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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2005.09.29 00:47

마법사제자 조회 수:192 추천:5

먼저 퍼온글임을 밝혀드립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읽다가 너무 마음이 찡해서...ㅋㅋ
그냥 아직 어린나이지만...꼭 그런(알수없는)마음이 드네요..
너무 기분좋게 읽어서 같이 보았으면해서요...



*낚시꾼과 노름꾼의 공통점*

첫째 활동성이 없는 게임이지만 남자들이 주로 한다.(간혹 여자도 하지만)
둘째 모두가 줄담배를 피운다.
셋째 며칠씩 날밤을 꼬박 세운다.
넷째 얼굴 형색이 모두 거지꼴이다.
다섯째 집안 꼴이 말이 아니고, 집에서 푸대접을 받는다.
여섯째 죽으면 고뱅이(무릎)부터 먼저 썩는다.
일곱째 말이 필요 없고 긴장감만 감돈다.
여덟째 집에 돌아오면 잠만 잔다.
아홉째 정력이 감퇴된다.
열째 꾼으로 통하고 <죽어서야 낫는 병>들이다.


*젊은날의 초상*

이렇게 죽어서야 낫는 병을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하였으니
강태공의 자손이거나 전생에 무슨 업보라도 있는가 보다.
그 당시 시골에서는 낚시대가 있을리 만무하다.
대나무 긴 장대를 잘라서 잿불에 구워서 곧게 펴고 마디마다 알록달록 물감칠을 한 후
명주실을 매고 수수깡 찌를 달고 바늘은 철사를 잘라 끝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당연히 미늘이 없다.

봉돌은 집에서 정미소를 했기 때문에 납을 잘라서 끓인 후
땅속에 구멍을 파고 넣어서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
없을 때는 조약돌 중에서 길쭉한 놈을 사용하기도 했다.
손수 만든 그 장비를 가지고 붕어, 메기, 꺽지, 피라미 등 못 잡은 고기가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던 해이다.
입학기념으로 파란 고무신을 하나 부모님이 사다 주셨다.
검정 고무신만 신었던 때라 기쁨은 말 할 수 없이 컸다.

늦가을 벼가 고개를 숙이던 어느 날,
나는 담장 너머로 몰래 낚시대를 뽑아들고 냇가로 향했다.
미끼는 지렁이, 보리밥, 또는 메뚜기를 잡아 쓰기도 했는데
가을에는 그래도 지렁이가 최고다.
두엄밭을 뒤지면 언제나 지렁이가 득실거렸다.

물 맑은 개울에다 낚시를 담그고 꺽지를 잡는데
엄청 큰놈이 미끼를 물고 바위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아무리 당겨도 나오지 않아서 건너편 바위로 건너뛰다가
그만 미끄러져 풍덩 물 속에 빠지고 말았다.

고무신 안에 물이 들었으니 무척이나 미끄러웠던 것이다.
수심이 세 길이 되는 웅덩이라 개헤엄을 쳐보지만
바위마다 이끼가 끼어서 한참 만에야 죽을 고생을 하고 나올 수 있었다.
저승 문턱에서 돌아온 것이다.

차가운 늦가을 날씨에 옷이 함박 젖었으니 몸이 떨렸다.
벌써 산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지고 있었다.
그런데 추운 것보다 더 큰 일이 생겼으니 고무신 한  짝이 없어진 것이다.

배불리 먹은 물은 손가락을 입에 넣어 토하면 되는데
흙탕물 속에 고무신을 찾을 수가 없다.

옷을 벗어 바위 위에 말려 놓고 추위에 떨면서
도끼 잃은 나무꾼 마냥 물 속을 바라보고 있으니
흙탕물이 가라앉으면서 파란고무신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저승을 갖다 온 터라 다시 물 속에 들어 갈 엄두를 못 내고
겨우 물 속에 있는 낚시대를 꺼냈으나 잡아당기니 바늘이 부러져,
낚시대를 가지고는 고무신을 건질 수가 없다.

새로 사준 고무신이 없으면 혼이 나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고무신만은 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에
동네 노인이 지나가다가 발견하고,
"이 놈아 날도 저문다, 집에 가자."며 고함을 치시는 것 이였다.

