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일기 2화

백수 :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띠게 할까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건네는게 이제는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앞에 위축되어 가는거 같다.
그녀가 내얼굴이나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백수녀석이 왔다.
다른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녀석이 라면 안
끓여줬다고 삐졌나 부다. 요즘은 쥐포도 안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백수 :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 재개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보았다.
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 부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건 시간문제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딱깜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녀석인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수 :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날 쳐다본다.
이정도면 확실히 그녀눈에 띨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이 조기 실업잔가부다 하고
웅성거리는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백수 : 큰 맘 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 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 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돈도 안 받고 나가 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사다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백수 : 오늘도 말을 걸지 못했다.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자꾸 만화책꽂이만 서성거리며 그녀를 훔쳐보기만 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할말이
있는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찾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그백수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놓아야 겠다.

백수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야한 성인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책들을
재밌게 본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  백수일기 3화    --------

백수 : 순수해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서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 거리면서 보는거 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제도 저걸 밤이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 이루었다. 몹시 졸리다. 졸고 있는데
그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거 같다.
여전히 저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백수 : 그녀를 생각하며 시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
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 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안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화방아가씨 :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같다. 벌써 한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이
쓰이는게 아니다.
찡그린 얼굴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 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거 같다.
그녀가 내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어제 변비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 가다니.. 원수 같은놈..

백수 : 만화방에서 오늘 일곱개의 숟가락이란 만화를 보았다.
슬프고 진한 감동이 왔다. 세권을 읽었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쪽팔렸다.
사내 자식이 만화책보며 운다고 놀릴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와버렸다.
다음부터 그녀 대하기가 어려워질것 같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그 백수가 만화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꽤 슬픈 만환가보다. 그녀석은 나갈때까지 그 책의 여운이
남았는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에 그 만화책을 보며 나도 울었다.
그 백수자식 생각보다는 여린면이 있다.
그녀석 얼굴이 떠올라 괜한 미소가 머금어 졌다.

백수 : 오늘 잘못했다간 맞아 죽을뻔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걸까?
그녀 만화방에서 불량고교생 두명이 행패를 부렸다.
한권값으로 한 열권을 본모양이다.
그녀가 그걸 눈치채고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애그 자식들 나처럼 능숙한자도 세권이상은 안했는데..
무모한 놈들이다.
하여간 주인이 여자니까 이것들이 엄청 날뛰었다.
나두 겁이 졸라 많이 났다. 만화책을 덮고 실 집으로 갈려고
했는데 .. 이것들이 그녀를 툭툭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툭툭치던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한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그자식이
"머 머야. 이새끼.. 니가 먼데 끼드는데..."라고 말했다.
나이도 어린게 반말을 썼다. 기분이 엄청 더러워?.
보통 영화나 연속극의 이런 상황에서 나 이여자 남편이다.
또는 약혼자다 그러는 걸 본적이 있어서
나두 그렇게 말할려구 했는데 그기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나 백수다" 라고 말해버렸다.
아까 맞은 녀석까지 정신을 차리더니 웃었다. 그자식들 아주
악날한 놈들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덩치가 좀있고 인상이 더러버
보였는지 그냥 있는돈이 이거뿐 이라며 내고 가버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그녀는 자기자리에 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뭔가
위로의 말은 해 주어야겠는데. 할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본 만화책값을 살며시 놔두고 그냥 나왔다.
그녀는 내가 백수라고 말한걸 분명히 들었을것이다.
다음부터 어떻게 그녀 얼굴을 보나..?

만화방아가씨 :
오늘 큰 낭패볼뻔 했다. 어떤 고딩둘이서 돈도 안내고
만화책을 자꾸 바꿔 보았다. 어떻게 한권값으로 열권이나
보냐.. 몹시 열받았다. 그래서 돈내라고 했더니 툭툭 치며
날뛰었다. 괜히 싸움걸었나 싶었다. 겁도 났다.
눈물이 날려는걸 꾹 참았다.
근데 그 백수녀석이 나타나 한녀석을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다른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멋있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나 백수다라고 그러다니 갑자기 너무
웃음이 나왔다.
애써 날 도와주었는데 웃고 있으면 그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말을 걸면 운것처럼 보이기 위해 침으로 눈에다 찍어
발랐다. 그런데 그냥 나가버렸다.
오늘 잠자리에 드는데 날 도와준 그가 자꾸 눈에 어린다.
그가 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라면하나 끓여 주어야 겠다.

백수 :
내가 백순게 탄로났다. 그녀 만화방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면을 먹는데
귀가 엄청 간지러웠다. 아무래도 라면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 도와준게 너무 고마와 그를 위해 아침에 시장에서
생라면 사리와 표고버섯 시금치등을 사가지고 왔다.
육수도 만들어 그가 오면 바로 끓여서 줄것이다. 방부제
시제품 라면으로는 이렇게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을
내기 어렵고 정성도 결여된 것이기에.. 오늘 좀 신경을
썼다. 근데 이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닳아져 가는
육수를 보며 그녀석 욕을 엄청했다.
좋아질려고 하면 꼭 딴쪽으로 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