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 되면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바다가 부르는 것 같아 바다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군요. 이번 주말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좋지 않은 일기예보도 있고해서 가까운 곳으로 결정한 곳이 사량도입니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허겁지겁 달려와보니 마침 배가 뜨는 시각입니다. 배에서 바라본 고성쪽의 가을산입니다. 생각보다 날씨가 좋습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량도의 선착장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오늘의 대상어는 볼락과 갑오징어로 결정하고 민장대 채비와 왕눈이를 챙겨왔습니다.

 

 

 

먼저 돈지부터 훑어 보기로 하였죠. 돈지는 사량도에서 볼락포인터로 유명합니다.

 

 

 

돈지마을에서 바라본 사량도의 지리산입니다.

 

 

 

방파제에 도착하여 먼저 갑오징어라도 나올까 하여 몇 군데 던져보았습니다. 사량도에는 볼락 낚시는 몇 번 와보았지만 갑오징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가 없어서 무작정 이곳저곳 던져보았으나 입질이 없습니다.

 

 

 

볼락채비로 바꾸어서 외항쪽 테트라포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쌍바늘 채비로 가이비를 끼워서 던져보니 챔질하면 미끼만 사라집니다. 이 놈들의 짓이었습니다.

 

 

 

해질 무렵이 되니 서서히 앙탈진 입질이 시작되고 보통 이만한 볼락이 올라옵니다. 주로 동네 방파제보다 조금 큰 사이즈입니다. 메가리, 복어, 망상어와 같은 잡어의 입질도 이어지더군요.

 

볼락만 노린다면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지만 갑돌이 사냥을 가야하기에 열 마리만 잡고 또다른 방파제로 향했습니다. 사금과, 대항에 들렸으나 별 입질을 못받고 내지 방파제로 향했습니다.

 

 

 

안쪽 큰 방파제에 가니 여기저기 흩여 뿌려진 먹물자국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복없는 사람만 가면 생명체는 멀리 사라지고 아무리 왕눈이 에기로 불러봐도 대답없는 메아리 일까요. 할 수 없이 옆에 있는 조그마한 방파제로 자리를 옮기니 바닥에는 먹물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간혹은 생자리 포인터가 예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에 캐스팅을 해보니 묵직한 느낌이 옵니다. 꿀럭꿀럭 먹물을 뿜으며 끌려오는 녀석...

아~ 얼마만인가 이 느낌! 하나, 둘, 셋 들어뽕. 반가운 마음도 잠깐 뿐. 제법 무거운 느낌에 휘청거리다가 석축에 부딪혀 빠져 버렸습니다. 유유히 물밑으로 사라지는 녀석을 바라보며 느끼는 기쁨뒤의 허탈감.... 아마 느껴본 분은 아실겁니다.

 

또 다시 캐스팅입니다.. 다시는 없을 것만 같은 묵직함이 연이어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조심조심. 방파제에 올려놓은 녀석이 오늘의 첫 조과입니다. 자세히 보니 갑오징어가 잘 빠진 다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짧은 다리때문이기도 하지만 녀석의 다리는 왕눈이 바늘을 감싸고 있는게 아니라 몸통을 감싸고 있습니다. 챔질을 세게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군집성도 아닐텐데 앞에서 올린 그 자리에서 또 한 마리가 올라와 주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 녀석도 몸통만 감싸고 있군요.

 

 

 

그 이후로 아주 드물게 한 마리씩 올라와 주었습니다.

 

 

 

미리 준비해 온 소주와 안주를 친구삼아 방파제의 밤은 흘러갔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뒤 옥녀봉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혼자만의 섬 여행은 처음인데 나름대로 자유를 만끽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진동에서 넘어오는 구도로의 나뭇잎은 짙은 색소로 물들어 있었고 이 비가 그치면 조금씩 겨울나기를 준비하겠죠.

 

 

 

실력이 미천하여 수확한 갑돌이는 이것이 전부입니다. 먹물이 끝없이 흘러내리더군요.

 

 

 

볼락구이를 준비 중입니다.

 

 

 

올망졸망 눈이 예쁜 볼락입니다.

 

 

 

갑돌이 한 마리 꺼내어서 찜통에 약 20분 정도 넣어두면 이렇게 됩니다.

 

 

 

노릇노릇 구워진 볼락은 밥 반찬에 그만이지요. 

 

 

 

 가위로 배를 가르면 이렇게 먹물과 노란 내장이 드러납니다. 숟가락으로 퍼서 먹어보면 갑오징어 특유의 맛이 납니다. 그런 다음 살점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지요.

 

 

열심히 일한 당신 주말이면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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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람은 상대방의 장점을 잘 찾아내며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