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어디다 적어야 하나 생각이 수만 갈래입니다.

어쨌든 낚시가서 겪었던 불미스러운 일이니 여기다 적어야겠지요.

지난 토요일, 처가 쪽 식구들에게 확실히 즐겁게 놀고 올 수 있을거라고 장담하며 처음으로 바닷가 쪽으로 여행지를 잡았습니다.

그동안 평일에만 가긴 했지만 몇 차례 갔었던 ㅇㅇ도라 어느 정도는 자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화욜일 저녁에 연락을 해 보니 펜션에는 방이 이미 찼고 민박이 있다고 하더군요.

"민박...은... 가족들이 머물기에 조금 그렇지는 않을까요?"

"뭐... 거실도 있고 부엌, 화장실도 있고... 집 하나를 통채로 사용하는 거니 있을만 할 겁니다."

민박을 사용하더라도 생선구이나 고구마 구이 같은 건 확실히 해준다는 다짐을 받고 13만원에 사용하기로 하고 출발 준비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여 묵을 숙소를 보니, 숙소는 6만원도 비쌀 것 같은 상태더군요.

할머니 혼자 사신다는데 집은 지저분한 시골집에 치워놓지도 않았고 냄새는 큼큼하니 나고, 방마다 벌레가 기어다니고 화장실에는 지네가 두 마리......

거실은 보이지도 않고 부엌을 겸한 좁은 공간 하나에 사람이 쓰던 것 같은 방 두 개 중 하나는 성인 2명이 비집고 잘 수 있을 정도의 크기, 다른 하나는 성인 2명이 편하게 잘만한 크기, 나머지 하나는 거의 광에 가까운 상태더군요.

거기다 저녁 5시 넘어서야 할머니가 오셨는데 민박 주인인 할머니도 자기집을 빌려줬다는 걸 모르고 계시더군요.

할머니께서 부랴부랴 집 치우신다길래 어쩔 수없이 쫓겨난 상태로 30분 가량 밖에서 배회하다 식사를 해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아 식당에서 식사를 시켜먹으려 했지만 식당은 이미 포화상태라 앉을 자리가 전혀 없더군요.

할 수 없이 가족들과 의논한 후 민박집에서 먹기로 하고 해물탕이나 하나 끓여 달랬더니 그건 안된다고 하시면서 대신 매운탕은 서비스로 끓여주시겠다더군요.  유일한 서비스(?)였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백면서생님에게 볼락 포인트 찾으러 가자고 연락을 해 두셨다길래 잔뜩 골이 난 가족들을 두고 가기에는 신경이 좀 쓰였지만 그래도 볼락회라도 해 줄 생각에 따라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진해 선상 볼락 비용 정도는 드릴 생각을 하고 뒤늦게 도착한 백면서생님과 나가면서 가족들 기분을 조금이라도 살리게 하기 위해 생선 바베큐를 신신당부해놓고 저녁 8시 조금 넘어 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낚시야 항상 그런 것이지만 볼락은 전혀 입질이 없었습니다.

노래미 한 마리와 우럭새끼 한 마리를 잡고 나서 그만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는 차 멀리서 밝은 불빛이 비추이더니 낚싯대 접고 그쪽으로 오라고 방송을 하더군요.

해경이었습니다.

저희가 탄 배는 야간에는 운행을 할 수 없는 낚시선이더군요.

그 사실은 사장님도 이미 알고 계시는 터였고......

결국 12시가 넘어 진술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민박에 돌아와 문을 살금 여니 좁은 방에 새우잠 비슷하게 자고 있었던 집사람이 눈 비비며 일어나더군요.

생선구이는 먹었냐고 물어보았더니 다른 사람들이 비켜주질 않아 애들이 다 자는 11시에 되어서야 구워줄테니 나오라고 하길래 그냥 잤다더군요.

뒷날 얘기를 들어 보니 애들은 기다리다 지쳐서 10시나 되어서 조금 남은 찬 밥에 김치와 맛김으로 겨우 허기만 달래고 잤다 그러고......

뒷날 아침이나마 식당에서 먹으려고 식당에 아침식사 주문하려고 의논했더니 같이 갔던 처형 왈, "제부, 나는 안 먹어요.  어제 보니 할머니가 식당에서 반찬 그릇에 반찬 옮겨 담으면서 한 번 젓가락질 할 때마다 입으로 쪽, 입으로 쪽... 지저분해서 나는 안 먹어요."

죄많은 탓에 저와 집사람이 후다닥 찌게 끓이고 어제 밤에 잡은 생선 두 마리 구워서 부랴부랴 아침 먹고 도망 나오듯 섬을 빠져나왔습니다.

나오기 전 아침에 사장님께 이러저러하다고 얘기했더니,

"생선 구이하고 하는 건 늘 오던 분들은 다 드셨는데 어제는 너무 많이 와서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도 나는 단골은 아니구나 싶더군요.  얼마나 가야 단골 되는지......

수용 능력이 넘으면 손님을 더 받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여쭈어 보니,

"민박은 동네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민박을 대신 팔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건 완전 이용당한 꼴 밖에는 되지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가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때는 항상 평일이었다는 생각이 돌아오는 길에야 들었습니다.

어디든 평일에 가면 그 정도 대접이야 못 받겠습니까?


제가 자주 가는 또 다른 섬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거기서 민박을 운영하시는 영감님이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할 수도 있을만큼 좀 깐깐하시죠.

하지만, 주말이라 해도 수용 능력을 넘는 손님은 받지 않을 뿐더러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해서 서비스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그곳을 두 번이나 갔었지만 조금이라도 기분을 상하고 돌아온 적은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이 글을 올려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자다가 1시쯤 다시 깨어나 두어 시간 잠도 못들고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주말에 갔다가 저만큼 실망하고 돌아오신 다른 분들의 얘기도 이미 듣고 있던 터라 제가 소개하고 추천한 곳에 대해 제가 겪었던 그대로 동낚인에 올려야 하는 것에 대해 저도 마음이 편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분들이 더 이상은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있는 그대로 올려야 하겠기에 이 글을 씁니다.

앞으로 평생 처가쪽 식구들에게 바닷가쪽으로 어디 가자는 얘기는 다시는 못 꺼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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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