구세주가 달리 있는가?
사정 얘기를 했더니 바지를 벗고 물 속에 들어가서 긴 가래로 고무신을 건져주셨다.
젖은 옷을 걱정스러워 하는 내가 안스러운지 우리 집까지 손수 데려다 주시며
부모님께 꾸중을 말라고 당부도 하셨다.
죽었던 아들이 돌아와서 그런지 엄하기만 하시던 부모님들 나를 위로해 주었다.

..... 그때 이 병을 고쳐야 만 했다.



*아내는 병원으로, 나는 낚시터로*

연애시절 우리는 극장 아니면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뜨거운 뙤약볕아래 온종일 얼굴을 태우는 고충 속에서
아내는 불평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이해하고 잘 따라다녔다.

첫째를 낳고 둘째가 만삭이 된 어느 여름,
나는 동생들과 친구들이 함께 해수욕 겸 바다낚시를 가기로 합의를 했다.
집에 돌아와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동의를 구하는데 어쩌면 내일 출산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약속은 했고 약속보다 안달이 나서 빠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그리 쉽게나오느냐,
나오려거던 좀 기다리라 그래라,
장모님께 전화해서 오시라 해라,
급하면 병원에 가거라." 등
모든 감언이설로 아내를 달래 놓고 이튼 날 새벽 도망치듯 바다로 향했다.

동해바다,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바다냄새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완행버스를 타던 때라 포항에서 미끼를 사지 못하고 구룡포까지 가고 말았다.
설마 거기도 바닷가니까 미끼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고 낚시꾼이 흔치 않던 때라 미끼가 귀했다.
아무리 낚시점을 다녀도 미끼를 구하지 못하고 그날 밤을 지냈다.

다음날 새벽, 무작정 낚시대 한 대를 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백사장에 나가보니 의자를 놓고 어떤 신사가 엄청 큰 낚시대를 바다를 향해 던져 놓고 앉아 있었다.
선 그라스를 끼고 마도로스 파이프를 입에 물고 콧수염을 기른 폼이 장군이 아니면 재벌 회장쯤 되리라 생각했다.
여태껏 그렇게 큰 원투대를 보지 못했던 탓이리라.

옆에는 비서로 보이는 젊은이가 작은 쿨러를 보물마냥 들고 말없이 서 있었다.
나는 감히 콧수염에게는 말은 걸 수가 없어 젊은이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혹 미끼를 한 마리를 얻을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이 친구 나와 콧수염을 번갈아 보더니 말없이 고개만 설레설레 흔드는 것 이였다.

하는 수 없이 방파제 쪽으로 나갔다.
바위 위에 전 날 누군가 쓰다 버린 갯지렁이가 흩어져 있었다.
절반은 말라 버린 놈들을 주워 모아 방파제에 쪼구리고 앉아 낚시대를 드리웠다.

여름의 아침태양이 뜨겁게 솟아오르고 파도가 밀려와
민물찌가 길게 느껴져 톱부분을 잘라버리고 던져 넣자마자 찌가 쑥 내려갔다.
잡아당기니 도다리 큼지막한 놈이 버티고 나왔다.
채비가 닿기가 바쁘게 입질을 하였다.

이렇게 잡은 도다리가 30여 마리,
쿨러도 망태도 없이 나간 터라 런닝셔츠를 벗어 고기를 싸들고 돌아왔다.

아직도 그 콧수염 아저씨는 의자에 앉아 폼을 잡고 있는데 고기를 못 잡은 얼굴이다.
젊은이에게 잡았느냐고 물으니 연신 고개만 가로젓는다.
나는 자랑삼아, "저기 저 방파제에는 잘 나오던데..." 하면서 고기를 보여줬더니
콧수염은 안경을 벗고 나와 고기를 번갈아 바라보는 것 이였다.

텐트로 돌아와 회를 떠서 잘 먹고 처가에 전화를 했더니 딸을 순산했단다.
전화 속의 장모님 목소리는 기쁨보다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날 이후 딸애와 아내 앞에서 큰소리를 못 치고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트집을 잡을 때마다 그 얘기를 꺼내곤 했다.

..... 그래도 나의 병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첫 손자를 낳던 날 대박이!*

몇 해전 늦가을이다.
월척이 잘 나오는 꾼들이 기다리던 계절이 아닌가!
퇴근길에 낚시점에 들려서 물으니 낙동강 어느 절벽아래
월척에 가까운 놈들이 몇 마리 나왔다고 했다.
겉보리를 두되 가량 준비해서 혼자서 갔다.

