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울산 현대중공업에 출장 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방어진에 있는 꽃바위 방파제에 들러 보았습니다.
(이 꽃바위방파제 지역은 인낚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바다가 아름다워서  출장길에 한 번씩 들리던 곳입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낚싯대가 석양을 배경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더군요.
이 방파제는 긴 해안을 돌아가며 1차적으로 20여M 높이의 석축으로 둘려져 있고,
그 아래 7~8M 폭의 바닥도 역시 돌로 깔아져 있고
(이곳 바닥에는 바닷물이 찰랑거려 만조때에는 바지를 걷고 건너야 겠더군요),
그 바깥부분에 테트라포트가 겹겹이 늘어서 있는데, 바닥돌과 테트라포트가 바닷쪽으로 꾀 넓은 폭을 차지하고 있어 물고기의 은신처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제 부족한 표현력으로 방파제모습이 상상이나 되실런지....... )

바닥을 건너 앞쪽 테트라포트 위로 기어 올라가 보니 서쪽으로 방파제 끝까지
많은 사람들이 장대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학꽁치 낚시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올라간 곳에는 할머니들이 여러 분 학꽁치낚시를 즐기고 계시더군요.
그 분들이 모두 머리수건을 깊이 눌러쓰고 있어 처음에는 몰랐는데, 몸빼 바지를
보고서야 여자인 줄을 알았습니다. 연세는 대략 70세 전후..

"할머니, 학꽁치 잡습니까?"
"예~"
"잘 잡힙니까?"
"그냥 그래요~"
"여기 자주 오십니까?"
"바다 잔잔하면 한 번씩 와요~"
"곤쟁이 쓰십니까?"
"우린 잘 몰라요~"
옆에 놓인 미끼를 보니 작은 크기의 크릴이었습니다.
바다속을 보니 바로 지척에 학꽁치들이 바글바글 하더군요.
밑밥도 뿌리지 않는데, 할머니가 던진  미끼 하나를 따먹기 위해
학꽁치들이 아귀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어설픈 챔질에도 1분에 한 마리꼴은 올라 오는 것 같았습니다.
크기는 볼펜은 겨우 넘고 매직은 못 되는 정도.
괴춤에 찬 까만 비닐봉지를 열어 한 마리 한 마리씩 모아서는 단체로 저장하는
쿨러로 옮기는 것 같더군요.
곤쟁이 같은 작은 미끼를 쓰면 훨씬 입질이 빠를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경로당보다 더 좋지요?"
"경로당 보다야 백배 났지요~.
여기는 신선놀음인기라요~"
건너편의 할머니가 내 말을 받으신다.
4~5M 앞쪽, 맑은 물속 테트라포트 발 사이를 들여다보니 제법 손바닥만한 놈들이 바닥쪽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인다.
볼락이면 좋으련만 망상어일지도 모르겠다.
군데 군데 몰들이 어우러져 있으니 볼락의 서식처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할머니들은 바닥고기는 못 보신건지 물 위에 떠 있는 학꽁치만 공략을 하고 계신다.
'볼락 구멍치기'란 말이 있던데, 여기서 한 번 해보면 어떨가 싶다.
날이 저물어 돌바닥을 다시 건너 왔는데, 석축을 올라와서는 작은 돌을 하나 주워
석축 위 시멘트 벽에다 화살표를 긁어 표시를 해 두었다.
언제 한 번 저 곳에 볼락 구멍치기 해 볼 날이 있을 것도 같아서.......

이상 울산 방어진의 꽃바위방파제 늦은 오후 풍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