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우선 작년 12월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송년회 준비를 하던 중 2005년에도 모 술회사에서 진행했던 송년회 지원 이벤트가 생각이 나 그 회사 홈페이지를 열어 응모를 하고 나서 창을 닫으려는 순간 갑자기 10년 넘게 소식이 끊겼던 초등 동창이자 죽마고우가 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학교도 서로 달랐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는 지역마저도 달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항상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결혼식 때에도 서로 오가고 하던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인 친구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회사 홈페이지 관리자 메일로 간단한 메일 하나를 썼다.

"박ㅇㅇ이라는 친구를 찾는데 연구실에 근무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혹시 아직도 근무한다면 연락을 하고 싶다."는 내용을 적고 휴대폰 번호도 함께 남겨두었다.

뒷날 아침 처음보는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하나 떴고 나는 학부형이거나 잘못 걸려온 전화려니 생각하고 무심결에 전화를 받았다.

"혹시 ㅇㅁㅁ 씨 아닌지요?"

"네, 그렇습니다만......"

"...... ㅁㅁ아, 내 ㅇㅇ이다.  아침에 출근하니까 홈페이지 관리팀에서 연락이 왔더라."

이렇게 10년이 넘게 끊어졌던 죽마고우와 다시 연락이 된 후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본 것은 올해 설날 고향에 들른 친구를 한 시간 남짓 커피숖에서 본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생각날 때면 퇴근하다가도 전화기를 들어 한번씩 안부를 묻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 여름방학 끝 무렵 모회원과 저도 옆 양식장에서 낮부터 갈치 낚시를 들어간 날(낮에 멜빵바지 입고 흰 티 입은 회원이 해골바위 간다고 옆으로 횡하니 지나가고 저녁에는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원로 두 분이 전마선을 저어 나타나고 늘 그 자리 지키던 200마력 보트와 ㄷㅋ행님 표현에 의하면 '냄비실은' 130마력 보트도 출현한 그 날) 햇살이 뜨거워 갯바위에 잠시 은신해있을 때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ㅁㅁ아, 니 낚시 쫌 한다캤제?"

"... 어... 어... 머... 그렇다꼬 할 수는 있을 수도 ......"

"내가 한 번도 바다 낚시에서 재미를 본 적이 없거등.  요즘 머 잡히노?"

"머... 갈치하고 전갱이가 대세지."

"됐다, 그라모 전에 너거 집사람 얼굴도 몬 봤응께 이번에 부부 동반해가꼬 낚시 함 가자."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노도 못젓는 친구를 태우고 부부 동반이라......

연구 끝에 2주 후에 좌대를 타기로 했지만 다행히(?) 태풍이 오는 바람에 다시 몇 주가 연기되었다.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손맛은 아니라도 명색이 바다낚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니 적어도 술 안주라도 장만을 해 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갈치 낚시 대회를 전 후 해서 좌대에서 올라오는 갈치 마릿수는 뚝 떨어져버린 상황을 보니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고는 체면 유지도 못하게 생긴 것이다.

거기다 3주만에 돌아온 쉴토.

아무리 친구지만 접대낚시임은 분명할 것인 터, 접대낚시를 겸한 나름대로의 즐길 수 있는 낚시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그렇다, 거기다.  거기라면 요즘 내가 찾아다니는 무늬오징어를 확실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어느 정도의 조황도 보장될 것이고......'


토요일 이른 오후 북마산에 있는 모 낚시점에서 만나 바다낚시를 위한 초보자용 필수 채비를 챙겨주고 출발, 그곳으로 들어가기 위한 항구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4시 20분.

주말이다보니 함께 들어가는 손님이 그 작은 배에 꽉 차 있다.

섬에 들어가 대략 짐을 정리하고 채비를 묻는 친구에게 다른 말 없이 오징어 채낚기 채비를 해 준 후 낚시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고는 포인트에 진입한 시각이 대략 5시 30분 경.

