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물고기들이 경매되는 활어 위판장 모습. 요즘 갯바위에서 거의 구경하기 어려운 씨알 굵은 감성돔이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계속되는 몰황!
기껏해야 가뭄에 콩 나듯 한 배에 감성돔 한두마리가 전부인 조황의 연속!
아무리 고기가 귀한 철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극심한 불황의 원인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수온하락? 나쁜 물색?
아니다. 그건 늘상 꺼내는 변명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데 있다.
바로 '뻥치기'가 주범이다.



뻥치기는 겨울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자연산 횟감, 그중에서도 감성돔 가격이 연중 제일 비싸기 때문이다. 설을 앞둔 요즘같은 시기에는 40cm급 한마리가 12만원을 호가할 정도다. 이러한 현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른 새벽에 어판장에 나가보면 갯바위에서는 열번에 한번 구경하기도 어려운 씨알 굵은 감성돔이 지천에 널려 있다. 겨울에는 감성돔 활성도가 둔화되기 때문에 어민들 역시 정상적인 어법으로는 많은 어획량을 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너도나도 뻥치기를 통해 감성돔을 잡는다.

이처럼 겨울에 뻥치기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불구하고 낚시인들이 잘 모르고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가 차가운 겨울에는 야영낚시나 밤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거의 없다.따라서 새벽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뻥치기 현장이 그들에게 목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뻥치기를 성토하는 내용의 글들이 봄~가을에는 낚시 관련 사이트에 자주 올라오지만 겨울에는 자취를 감추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지에 있는 낚시점주나 선장들은 그 지역에서 뻥치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소문을 접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감성돔 조황이 급락한 이유가 뭔지 대충 짐작하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속만 태울 뿐이다. 설사 그러한 사실을 잘 안다고 해도 손님들에게 '우리 지역에서는 뻥치기가 심하므로 낚시를 오지 말라'고 얘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잖아도 먹고살기 어려운 마당에...


▲ 최근 몇 년 사이 뻥치기용으로 제작된 가볍고 가는 홑자망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뻥치기...
혹자는 오래 전부터 숭어 등을 잡을 때 갑판이나 수면을 두드리는 방법을 써왔기 때문에 전통어법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6~7년 전부터는 투명한 낚싯줄을 꼬아서 만든 전용 홑망(기존 그물보다 훨씬 가격이 싸고 가벼울 뿐 아니라 한번 걸려들면 감성돔 몸을 휘감아 절대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까지 등장해 어획강도가 훨씬 강해졌다.
고기 잡는 방법이 쉬워지고 어획량이 늘어 '돈이 되는' 마당에 뻥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폭넓게 증가하고 있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옆집에 사는 누구는 간밤에 잠깐 나가 몇 백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도는 마당에 지역을 가리지 않고 너나없이 뻥치기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모든 어민들이 뻥치기를 하는 것 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양심 없는 몰지각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니 부디 선량한 다수 어민들을 곡해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어쨌거나 뻥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낚시꾼들이 낮에 밑밭을 열심히 뿌린 자리들을 골라 뻥치기를 할 정도로 지능화되고 있다고 한다. 낚시 관련 사이트에 소위 대박을 기록한 낚시터로 소개된 곳들을 골라 다닌다는 말도 나돈다. 인터넷 조황을 믿고 찾아가면 열에 아홉은 황을 치는 것을 보면 떠도는 풍문만은 아니지 싶다. 목(?) 좋은 지점에서는 저네들끼리 자리다툼을 벌이기도 한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태풍이 지나거나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날에는 뻥치기도 '영업'을 하지 못한다. 낚시인들이 날궂이 뒤끝에 그나마 몇 마리라도 낚을 수 있는 것도 '뻥치기꾼' 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이다. 반면 전날 호황을 기록한 곳이 갑자기 몰황으로 돌아서는 경우는 십중팔구 뻥치기의 영향이다. 감성돔은 고사하고 잡어새끼 한 마리 낚이지 않는 날은 틀림 없이 전자총이나 폭약, 섬광 등을 사용해 뻥치기를 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섬을 에워싼 불법 그물들도 심각한 문제다. 낚시인들이라면 갯바위주변에 떠 있는 페트병이나 소형 부이들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단순히 어민들이 처놓은 그물일 거라 생각한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실상은 갯바위 부근에 바짝 붙여 쳐놓은 불법 이중망이나 삼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몇 해 전 육지 가까운 바다에서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 뻥치기와 불법어업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감성돔은 어류도감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희귀어종'이 될지도 모른다.

한때는 온갖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우리 바다의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불법어업 대책위원회'까지 조직해 해당 정부 부서에 여러 방법으로 진정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심각성을 온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3부 장관 합동담화문 발표와 대대적인 불법어업 단속을 이끌어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필자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불법어업의 한 축이었던 속칭 '고대구리'는 완전히 근절되는 성과를 낳았지만 뻥치기와 불법 그물 문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뻥치기는 오히려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중망이나 삼중망, 전자총, 폭약 등 불법 어구를 쓰지 않고 홑자망을 사용하고 '두드려' 물고기를 잡는 방식은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 원인이 됐다.
불법어구를 사용하는 뻥치기라도 현장 단속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단속선 대부분이 뻥치기 현장으로 접근할 수 없는 대형 선박인데다 단속 직전에 불법 어구를 바닷속에 수장시켜버리면 증거물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뻥치기꾼'들이 단속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강압적인 단속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그로 인해 단속도 검거 목적보다는 현장에서 쫓아내기 위한 형식적인 단속에 그칠 때가 많다.

필자가 이런 글을 새삼 쓰는 이유는 과거 해양수산부 직원과 바닷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목격한 불법 어업의 실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여러 대책이 강구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어업으로 인한 어자원 고갈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에 불법어업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방법으로 여론몰이를 한 덕분에 대대적인 단속과 '고대구리' 근절이라는 적지 않은 성과를 얻어낸 것을 상기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다시한번 전국 낚시인들의 힘을 모아 불법어업 근절을 촉구하는 여론을 형성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필자는 감히 뻥치기와 불법어업 퇴치 운동에 낚시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며 이글을 쓴다.

'홑자망 사용한 재래식 뻥치기 불법화'
'감성돔 위판 실명제 실시'
'불법그물 철거'
이상 세 가지는 어자원 보호를 위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사안들이다. 지금 상태 그대로 방치한다면 감성돔을 포함한 주요 낚시대상어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할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낚시업계가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며, 지금 불법어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어민들의 미래조차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 헤드라인뉴스는 '하루방'님께서 디낚마당 자유게시판에 쓴 글을 디낚편집부에서 보충해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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