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토크쇼' 대물감성돔 초청 특별 대담
전국에서 모인 ‘대물 5 魚방’의 생생한 이야기…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아래는 월간 바다낚시 2008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회자 : 대한민국 낚시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신년을 맞아 특별 기획으로 오랜 세월 전국 바닷속을 누비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원로 감성돔들을 한자리에 초대해 지금까지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어보고 근황을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월간바다낚시는 취재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연구·분석해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점점 그들을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라 부득이하게 이렇게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물 감성돔들을 한자리에 초대해 소중한 말씀을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선 다섯 분을 모셨습니다. 한분씩 소개해드리죠. 모든 출연자들의 연세가 오십대 후반이십니다. 반갑게 맞아주시길 바랍니다.(‘㎝’를 나이로 표현했음)
강원도ㆍ경북ㆍ울산권을 대표해서 ‘동해 일출감성돔연합회’ 회장을 맡고 계신 대왕암감성돔께서 나와 주셨습니다.

대왕암감성돔 : 반갑심더. 여러분~

사회자 : 경상도 특유의 말투가 매우 정겹군요. 옆자리에 부산에서 ‘감성돔바르게살기협회’ 회장을 맡고 계신 가덕도감성돔께서 나와 주셨습니다.

가덕도감성돔 : 안녕하심니꺼예.

사회자 : 맞은편에 통영권을 대표해서 ‘감성돔노인대학교’ 총장이신 욕지도감성돔께서 나와 주셨습니다.

욕지도감시 : 밥뭇능교~.

사회자 : ‘전남 앞바다를 사랑하는 감성돔모임’ 회장을 맡고 계신 금오도감성돔님 나와 주셨습니다.

금오도감시 : 허벌나게 반갑습니다잉.

사회자 : 그리고 서해권 대표로 ‘새만금지킴이연맹’ 회장이신 왕등도감성돔께서 나와주셨습니다.

왕등도감성돔 : 워~메 반갑구먼유~.

사회자 : 지역 사투리들을 들으니 무척 정감이 느껴지는데요. 독자여러분들을 위해서 가능한 표준말을 써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러시면 나중에 원고 쓰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제가 우선 다섯 분을 모셨다고 말씀드린 것은 두 분이 아직 안 오셨기 때문입니다. 특별 게스트로 모신 추자군도감성돔과 가거도감성돔이신데요,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바람에 가거도감성돔은 참석을 못하신다고 연락이 왔고, 추자군도감성돔은 풍랑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참석하고자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최근 개통된 본류대고속도로를 타고 지금 한창 달려오고 있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오시는대로 모시고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방청석에는 초보를 비롯해 전문낚시인 여러분들 나와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독자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본격적인 말씀 나누기 전에 광고한편 보고 가겠습니다.


  




사회자 : 여러분께서는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시고 지금까지 살아계신 걸로 아는데요. ‘대물감성돔, 어떻게 살아남으셨습니까?’ 라는 주제로 이제껏 살아오신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왕암감성돔께 먼저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대왕암감성돔 : 제가 어렸을 적에는 정말 살기 편했습니다. 저는 울산 방어진 동진방파제 옆 여밭산부인과에서 태어나 대왕암 근처에서 멀리 떨어진 수중여 주변에서 자랐습니다. 인적도 드물었고 먹잇감도 풍부했죠.
제 나이가 지금 54살이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불혹을 넘기고 남자의 고독을 알아갈 무렵, 그걸 머라고 하더라…. 여친인가 여치긴가 유행한 이후부터는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살고 있습니다.

사회자 : 여치기 말씀이신가 보네요. 고무보트나 소형 선박으로 작은 여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대왕암감성돔 : 네. 맞습니다. 고무보트가 먼저였죠. 당시 온 동네가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저희 동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포항~서생 해안에 있는 여 주변에 살던 감성돔들은 거의 매일같이 잡혀나갔습니다. 저희 친구들이나 어르신들도 많이 돌아가셨죠.
몇 년 전에는 집안 최고 어른께서도 대왕암에 바람쐬러 갔다가 62세의 연세로 온몸에 먹물을 뒤집어 쓰고 돌아가셨습니다.

사회자 : 먹물이라뇨? 오징어와 싸우셨나요?