꾼들이 그러하듯이 혼자 가는 습성이 있다.
터를 잡아 밑밥을 뿌리고 조용히 앉았으니 얕은 물 짧은 대에서 월척이 나왔다.
연거푸 세 마리를 잡아니 어둠이 내렸다.
퇴근을 하고 집에도 들리지 않고 바로 왔으니,
마누라 잔소리가 무서워 망태째 물 속에 감춰두고 집에 왔다.

내일 새벽부터 결전을 다짐하면서...


집에 와 보니 서울에 있는 며느리가 와 있었다.
출산을 하기 위해서 왔는데 아마 내일쯤 출산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기쁨과 고민이 한꺼번에 내 머리를 흔들었다.
딸애를 낳을 때 생각이 떠올랐다.
옆방에 아내를 불러놓고 잠시만 갔다오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불교를 믿는 아내는 출산하는 날 살생을 금해야 한다고 한사코 말리는 것 이였다.

가까운 곳이고 전화만 하면 금방 뛰어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또 초산은 대개 일주일 정도 늦어지는 것이 보통이라며
산부인과 원장님보다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도망을 쳤다.

딸애를 낳던 26년 전의 그 날처럼...


새벽 물안개가 가득히 깔려 있는 강 위에서
산오리 몇 마리가 놀라서 날아오르고 붕어가 물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도 죽이며 살금살금 다가가 2.5칸 대를 살며시 밀어 넣었는데
다음 대를 펴기도 전에 찌가 끝까지 솟아올라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었다.

가볍게 쳤더니 핑!...소리가 보통이 아니다.
해마다 월척을 10여수 이상을 하는데 강고기라 그런지 힘이 보통이 아니다.
잡고 보니 대충 35짜는 돼 보인다.
2.9대를 한 대 더 펴고 했는데 밑밥 덕을 보는지 연속입질이다.

오전에 10마리, 어제 잡은 것하고 13마리.
점심을 먹으려고 라면을 끓이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며느리가 급한 것 같으니 병원에 가자며 빨리 오란다.
그 때만큼 휴대폰이 미운 적이 없었다.

가기는 가야 하는데 연속되는 월척의 입질을 두고 갈 수가 없다.
다시 전화를 해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라고 달래놓고 계속해서 버티고 앉았다.
오후는 입질이 뜸해져 3마리를 추가했다.


병원에 가 봐야지!
또 그 원망을 평생 듣고 살아 갈 수는 없지 않는가!
낚시대를 하나 걷고 철수를 하는데 남은 대의 찌가 스물스물 잠기는 것이 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낚시대는 들어보니 무거운 것이 나오지를 않는다.
씨름을 하는 중에 또 휴대폰이 울린다.
한 손에 낚시대를 들고 휴대폰을 들으니,
"여보! 아들이야. 아들!" 마누라가 기뻐한다.
초산인데 쉽게도 순산을 했단다.
이제 그만 잡고 손자를 보러 오란다.

급하게 대답하고 낚시대를 세우니 엄청 큰 자라가 한 마리 올라왔다.
지름이 30cm는 되는 것 같다.
고이 잡아서 바늘을 빼고 강물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망태 속에 16마리나 되는 붕어를 모두 방생하고 말았다.
오늘 첫 손자가 태어나는 날, 살생을 하는 것보다 방생을 하는 것이 마음 가벼웠다.
붕어는 언제나 그 곳에 있고 또 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빈 망태를 들고 병원으로 달리는 내 마음은 올 때보다 더 설레고 바빴다.
내년 이때를 기약하고,
새 생명이 보고 싶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길을 신나게 달렸다.

(끝)


ps) 새 글을 올려야 하나 무딘 붓이 말을 듣지를 않습니다.
     3년전 추방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리려니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러나, 그 동안 많은 회원님들이 새로 가입을 했고
     글들이 추방에 있기는 하지만 들어가 보기가 손 쉽지 않아 다시 올리니,
     이미 읽으신 분들도 심심풀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죽어서야 낫는 병>은 어뱅이가 처음 쓴 작품이고
      <낚시21>에도 게재가 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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