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는이 있으면
낚이는이도 있어야 자연스럽다.
일단 제목이 유혹적이면
대체로 대박이 터진다.

잔손풀이.
몰빵.
간만에 손맛보고.
모처럼 마릿수 조황 등등의 글이 있다면
과연 어떤 제목의 글을 읽겠는가?

대물 포인트로 재미를 좀 봤다.
미궁이라는 아이디 만으로는
인지도가 떨어지니
수작을 좀 부려야 될듯싶어
야시꾸리한 쪽의 제목을 디민다.

시간이 넉넉하면 비가오고,
오늘은 꼭 가야지 마음을 굳히면
바람이 심하게 터진다.
몇일을 그러니 볼락은 만수무강 할지 몰라도
나는 죽을 지경이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간다.
연로하신 부친 때문에
이틀 맘고생을 심하게 하고나니
삶자체에 의욕이 떨어져
괜히 쓸쓸해진다.
이런 기분일때 그냥 주저앉아 버리면
영원히 못일어 난다.
그래서 더욱 가야한다.

아침에 작은애 등교시키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찍어 간을 보니
간간하게 맛깔나는 날씨다.
이런날은 대체로 대박이 난다.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순서대로 적고
하나씩 정리를 한다.
첫째 카니발 정기검사.
2005년 거금 65만원을 들여 장착한 HID 탈거,
순정품 헤드 라이트로 교체후 검사.

불법이라는데 일반 소비자가 뭘 알겠나?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바로 잡아가야 될 일 아닌가?
가만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마침 서비스 센타 기사가 밤눈이 어두워
꼭 필요하다고 해서 그냥 줘버렸다.
어차피 버릴려고 맘먹었었고
버릴곳도 마땅 찮았는데 잘된일.

위태위태하면서도 하나씩 할일들이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헬스장을 다녀오고
바로 떠나면 된다.

저녁 9시 20분경이 만조다.
6시쯤 출발해서
가다가 미끼와 김밥 다섯줄사고
이리저리하고 요래조래해서
7시반쯤에 낚시 시작하면
물이 벙벙하게 들었을 때 유리한
그 포인트에서는 우리하게
손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일이 뜻대로 다 되면
그것도 별 재미 없다.
헬스갔다 오는 길에
추사선생님을 만났다.
하윤아빠와 동낚인 스티커 부착 중이셨다.
반가운거 글로 다 표현하면
조행기는 내일 다시 올려야 한다. ^^

맛난 커피 한잔 대접 받고
서둘러 집으로.
참 !
추사선생님 죄송 합니다.
저도 같이 출조하고 싶었었는데
갑자기 계획이 변경 되는 바람에...
다음엔 꼭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집에오니
마누라가 따라 가겠다고 나선다.
오십줄에 들어선 아낙이니
말릴 재간 없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남편과 같은 취미를 갖겠다는데
그 얼마나 좋은가?
고맙기 그지없다.
아 ~
팔불출.

잠시 사이를 두고
몇개의 곡절을 겪고서야
7시쯤 혼자서 출발.
곧장 두모로 향해 달린다.

고성읍을 지나 새도로를 타고
상리쪽으로 내려서니
휘영청 보름달이 떡 버티고 서서 길을 막는다.
음력으로는 16일 이지만
달은 오늘이 보름달이다.
참내...
다이또 바이따.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길로 쭈욱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내빼는 수 밖에.
그렇게 도착한 그곳엔
난리도 그런 난리가 있을까?
10 m 남짓한 방파제에
젊은이 대여셧,
늙은이 대여섯,
중늙은이 대여섯.
보기드문 아줌마 한사람.
어림잡아 대략 난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발씨 발씨...
내가 내게,
네가 내게,
내가 네게,
네가 네게.
눈은 바다로 향해 있으나
이글거리는 그눈엔 쌍심지가 돋은게 분명하고
욱실거리는 뒷통수는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 하나씩 세워둔 느낌이 들게
가파른 모습을 하고 있다.

세상에나...
내가 올린 포인트 정보 보고 왔을까?
그렇다면 나는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돌맞아 죽을 놈일까?

어쨌거나 520 cm 대에
민물새우 끼워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곳에
던져넣고 낚시를 시작한다.

어디서 배웠는지,
어떻게 알고 그러는지.
여기저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찌낚시를 하고있다.
사람많아 소란스런 작은 방파제에
여기저기 퐁당퐁당.
아 ~ 놔  어쩌라고?

최대한 멀리 게스팅.
주변이 소란스러우니
일단 볼락은 피지 않을것이라 판단되어
바닥쪽으로 깊이 미끼를 가라 앉힌다.
그리고 물흐름을 거슬러
살살 끌어주니 대끝이 따라오질 않는다.
입질이다.
아주 약디 약은.
조금 빠르게 챔질.
일단 마수거리를 올린다.

돌아서서 미끼를 갈아 끼우고
다시 바다를 향하니
좌우밀착 칼치기의 고난도 조법이 펼쳐지고 있다.
온천지 볼락인데
저들앞에 있는 볼락은 볼락이 아니고 몰락이냐?
어찌어찌 한마리 올렸더니
그사이 여러개의 찌들이 내앞으로 날아 온다.

다른 글이름으로
꼭 하고싶었던 말을 할까한다.
언제가 될런지도 모르고,
어느누구의 관심조차 끌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오래는 아니지만
낚시를 하면서 느꼈던 많은것들을
글에 담아내고 싶어서다.

일반적인 볼락낚시에서는
보름달이 뜨는날은 피하려 한다.
물살도 빠르기 때문에 조건이 좋지않다고 여긴다.
그런데
포인트에 따라,
낚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조과는 천양지차 (天壤之差).

오며가며
길바닥에 시간 다 깔아 버리고
꼴랑 세시간 낚시에
수없이 많은 생명이...
내게 무한한 즐거움을 주신 용왕님께 경례 !
볼락에게도...

※ 사진 위 - 이정표 밑에 동그란것이 보름달.
차안에서 일반 노출로 찍은거라 분간이 잘 안되겠지만
보름달이 하도 밝아 어처구니가 없어서 찍은것임. ^^

※ 사진 아래 - 내 나이보다 많이 잡았다.
먹을만큼이 얼마만큼인지는 모르고 그냥 세시간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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