대왕암감성돔 : 아뇨. 동해안 기록어라면서 어탁을 뜬다고 온몸에 먹물을 쳐바르는 바람에….
그분은 너무 정정하셔서 무난히 70세 이상까지도 사실 걸로 예상했는데 한순간 방심하다 그만 세상을 등지게 됐습니다. 그때 저도 ‘어른’을 따라 나갔다가 수중여 주변에 떨어져 있는 크릴을 주워 먹다 죽을 뻔 했습니다. 다행히 초보꾼한테 걸려서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그 때 정신적인 충격을 많이 받아서 지금은 깜깜한 밤이나 새벽에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 그러셨군요. 그러면 식사도 꼭 새벽이나 밤에만 하십니까?

대왕암감성돔 :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다는 말이죠. 몸이 찌뿌둥하면 한 번씩 파도밭으로 안마를 받으러 가는데, 돌아오는 길에 출출할 때면 해질 무렵에 식사를 하고 오기도 해요. 하지만 바늘이 있나 없나 유심히 관찰한 뒤에 먹죠.

사회자 : 네. 의심이 늘어 식성이 까다로워지셨군요. 부인이 많이 피곤하시겠는데요? 가덕도감성돔님은 어떻습니까?

가덕도감성돔 : 저는 가덕도 새바지에서 태어나 53년 동안 한번도 주소지 이전을 않고 한 동네에서 살았지만 3년 전, 진해 앞바다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근데 여기도 재개발 바람이 불어 또 다시 먼 바다로 이사를 할 예정입니다.

사회자 :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가덕도감성돔 :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신항만공사 하고 있는 거 몰라요? 가덕도 앞바다가 온통 공사판이잖아요. 우리 친척들이 많이 살던 중갈미 물곬은 매립되어서 아예 살 수도 없는 ‘맨땅’으로 변했다는 소식도 못들었습니까?
사촌들 모두가 거제도로 이사가 요즘은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우리 집 앞에 또 거가대교 공사한다고 얼마나 두들겨 대는지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골치가 아파요. 눈 밑에 다크써클 보세요. 집값이 싼 이유가 있었다니까요. 부동산 사장 잡히기만 해봐라. 초밥을 만들어버릴 테니까….

사회자 : 네. 그래서 좀 신경이 날카로우신가 보네요.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공사가 끝날 겁니다. 아무쪼록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제가 군생활 할 때 쓰던 귀마개를 하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힘내시구요. 또 다른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가덕도감성돔 : 카고. 그 카고 때문에 못살겠어요.

사회자 : 카고라면 작은 쇠그물망에 밑밥을 담고 그 아래 가짓줄을 연결해서 미끼를 끼워 낚시하는 소품 말이죠?

가덕도감성돔 : 예. 그것 좀 제발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감성돔들의 씨를 말릴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것은 어부들이 통발을 놓는 어로행위와 다름없는 짓입니다.

사회자 :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죠?

가덕도감성돔 : 생각해보세요. 밑밥 바로 밑에 미끼가 있는데 안 먹고 그냥 갈 수 있겠습니까? 집어제 냄새 솔솔 풍기지, 크릴 눈앞에 아른거리지…. 카고를 피해 깊은 수심층이나 본류대에서만 살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 매일같이 한 배당 수십 마리씩 낚아 가버리니 씨가 마르지 않겠습니까? 진해앞바다 뿐만 아닙니다. 통영, 거제쪽도 매우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사회자 : 안타깝네요. 최근 선상낚시인들이 어부화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라 많이 씁쓸합니다.
욕지도감성돔님은 연세가 많으신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오셨습니까?

욕지도감성돔 : 저는 솔구지에서 태어나 두미도, 거칠리도, 납도 등 주변 섬들을 떠돌아 다니다 지금은 양판구미 근처에 정착했습다. 나이를 먹고 나니까 허리도 쑤시고 건강이 나빠져서 갯바위에서 제법 멀리 떨어지고 수심이 깊은 수중 골짜기에서 기수련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회자 :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지금은 건강이 좀 괜찮으신가요?

욕지도감성돔 : 올해 나이 예순 둘입니다. 기수련 덕분인지 요즘은 혼자서도 외초도까지 외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옛날 같지 않네요. 혈기왕성할 때는 굴이나 담치를 껌같이 씹어 먹었는데 지금은 이가 많이 상해서 크릴만 먹습니다.

