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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계 입문 25년만에 처음 쓰는 조행기

2005.09.27 15:31

조금사리 조회 수:188 추천:7

저라는 사람은 본디 글쓰는 솜씨가 남다르게 없던지라...
부끄럽게도 여지껏 살아오면서 쓴 편지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입니다.
이런 제가 “동낚인”을 접하면서 여러 조우님들의 조행기를 둘러보는 순간
이제는 나도 조행기를 쓰야겠다는 사명감(?)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낚시계에 입문한지 25년(?)........
뒤돌아 생각해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지금부터 낚시계 입문 25주년을 맞이한 본인의 조행기를 동낚인 여러분께
바치오니 비록 허접하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정확하게 25년전 1980년 3월 어느날....
나는 우습잖은 이유로 험난한(?) 낚시계에 입문을 하게되었다.

그당시 나는 부산의 모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직장동료중에 낚시계의 풍우아임을 자칭하며 전국의 바다를 헤집고
다니던 이가 한사람, 아니 두사람이 있었다.
서로 호형호제하던 두사람은 낚시라는 공통어로 만사가 해결되던 관계였다.
가끔씩 나는 그들과 술자리를 하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 한동안은......1인당 쇠주 2병정도 쓱싹할 시간....대략1시간30분 정도....
세상사는 얘기(?)를 주고 받으며(주로 직상 상사가 안주였음)
서로를 아끼는 동료애를 만끽하고,
졸병이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어루만지면서
희색이 만연한 가운데 주색을 논하고
취기와 더불어 흥겨운 노래가락에 하루의 피로를 실어 어깨춤도 덩실덩실....

그러나 이후부턴 나에겐 고통의 시간이 계속된다.
두 사람간에는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용어(주로 왜놈말)을 주고 받으며
낚시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그저 묵묵히 그들의 끝없는 얘기를 들어며 죄없는 쇠주만 들이키게 된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그들의 얘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취기는 더해가고 그들의 얘기는 끝날줄 모르고......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수 없어 슬거머니 일어나 나오고야 만다.
그 시절 우리들에겐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술 마시다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계산맨이 되기로......
지갑을 열어 술값을 치르고 양어깨를 늘어뜨린채 터벅 터벅 ......
밤길을 걸어 집으로 향한다.  띠발,띠발을 연속으로 수십회 흥얼거리며.....
그 이후에도 여러번 그런일은 계속되었다.
지갑은 계속 혼자만 열게되고......

그러던 어느날....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심을 했다.
나도 낚시계에 입문하리라고.....
마침 다가오는 주말에 그 두사람은 남해바다로 낚시를 갈 예정이었다.
(요즘에 생각하니 통영 어느 한군데다)
나는 그들에게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마치 내말을 기다린 사람들 마냥.....
비록 아직까지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는 못한다.
의미야 어떻던 그날 나는 그들의 손에 이끌려 낚시점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낚시계의 두 선배들은 이것 저것 낚시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3칸 민장대, 쿨러, 조끼, 갯바위 신발(단화),낚시줄,바늘...등...등
나는 그것들의 사용방법도 모른채 그저 낚시선배들이 시키는대로 물건을 받아들고
계산을 했다.
알고 보니 그 도구들은 볼락낚시를 위한 도구들이었다.
그 선배들은 볼락낚시의 전문가였던 것이다.

선배중 한분이 현장에서 즉시 사용이 가능하도록 채비를 해줬다.
나는 선배들이 해준 채비를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소중히 다루며 집으로 가져왔다.
그날 이후로 몇일 동안 잠이 오질 않았다.
저녁만 되면 낚시대를 꺼내들고 신기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만져보고.......
낚시가는 그 날만을 학수고대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금요일 저녁이다.
내일이면 주말(토요일)이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토요일이 되는 것이다.
가슴은 설레고....또 다시 잠을 설치게 될 상황이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시작했다.
잠을 자야한다고......하나에서 백만번까지 수를 세며.......
다음날 아침!
주말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1980년 3월 어느 토요일!!!!!!!!!!!!!!!!
드디어 낚시가는 날이다.
일어나자마자 낚시도구를 챙기고 아침은 먹는둥 마는둥,,,,,,
한걸음에 회사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토요일 13시까지 근무를 하던 때다)
그날따라 출근길이 더디게 느껴졌다.
정말로, 진짜로, 짜증나도록 더뎠다.
평소보다 30분정도 늦게 사무실에 출근했다.(지각은 안했다)
나 뿐이 아니라 여러 직원들도 늦게 도착했다.

나는 사무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그 낚시계의 선배들이 있는 휴게실로 달려갔다.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선, 오늘 몇시에 어디로 갈거냐고 물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들은 동시에(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지난번 하곤 달랐다.
낚시 같이 가고 싶다 했을때 그들은 빙그레 웃었었다.
이번엔.............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나는 한참동안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과 마주하며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담뱃재가 떨어지는 줄도 모른 채.....
잠시 후 한 선배가 입을 열었다.

“오늘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도 높고,.......
그래서 낚시 못간다“

!
!
........
?????
.
.
??
!!


그날 이후로 25년 동안 그 낚시 장비는 창고에서 잠을 자고 말았다.  
2005년 7월이 되어서야 그것들은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뇌사상태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러나 어찌하랴...........
3칸 민장대 하나만 남기고 모두 천국(?)으로 보냈다.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몇일전 그 장대를 다시 꺼냈다.
부더러운 수건으로 그를 감싸 안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25년 조력(?)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너를 열심히 사랑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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