포인트에 10분 이상의 조사님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약간의 캐스팅 공간이 확보되는 곳을 찾아들어가 붉게 물든 저녁놀을 바라보며 기대감에 찬 첫 캐스팅.

40m 정도 전방에 에기가 안착을 한다.

'저 곳이라면 수심은 대략 12m, 조류가 천천히 흐르고 있고 바람이 조류와는 반대로 불고 있으니 3.5호 에기의 침강 속도는 대략 초당 40cm로 잡으면 되겠군.  그러면 바닥 근처 도달 시간은 25~30초 정도.'

마음 속으로 스물 다섯을 헤아리고 난 후 살짝 당겨주고 힘차게 연속 저킹 한 번.

잠시 기다린 후 다시 저킹.

10초 가량 기다린 후 저킹을 하기 위해 살짝 들어보니 손끝에 가볍게 '톡'하는 느낌이 온다.

1초 가량 기다린 후 힘차게 챔질.

'그래, 분명히 밑걸림은 아냐.'

릴을 감으니 비닐봉지와 비슷하기는 하나 가끔씩 힘을 쓰는 느낌이 온다.

주위 사람들의 관심에 찬 눈길과 뒤에서 지켜보는 여성분들의 눈길을 의식하고 마무리 랜딩.

시커먼 놈이 힘차게 두 번 먹물을 토해낸다.

첫 캐스팅에 그렇게 기다리던 녀석이 바로 올라온 것이다.

여자들의 환호 소리를 뒤로 하고 다시 캐스팅.

또 입질.

다시 랜딩 성공.

5분이 안되어 세 번 캐스팅에 두 마리.

네 번 째에는 확 채가는 입질.

순간적으로 챔질을 했지만 포획 실패.

이번에는 가벼운 캐스팅 대신 힘껏 날려 에기를 대략 50m 조금 넘는 곳에 날려 가라앉히니 바닥에 닿기도 전에 살짝 잡아당기는 느낌이 온다.

챔질!

끌려오는 힘이 앞의 두 마리와는 다르다.

그랬다, 씨알이 앞의 두 마리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앞의 두 마리는 대략 몸통 길이가 20cm 정도의 씨알이지만 이번 것은 25cm가 넘어가는 것으로 멀리서 보고 있던 여자들도 함께 즐거워 한다.

10분이 채 안되는 사이에 그렇게도 잡으려 애써도 얼굴을 못 보았던 그 녀석들을 세 마리씩이나 잡아 올린 것이다.

이후 입질 한 번을 받았지만 그 이후 조류 방향이 역으로 바뀌니 입질도 뚝 끊기고 또 해가 지면 여자들도 있어 철수도 어려울 터인데다 안주거리는 확보되었으니 주위 조사님들의 부러움을 뒤로하고 민박으로 철수.

"어?  그거 오징어 아녜요?  여기서 그런 것도 잡혀요?  혹시 사오신 거예요?"

"아... 예... 뒤에 가니 아줌마가 팔데예.  ㅋ"

세 마리를 회로 썰다 큰 놈 한 마리와 작은 놈 한 마리를 썰어 놓으니 다리를 빼고 몸통만 해도 10만원짜리 회접시 크기의 커다란 접시에 가득 차버린다.


남은 한 마리를 썰어 3만원짜리 회접시를 따로 만들어 민박을 같이 쓰던 팀에게 기증하고 떼어놓은 다리 하나는 추가로 썰고 다리 두 개는 데쳐서 썰어 놓으니 또 한 접시다.


이 정도면 황제의 만한전석이 어찌 부러우랴.


친구가 연구실에서 pet 병에 받아왔다던 "이슬"양은 다른 팀에서 마셔 버리고 그 사람들이 사 온 화이트를 마셔야 했지만 술이 있고 안주가 있고 친구가 있어 그저 즐겁기만 하다.

<1부 끝>

※ 기다리는 분들이 보채사서리 일단 끊고 나머지는 짬밥 한 그릇 하고 와서 적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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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