사회자 : 여유가 되신다면 치과에 가셔서 임플란트를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혹시 취미가 있으십니까?

욕지도감성돔 : 네. 얼마 전부터 운동 삼아 ‘욕지노어복지회관’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리 전후에는 오전 10시에 광주여 밑 운동장에서 조금 떨어진 경기장에서 게이트볼 수업이 있어 재밌게 다니고 있습니다.

사회자 : 즐겁게 사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힘이 좋다고 소문이 나셨나 봅니다. 지금도 ‘욕지도 괴물’로 통하신다면서요?

욕지도 감성돔 : 옆집에 사는 참돔 형님이랑 부시리 동생이랑 가끔 힘자랑을 하는데 아직 밀리지는 않죠. 험!험!

사회자 : 금오도 감성돔님은 어떻게 살아오셨습니까?

금오도감성돔 : 저는 개도가 고향입니다. 큰산 1번 홈통에서 부모님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죠. 철 없을 때 부모님의 간섭이 싫어 친구들과 집을 나온 후, 근처 안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청년기를 소리도에서 보냈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떠나고, 젊은 감성돔들 눈치보기 싫어서 지금은 금오도 심포 일대를 배회하며 혼자 살고 있습니다.

사회자 : 아…. 그럼 혼자 다니신다는 말씀이시군요.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안계신가요?

금오도감성돔 : 여자친구가 한마리 있었죠. 그런데 지난 가을에 헤어졌어요. 금오도 용머리에 헤어파마하러 갔다 오더니 정신이 약간 이상해졌더라고요. 경단인지 홍단인지 그게 먹고 싶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니 향정신성 크릴경단 중독이라더군요. 여자 친구 뿐 아니라 그 친구들도 크릴경단 때문에 많이 잡혀갔습니다.

사회자 :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금오도감성돔 : 요즘은 경단냄새만 나도 좋았던 옛 추억이 생각나서 가슴 한구석이 뭉클합니다. 그냥 크릴이나 게, 옥수수나 먹고 살 것이지 민물고기도 아니면서 떡밥은 왜 처먹어가지고….

사회자 : 제가 아픈 곳을 찔렀나 봅니다. 그나저나 요즘 건강은 어떠신가요?

금오도감성돔 : 한동안 술에 의지했죠. 하지만 생각날 때마다 꾸준하게 운동을 해서 지금은 극복했습니다. 요즘은 헬스를 하면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운동을 하니까 자꾸 식욕이 돋는데 맛있는 크릴을 먹고 싶어도 새끼 전갱이 때문에 먹을 수가 있어야죠. 맛은 없지만 활새우나 민물새우로 영양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 그렇군요. 전갱이가 낚시인들 뿐 아니라 감성돔에게도 매우 골치 아픈 존재군요. 모두 다같이 전갱이를 몰아낼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사회자 : 왕등도감성돔님은 어떻게 살아오셨죠? 안색이 영 안 좋아 보이는데,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지요?

왕등도감성돔 : 예~ 말씀을 듣다보니 저는 가덕도감성돔님과 처지가 비슷하네요.(한숨) 저는 워낙 덩치가 커서 환갑이 지난 걸로 오해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는 오십대 후반입니다.
군산 앞바다 고군산군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왕등도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 저랑 연배가 비슷한 친지들이나 선후배들도 군산앞바다를 떠난지 오래됐죠. 대부분 왕등도로 거주지를 이동했습니다.

사회자 : 집단으로 이주를 할만한 사정이 있었나 봅니다. 왜 그렇죠?

왕등도감성돔 : 새만금개척사업 때문입니다.
그게 시행되고 나서부터 많은 물고기들이 군산앞바다를 떠나갔습니다. 갯벌이 죽으면서 조개나 지렁이같이 즐겨먹던 먹잇감들도 사라지고, 조류도 이상하게 바뀌어 버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죠.
뿐만 아닙니다. 비가 많이 온 뒤에는 몸이 가렵고 괴질에 걸린 친구들이 늘어나서 무서워서 살 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나마 살만한 왕등도로 이사를 오게 됐죠. 새만금개척사업으로 군산은 땅을 얻었지만 많은 걸 잃었죠.

