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무데도 못 가서리 다른 분들 뭐하실 건가 보니 감****님께서 열기 선상 가실 거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그냥 정보나 얻어볼까 전화 넣었다가 덜컥 챔질에 걸려 낚여 갔지요.


추프로님도 같이 가신다길래 차도 같이 이용하면 되겠다 싶어......


아침 6시 30분 출항이라 4시 30분에 접선해서 기장쪽으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지난 번 가서 열 두 마리 잡았다던 추프로님 왈,


"오늘 꽝 치면 내일 바리 진해배 타고 거제로 선상 가야쥐."


기장에 도착하니 5시 조금 넘었더군요.


우동과 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떼웠는데 이게 좀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6시 조금 넘어 출항을 했습니다.


선장님이 일요일날은 모두 대장 쿨러를 가득 채워 갔다고 하더군요.


낚시란 게 하루 걸러 잘 되는 현상이 제법 있기 때문에 느낌이 조금 쎄~~~~ 했지만 어쨌든 모든 낚시가 마찬가지이듯이 기대를 갖고 어둠 속에서 열심히 채비를 마치고 땡!하면 담그기 위해 오징어랑 크릴도 끼워 놓고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크기변환_IMG_20120116_062737.jpg크기변환_IMG_20120116_062835.jpg 


정확한 포인트는 모르겠지만 가는 도중에 스맛폰으로 위치를 확인하니 고리 원자력 발전소 인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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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은 대략 30~40m.


채비를 내리니 탈탈거리는 어신이 오는데 걷어올려보니 씨알이 영 안습입니다.


다섯 마리 올리고 나서 포인트 이동.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여 채비를 넣으니 탈탈거리는 게 제법 묵직한 게 씨알이 좋아 보입니다.


조금씩 감으며 줄을 태운 후 올려보니 다섯 마리가 올라오는데 한 뼘이 넘는 놈이 두 마리 보입니다.


씨알이 제법 맘에 들더군요.


다시 채비 투입.


그런데 이때부터 추프로님의 좌충우돌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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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을 받고 채비를 올리는데 무거워졌다 가벼워졌다......


옆을 보니 추프로님도 열심히 올립니다.


ㅠㅠ


채비엉켜 있는데 그래도 여섯 마리가 붙어 있더군요.


세 마리씩 사이좋게(?) 쿨러에 넣은 후 다시 채비를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견딜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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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가 슬슬 뿌리더니 입질도 뜸해지고 포인트를 옮겨 담글 때마다 가운데 앉은 추프로님의 좌충우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빗방울도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배들도 별로 조황은 좋아보이지 않는 듯했습니다.


포인트를 계속해서 옮기긴 하는데 옮기는 곳에서 올리는 빈도가 영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배에 탄 여섯 명 중에서 두 사람 정도가 겨우 한 두 마리씩 올리던 것이 한 사람도 못 올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두 분은 그 빗속에서 꿋꿋이 앉아 낚시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선상하면서 한 번도 멀미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 게 슬슬 속이 답답해지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한 게 낚시를 계속하기 곤란한 상태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때 쯤 빤스 속에는 물이 차기 시작했고요.


신발도 비에 침수되어 발이 시리기 시작한지 제법 되었고 손가락도 얼어서 얼얼한지 오래되었습니다.


낚시를 포기하고 비좁은 선장실로 피신하니 추위는 견딜만하게 되었는데 멀미는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입니다. ㅠㅠ


사람 좋아 보이는 선장님은 빗 속에서도 이 포인트 저 포인트 열심히 옮기는데 무선을 통해 다른 배들은 다 철수했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낚시란 게 즐기기 위해 하는 건데......  고생이 너무 심한데......  이건 아닌데......"


선장님이 혼잣말로 웅얼거리시더군요.


"선장님, 저 양반들 지독한 분들입니다.  절대 먼저 철수하잔 얘기 안 할 겁니다."  ^^;;


그러고 나서도 20~30분 정도 지나 다른 분들과 철수를 의논할 때까지도 두 분은 꿋꿋이 빗속에서 낚시에 여념이 없습니다.


물론 올라오는 건 하나도 없고요.


2~3시간 정도 이른 철수를 결정하고 회항을 하는데 빗방울은 그칠 줄을 모릅니다.


감**모친님이 사주신 따끈따끈한 찐빵을 먹으며 차를 타고 오는데 차 히터가 불량이라 따뜻한 바람 조금 나왔다 찬 바람 나왔다 하는 게 비에 쫄딱 젖어 덜덜 떨고 있는 두 사람에게는 고문 비스므리 합니다.


진영 가까이 오니 눈이 약간 섞인 비가 내리는데 창원 근처에 오니 햇살이 보입니다.


"추사샘, 내일 진해 배 타고 복수하러 갈낌미꺼?"


"하이고, 인자 열기 포기!"


집에 와서 헤아려보니 28마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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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마리 회가 될만한 놈이 있어 메슥거리는 속에도 불구하고 회를 떠 먹고는 그대로 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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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정도 되어서 일어났는데 그래도 속이 불편하더군요.


열기 낚시 아무나 하는 거 아닌가 봅니다.


이상 열기가 사람 잡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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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