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꽉 막힌다.
몇일을 벼르고 별러서
드디어, 마침내, 이윽고
결단을 내려 나선길인데
바닥이 허옇게 드러난 그곳을 보니
그만 할말을 잃어 버린다.

뭐 딱히 비장의 포인트 운운할 곳은 아니지만
조용하여 속닥하니 좋고,
심심찮게 볼락 물어주고,
모기도 가끔씩만 물어주니
더 바랄게 없는 곳인데

몇일전 별 기대 없이 갔다가
간만에 손맛을 본 곳이라
당분간 보안유지하여
겨우내 주렸던 손맛을 좀 채워보려
얄팍하게 잔머리를 굴린 탓에 그런가?

같은시각에 그곳에서 마주치지 않았을 뿐
이미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을 남겨 놨으니
생자리는 아니고
그냥 바닷가 동네 어디에고 있는
그저 그런 방파제인데

그날은 너무도 후하게
볼락을 건져가게 해주었기에
딴에는 고마움의 표시로
몇일 조용히 쉬라고
찾지 않았었다.

낮시간부터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었고
해 떨어지자
궁뎅이에 불붙은냥
안절부절 못하고 들썩이다가
동행하기로한 동생에게서
연락이 오자 날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김밥 다섯줄.
혹시라도 볼락 못잡으면 서러우니
배라도 불리려고 넉넉하게 사고,
미끼는
지금 시즌엔 병아리가 최고라는 믿음 아래
기관총에 실탄 장전하듯
탄창에 착착 챙겨 넣고.

도착해서는
김밥 풀어 제일 이쁜 조각으로
고수레 ~
맘은 급하지만 형식은 다갖추고 나서야
낚싯대를 편다.

자 ~ !
이제  무우 뽑듯 함 뽑아 볼까?
사백어 실한 놈으로 한마리 걸쳐서
우아하게 케스팅.

그런데
바닥이 희끗희끗 보이는 바다에선
낯선 우럭 새끼조차 안올라 온다.
이게 아닌데...
동생한테 늘어놓았던 자랑 뭉텅이가
바위처럼 무겁게 뒷덜미를 짖누른다.
아 ~ 쪽팔려...씨 ~

방파제가 땡긴 배신인지,
내스스로 내눈을 찌른건지,
잡지도 않은 볼락을
이미 다 나눠주고 몇마리는 구워먹고 등등
낮에 떤 방정 때문인지.
별 지롤같은 생각이 다든다.

들물시간이니 물이 좀 들면
입질 있으려나?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요래조래 찌르고,훑고
내가 아는 모든 형태의 거시기를 다 해본다.

너무하네.
결론은 그랬다.
조과는 틀림없을테고
새벽에 조황정보를 어떻게 올릴까?
요번엔 조행기로 할까?
그래도 조황정보로 올리는게 좋겠지?
막 이래쌋는데
.......

밤 11시가 다되어가니
바람이 살짝 터진다.
4월 하순의 바람 치고는 차다.
샛바람인가?
샛바람이 불면 고기가 안잡힌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수온도 내려갔제?
사백어가 오돌오돌 떨고 있제?

그럼 그렇지
내가 눈데?
낚시 다닌지 3년인데
볼락 몇십마리 그거 장난이제.
그런데
날씨가 이런께네
방법이 없다 아이가?
그쟈?

볼락을 못낚으면
뭐라도 낚아야
반분은 풀린다.

제목을
마릿수 재미...라고 해서
동낚인 눈팅맨 을 낚을까?
세자리수는 틀림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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