사회자 : 새만금개척사업, 안 그래도 환경운동가들이 극구 반대한 사업이었는데, 실제로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왕등도감성돔 : 지금은 상왕등도 구석에 찌그러져 꾼들이 뿌려주는 밑밥을 받아먹고 죽은 듯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안 하니까 살이 쪄서 움직임이 매우 둔해졌어요. 정력도 많이 약해졌고….

사회자 : 금오도감성돔님처럼 운동이라도 해 보시지 않구요?

왕등도감성돔 : 왕등도로 이사 오면서 사귄 돌돔이, 낚지, 주꾸미가 정력에 그만이라더군요. 수소문 끝에 두족류가 많다는 충남, 전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정력을 보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깅교’라는 사이비종교집단이 두족류를 상대로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어 그것마저 포기했습니다. 물고기 모양 쇳덩어리와 새우모양 인조미끼(에기)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그걸 건드리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면서…. 문어, 낙지, 갑오징어, 심지어는 쭈꾸미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그걸 붙잡으려 정신이 없더군요.

사회자 : 그래도 표정이 참 밝아 보이시는 군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사시나 봅니다.
사회자 : 지금 막 오늘 가장 먼 발걸음 해주신 추자도감성돔님 도착하셨습니다.

추자도감성돔 : 하이~ 방가.
많이 늦었죠? 미안합니다. 주의보가 터지는 바람에 본류대고속도로가 막혀서 그만…. 추자군도에서 ‘깐사감’ 이라는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추자도감성돔입니다.

사회자 : 깐사감이 뭐죠?

추자도감성돔: 네. 깐새우를 사랑하는 감성돔 모임으로 현재 회원수가 300마리가 넘는 대규모 동호회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정팅을 하고 있고, 한 달에 한번 야유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시로 몇 마리씩 무리를 지어 추자군도 순찰도 하구요.

사회자 : 그렇게 몰려 다니니까 추자군도에서는 심심찮게 떼고기 소식이 들리는 거군요. 추자군도 감성돔은 모두가 큰 덩치에 걸맞게 먹이도 크릴보다 깐새우를 더 즐기는가 봅니다.
그런데 입맛만 특별한 게 아니라 외모도 개성이 강하시네요. 수염이 아주 멋집니다.

추자도감성돔 : 아~ 이거, 수염이 아니라 훈장입니다.

사회자 : 훈장요?

추자도감성돔 : 네. 훈장이죠. 입안을 보세요.

사회자 : 금이빨을 두 개나 해 넣으셨군요.

추자도감성돔 : 금이빨이 아니라 금색바늘입니다. 격전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런 훈장죠. 이것은 1.7호 목줄과 2호 바늘, 이것은 2호 목줄과 4호 바늘입니다.
2호 목줄은 며칠 전에 사자머리로 정출지를 둘러보러 갔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깐새우를 먹다가 걸린 것이고, 또 하나는 지난 달 중순 사자꼬리로 순찰갔다가 낚시깨나 한다는 꾼한테 걸린 겁니다. 우리를 어떻게 생각 하는지는 몰라도 목줄을 너무 약하게 썼더라구요. 하하하!

사회자 : 1.7호나 2호 정도면 꽤 굵지 않은가요?

추자도감성돔 : 우리 추자군도는 거센 조류와, 잘 발달된 수중여가 특징 아닙니까. 일부 감성돔들은 이종격투기 대회에 나갈 만큼 용맹스럽습니다. 함부로 덤비다가는 큰 코 다쳐요.






사회자 : 네. 그렇군요. 추자군도에서는 2호 목줄도 약하다는 사실 꼭 기억하겠습니다. 추자도감성돔께서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추자도감성돔 : 저는 상추자도 다무래미 출생이고 청소년기는 직구도에서 계속 지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사자섬으로 단체로 이주해서 지금까지 거기서 살고 있습니다. 워낙 환경이 좋은 곳이라서 별 불편 없이 잘 자랐지요.

사회자 : 그래서 사자섬에 대물감성돔이 많은 겁니까?

추자도감성돔 : 이거 말하면 안되는데 큰일났다. 친구들한테 몰매맞는 거 아닌지 모르겠는데.

사회자 : 걱정마십시오. 추자군도는 전역이 대물낚시터 아닙니까.

