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르포> ‘광양만’ 다이옥신 폐수 콸콸…거품 문 바다

[경향신문] 2007년 01월 07일(일) 오후 06:27 가  가| 이메일| 프린트

여수신단내 한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한 하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전남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산업폐수에서 처음으로 다이옥신 검출이 확인되는 등

광양만 오염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 광양시에서 광양만으로 내보내는

각종 방류수, 산업폐수, 생활하수는 하루 20만여t. 환경부 산하 환경시설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화처리 설비는 단순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데 그치고 있을 뿐 최근

문제가 된 다이옥신과 중금속은 무방비로 흘러들고 있다.

7일 광양만 입구에 있는 전남 여수시 환경시설관리공사 제2하수처리장 방류구.

이 처리장은 최근 환경부 등으로부터 방류수의 다이옥신 농도가 일본 규제치에 비해

높다고 지적돼 논란을 빚고 있는 곳이다.

인접 안벽 하부에 모 회사가 설치한 지름 30여㎝가량의 ㄱ자형 파이프 배출구에서

불그스레한 폐수가 거품을 이루며 연신 광양만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최근 환경부가 2005~2006년 전국 주요 산업단지 등 83개 지점 방류수를 대상으로

다이옥신 잔류농도 조사를 한 결과 이 지역 다이옥신 잔류 농도는 일본의 배출 허용

기준치인 ℓ당 10pg(피코그램·1pg은 1조분의 1g)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31.913pg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처리장 방류수에 대한 다이옥신 농도를 측정한 것은

여수산단이 입주한 지 35년 만에 처음이다.

다이옥신이 함유된 방류수는 고농도 폐수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다로 유입된 것으로

밝혀져 어민 등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다이옥신은 암, 기형, 피부병,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급성 독성 물질로

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극물이자 ‘환경 호르몬’으로 불린다.

광양시 일부 해안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도 청정지역에 비해

수십배 높게 나타나는 등 광양만은 특정 유해 물질에 찌들려 있다.

산업 폐수 정화시설은 낙후돼 있다. 환경부 산하 환경시설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화설비는 화학적 산소요구량과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을 낮추고 부유물질, 질소·인에

대한 처리 기능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다이옥신 같은 특정 유해물질이나 중금속 등을

걸러내는 기능은 전혀 없다.

해양수산부도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질 등급 산출을 단순히 화학적

산소요구량만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총체적 오염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육상의 환경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는 환경부와 바다 수질 업무를

맡고 있는 해양수산부간의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조현서 교수(해양환경오염학)는 “다이옥신이 현재는 적은 양이 유입

되고 있지만 오랜 기간 퇴적층에 쌓이면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정부가 경제성장에만 치우쳐 환경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한 폐해는 광양만 생태계 변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광양만의 명물인 부세와

학꽁치 등은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고 다른 어족 자원도 고갈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여수시 묘도어민 김모씨(60)는 “몇해 전부터 껍데기가 찌그러진 ‘기형 조개’가 가끔씩

잡히고 있고 어획량은 큰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수산단이 본격 가동된 지 30년이 지나서야 관련법을

마련하는 등 주민건강과 환경 보전에는 뒷짐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최근 해역 오염 총량 관리제 등이 포함된 ‘해양환경 관리법’과

다이옥신 규제 등을 포함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이 법률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 법률이 시행되기

까지는 정부, 기업체, 주민 등의 이해 관계가 엇갈려 시행령을 마련하는데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