보잘것 없는 조과이지만 회를 좋하하는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얇게 쓸어서 주면 잘 먹습니다. 눈물겹게 잡은 한 마리로 두 접시가 나옵니다.

 

 

 

맛보지 않아도 아이들 입에 넣어주는 맛 또한 즐겁지 않습니까.

 

 

 

 

하루종일 낚시에 힘들어도 마눌님과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 주어야 또 바다를 볼 수 있기에 늘 낚시후기는 이렇게 마무리가 됩니다.

오랜만에 두서없이 적은 글이라 뭔가 매끄럽지 못한 느낌입니다.

날이 풀리고 봄날이 오면 가끔씩 볼거리, 읽을거리를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모두들 立春大吉 建陽多慶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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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람은 상대방의 장점을 잘 찾아내며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