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저출산이라 나라의 존립마저 위태롭다고 하는데.......
기사를 접하고 나니....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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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미납학생' 골라내 망신 준다?

올해 2월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 구내식당에 학생의 급식비 납부 여부를 확인하는 식별장치가 설치됐다. 식사를 하러 온 학생이 바코드가 찍힌 명찰을 식별장치에 가져다 대면
급식비 납부 여부에 따라 "급식해당 학생이 아닙니다" 혹은 "식사가 허가된 학생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모니터에 나타난다.
  
  급식비 못 내면 공개 망신을 주는 학교, 인권 감수성 부족
  
  지난 4일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은 이 학교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요청했다. 이 학교의 학부모인 윤 모 씨의 제보에 따른 조처였다.
  
  윤 씨는 이렇게 말했다. "딸이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식별장치의 모니터에 급식해당 학생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식당 앞에 줄 서서 기다리던 친구들이 모두 알게 되는 것
이다. 딸이 창피해서 아예 밥을 안 먹겠다고 이야기했다."
  
  윤 씨는 이 학교가 학생 개인의 급식비 납부 여부에 대한 정보를 동료 학생들에게 유출해
급식비 미납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도 윤 씨와 민주노동당 광주지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이 사례가 학교 인권의식의 현 주소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급식비 미납 학생 식별장치를 설치하면서 학교가 해당 학생이 느낄 수치심을 헤아리지
못 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 역시 이런
장치를 운영하는 게 별로 문제 될 게 없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학교의 무딘 인권 감수성이
학생들로 하여금 약자의 인권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급식비 미납자 식별장치 역시 한 학부모의 문제제기를 통해 공론화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이번 사태를 학교가 학생인권에 대해 보다 민감해지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학생들이 급식비 안 내면, 조리사 월급 어떻게 주나"
  
  그러나 해당 학교 교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급식비 미납자에게 식사를 못 하게 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급식비를 안 냈다는 사실을
알린 것뿐인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 교장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학교는 직영급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독립채산제 방식
으로 급식을 운영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로 급식재료를 구입하고 식당 조리사의 월급을 지급한다. 조리사의 월급은 학생들이 급식비를 제대로 내는 것을 전제로 책정된 것이다. 학생들이 급식비를 안 내면 학교가 조리사에게 월급을 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급식비 미납액이 1500만 원에 달했다. (급식비 미납자 식별장치를 설치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였다."
  
  실제로 이 학교에 식별기가 설치된 후 급식비 미납액이 크게 줄었다. 1500만 원에 달하던 미납액이 500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식별기를 설치한 뒤 급식비 미납자가 크게 줄었다. 그것은 그동안 급식비를 내지 않았던 학생들이 급식비를 낼 수 있는데도 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학생이 매달 내야 하는 급식비는 5만~10만 원 정도다. 이 정도의 돈을 낼 수 없는 빈곤가정에 대해서는 국가가 급식비
지원을 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 학교
교장의 말이다.
  
  늘어가는 차상위 계층, 국가의 재정지원 더 늘어야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학교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로부터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 보호 대상자보다 조금 생활수준이 높은 차상위 계층 가정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교육부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급식비를 못낸 학생 수는 2만2570명에 달한다. 이는 2004년의 1만7630명에 비해 28%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차상위 계층의
자녀들이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적 중위 계층이 감소하고, 대신 차상위 계층이 늘어났다.
  
  당시 이 자료를 공개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이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학교급식 예산을 확충하여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을 통해 풀어야 한다"며 급식비 지원 대상을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학교의 급식 조리사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의 재정지원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국가의 재정지원 없이
학생들이 납부하는 급식비에만 의존하여 학교 급식을 운영할 경우 급식 조리사들의 고용조건 역시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급식비
납부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급식비 미납자 식별장치를 설치한 교장의 말처럼 급식비 납부율이 저조할 경우 급식 조리사의 급여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
결국 급식 조리사들의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편 급식비 미납자 식별장치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면서, 이미 여러 곳의 학교에서 급식비 미납자 식별장치를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교육청은 이들 학교의 수와
운영 실태 및 학생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