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를 잡기 위한 것으로는 네 번 째 출조였습니다.

남해 미조 인근서 삽질 한 번, 여수 국동항에서 삽질 한 번, 통영 풍화리 한 바퀴 돌면서 삽질 한 번 그리고 이번은 남해 모처에서......

원래는 오늘(10/3) 원전에서 노 젓고 있을 계획이었는데 집사람이 치과 예약을 해 둔다면서 무조건 가야 된다기에 어쩔 수없이(?) 밤 낚시를 계획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남해대교 지나갈 때의 시각이 대략 8시쯤.

미조 마을에서 먹물 흔적 찾아보니 보이질 않아 던져보지도 않고 왕지로 이동, 왕지에서는 동네아이들이 아직 오징어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말을 듣고도 20분 가량 던져보다 다시 이동.

금천마을로 이동하여 10~20분 가량 던지는 중에 술독에 빠진 아줌마 부대가 방파제 끝까지 디밀고 들어와 앉아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통에 1시간 만에 다시 이동.

20분 정도 더 차를 달려 네번 째 이동한 곳은 같은 두족류인 호래기 포인트와 견주어볼 때

'아, 이곳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테트라 안전한 곳에서 외항쪽 갯바위 방향을 향해 캐스팅했지만 안전한 발판 확보를 위해 바깥쪽으로 나가질 않았기 때문에 낚시가 쉽지가 않아 그냥 포기하고 안전한 내만쪽을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 째 캐스팅.

약간 큰 저킹 두어 번에 약한 저킹 서너 번.

두 번 째 캐스팅.

여러 가지 자료와 현지 조사님들께 들은 자료들이 있어 약한 저킹 후 살짝 끌기.

아!  뭔가 이상하다.  봉다리... 호래기......

마음이야 조급했지만 호래기 낚시를 생각하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릴링을 하니 에기에 하얀 봉다리 같은 것이 붙어 올라오더군요.

약간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오징어였습니다, 바로 갑오징어.

힘차게 먹물 줄기를 뿜어대는 놈을 약간 멀찍이서 방파제 바닥에 뉘여놓으니 또 두어 번 먹물 줄기를 뿜어댑니다.

자, 이제 이 기쁜 소식을 만방에 고할 차례입니다.

집에 전화.

마눌님, "여보세요?"

나, "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마눌님, "......? ...... 훗, 오징어 잡았나 보네?"

이번엔 좌대에 올라가 여전히 삽질에 매진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싸부에게 전화.

나, "싸부, 쪼매 되나?"

싸부, "아니, 안된다.  삽질 중이다.  니는 어떻노?"

나, "푸하하!!!  잡았다."

하지만, 어쩌다 끌려온 것이라 여전히 입질은 파악이 되질 않는 터이기에 그 이후로 한 시간 가량 이곳저곳을 쑤셔봐도 도저히 추가로 올리지를 못하겠더군요.

포기하고 철수할까 하다 다시 캐스팅하고 어차피 갑오징어이니 바닥에 바짝붙여 끌기를 두어 차례 반복하니 이번엔 확실하게 감이 왔습니다.

사정없이 감아 올리니 역시나 또 한 마리 더 달려오더군요.

10여 분 가량 다시 근처에서 캐스팅 하다 자리를 옮겨 가까이 던져 채비 가라앉기 기다렸다 살짝 저킹을 하니 바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다시 한 마리 더 추가.

5분 정도 후에 에기 한 마리 더 수장시키는 바람에 가벼운 마음으로 낚싯대를 접고 돌아왔습니다.

채비는......  이거 욕들어 먹을까 싶어 안 쓰고 싶은데 말이죠......  ^^;;

330짜리 글라스롯드 8호대, 합사 1.5호(이건 0.8호를 사려고 했는데 마침 가게에 없는 바람에......) 감긴 2500번 릴, 목줄(쇼크리더) 5호, 에기 2.5호.  버림봉돌 채비 4호(다운샷리그)

이 정도면 잠수함은 아니라도 고래는 잡을 수 있을라나?  ㅋ

모두 빨간색에 입질이 왔습니다.

목줄 5호에 대해 말씀이 많을 듯 한데 호래기 낚시를 해 본 경험상 야간에만 한정되는 것인지는 모르나 두족류는 목줄을 거의 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세 번 출조에 날린 에기만 대략 15개 가량.

연습이라 생각하고 되도록이면 밑걸림이 있어도 회수가 가능하도록 채비를 하려다 보니 저렇게 한 것이니 고수님들 보시고 너무 허물치는 마시길 바랍니다.

글라스롯드를 쓴 것도 볼락 루어대로 삽질하다 허리를 똥강하는 바람에 저짓(!)을 한 것이니 이 점에 대해서도 너무 허물치는 마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부족한 점도 많고 비록 20cm 남짓한 갑오징어 세 마리이지만 동낚인 첫 에깅 조황이니 귀엽게... 아 이건 아니구만.  여하튼 그러려니 하고 봐 주시길 바랍니다.

참, 전갈아.

부탁했던 거 지킬라꼬 조금 전에 '똥'그랑땡 만들어 줄라꼬 일단 묵었다.

예쁘게 '똥'그랑땡 맹글어 주꾸마. ㅋㅋㅋ

그라고, 유림아.

담에 잡아서 노나 묵을 거 있으믄 감시로 전화하꾸마, 맥주 준비해라.

"내는 지난 조황에 댁들이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알고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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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