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운전면허 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할때...........

상쾌한 가을바람이 부는 어느날 아침.........
모든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출근시간대의 일입니다...............

그날의 파트너는...........
긴 생머리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가씨였습니다..............

다소 서투르긴 하나, 무난하게 도로주행을 했더랬지요...............
순간, 무리하게 택시 한대가 끼어들었고...............
위험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서투른 운전실력의 그 아가씨는 많이 놀란듯 합디다............

그 아가씨를 진정도 시킬겸............
잠시 담배도 하나 피울겸...........
도로옆 인도쪽으로 차를 붙이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길은 고급모텔이 꽤 밀집해 있던 곳이였지요.................

차를 길 옆으로 대고는, 그 아가씨를 진정시키며............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있을즈음............

모텔에서 두 남녀가 걸어나오더군요..............
이른아침, 출근시간대에 모텔에서 걸어나오는 젊은남녀라...............
좋을때다...속으로 생각하는데.............

두 남녀..........꽤나 격한 목소리로 다투더군요..........
여자가 울고 있었습니다...........

모텔에서 좋은밤, 따신밤, 아름단밤을 보내고 나왔을 터인데..........
어찌하여 싸우나 싶어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갑자기 여자분이 우리차 쪽으로 뛰어옵니다...........
다짜고짜 뒷문을 열고 탑니다............
그리고는 외칩니다.........

" 아저씨, 빨리 출발해 주세요.......가까운 전철역이요........ "

                                      가까운 전철역이요........

                                     가까운 전철역이요........

아무생각 없이 두 남녀를 지켜보던 저도 황당했지만..............
제 옆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던 운전교습 대학생 아가씨는...........
뜬금없는 여자의 출현에 깜짝놀라..........
뒷자리를 돌아보고만 있었습니다...........

같이 있던 일행의 남자도 황당하고 어의 없다는듯.............
멍하니 쳐다보기만 합니다................

뒷자리로 탄 아가씨, 조수석의 저를 보더니..............
다시한번 이야기 합니다...........

" 합승.......안되나요??  따불 드릴께요..일단 빨리 출발좀 해주세요.....흑흑흑~ 엉엉엉~~ "

그때까지도 저와 제 옆의 운전교습생 아가씨는...........
사태파악도 못한채 두눈만 멀뚱멀뚱...........

그순간, 같이 모텔에서 나왔던 그 일행의 남자가 다가옵니다............
뒷문을 열고 아가씨에게 이야기 합니다.......

남자 : 뭐하는거야?? 빨리내려......내가 잘못했어.....내가 데려다 줄께...........
여자 : 됐어.......나쁜자식아.......꺼져버려..........
         기사아저씨, 저...이사람 몰라요....치한 인가봐요..빨리 출발해 주세요....흑흑흑~!  엉엉엉~!!

다행히도, 그 남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남자 : 이거 택시아냐.....도로주행 교습차야.....너 왜이러니.....
         아침부터 쪽팔리게...너 진짜 왜이러니............일단 내리자..........

아무말도 못한채, 두눈을 크게 뜬 채로...........
저와 제 옆의 교습생과, 그리고 남자친구를 번갈아 쳐다보던 그 아가씨...........

양 무릎에 고개를 파묻은 채...........
통곡을 합니다...............
대성통곡을 합니다..............

그때까지도 저와, 제 옆의 교습생은 서로 황당해 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여자분이 천천히 내립니다...........
그리고는 남자친구를 한번 쳐다본 후............

냅다 뜁니다...........
참 빨리도 뜁니다...............
순식간에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 여자분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 남자분도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남기며.............
반대방향으로 뜁니다.............

그자리에 남겨진 저와, 운전교습생 아가씨는...............
한동안 서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었지요............

한참이 지난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슬프고도 재밌던 그날의 아침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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