추자도감성돔 :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것도 옛날 말입니다. 뻥치기 배들이 추자군도 전역을 돌며 죄다 쓸어가버리는 통에…. 해마다 겨울만 되면 말도 못합니다. 그나마 최근 추자군도 주민들이 나섰기에 망정이지….
혹시 2006년 1월20일에 일어난 뻥치기 배 전복사건 기억하십니까? 일가친척들이 전날 밤 모두 뻥치기배에 잡혀가고, 그 괴로움을 달래려고 친구가 경영하는 추포도 앞 검은가리 룸싸롱에 갔다가 그만 저도 뻥치기 그물에 걸렸습니다.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삼중망으로 짜여진 그물이라 도망칠 수가 없었죠. 저항하면서 생긴 상처로 인해 몸은 점점 더 조여들었고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습니다.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꽝’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전복되더군요. 잠시 후 어떤 사람들이 그물에서 저희를 빼서 풀어주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민관 합동단속반이 접근하자 뻥치기배가 위협을 가하다 단속선에 부딪혀 가라앉았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뻥치기 때문에 추자군도 감성돔들이 살 수가 없어요. 한때는 감성돔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던 곳인데….

사회자 : 그래서 그렇게 전신에 흉터가 많으신가보군요. 뻥치기를 하는 몰지각한 어부들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기대합니다. 다른 애로사항은 없으신가요?

추자도감성돔 : 밑밥 만들 때 신경 좀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마트면 제 가정이 파탄 날 뻔 했습니다.

사회자 : 사연이 많으시군요. 계속 들어보죠.

추자도감성돔 :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날이었습니다. 제 아내가 섬생이로 시장을 보러 갔다 오더니 산란철도 아닌데 점점 배가 불러오는 겁니다. 이런말 하기 뭣 하지만 항문도 벌겋게 달아올랐고….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전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고 술기운을 빌려 그 놈이 누구냐고 캐물었습니다. 시치미를 떼더군요. 유전자검사를 하러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니 세상에….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추자감성돔을 주목)

추자도감성돔 : 압맥이 잔뜩 불어터진 채 가득 들어차있었습니다. 배에 가스가 차서 몸이 자꾸 떠오르려고 하는 바람에 급하게 제왕절개를 해서 압맥들을 빼 냈습니다.

사회자 : 감성돔은 압맥을 좋아하지 않나요?

추자도감성돔 : 좋아하는 게 아니라 크릴인줄 알고 먹는 겁니다. 얼떨결에 먹었다가 소화가 안 되니까 계속 창자에 남아있는 거죠. 결코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화가 안 돼서 죽는 경우도 많아요.
(다른 지역 감성돔들 모두 옳다고 함)








사회자 : 겨울철이면 바닥층을 공략하기 위해 밑밥에 압맥을 많이 섞는데 그런 문제점이 있었군요. 큰 문제군요. 낚시인 여러분께서는 이점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로 정리할까합니다. 다들 수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 전화를 받겠습니다.

전화연결 : 여보세요.

사회자 : 예, 안녕하세요.

전화연결 : 네, 안녕하십니까?

사회자 :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전화연결 : “부산에 사는 강태공이라고 합니다.”

사회자 : 네, 강 선생님, 어떤 의견이신가요?

전화연결 : “가덕도감성돔님께서 카고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주셨는데요. 카고낚시는 월간바다낚시나 낚시포털 디낚에서도 지양하는 낚시장르입니다. 낚시꾼들의 꾸준한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가덕도감성돔님의 말씀에 동의하시고 낚시인들의 의식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전화연결 : 뿐만 아니라 어민들의 의식 개혁도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뻥치기를 하면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자 : 알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 하십시오.

사회자 :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낚시인들이 궁금해하던 대물감성돔의 생활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성돔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라 중요한 사항들은 피하고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만 간단히 소개하는 걸로 대담을 마치게 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다음호에는 더 깊이 있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찾아 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저희 기자들이 오래 전부터 출연 요청을 했음에도 안타깝게도 꼭꼭 숨어 계셔서 모시지 못한 감성돔 원로회 의장 ‘7짜’님도 다음엔 꼭 초대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7짜’감성돔의 비밀을 푸는 시간도 마련하겠습니다.
수온도 찬데 이렇데 먼 걸음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신 전국 각 지역 대표 대물감성돔들에게 감사인사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출처 월간 바다낚시 2008년 1월호 192~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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