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어도 짬이 나질 않을 정도로 바쁘게(? ^^;;)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뤄뒀던 글 또 써야죠.

싸고 푸짐한 점저(점심 겸 저녁)를 먹었던 것까지 이야기 했었네요.


적당히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바닷물에 퐁당 뛰어들었습니다.

생각보다 파도가 세더군요.



거기다 허리춤을 지난 지점부터 갑자기 깊어져 아이들은 바깥쪽에서만 놀게 했습니다.

여자분 한 분은 저렴한 맛사지를 즐기시고......

1시간 정도 놀았으려나 비가 쏟아지더군요.

맨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조금 따갑긴 했지만 정말 시원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삐끼 아줌마가 내일 방카를 탈거냐고 하더군요.

1200페소에 해 주겠답니다.

맘좋게 보이는 코티지 주인은 첨에 우리에게 "아마 1500일 거다."라고 한 터라 별 주저없이 구두 계약을 했죠.

두어 시간 후에야 코티지 주인이 1000페소라고 얘기하더군요.

코티지 주인이 인상은 약간 험상궂어 보여도 한국에도 좀 있었다 그러고 사람은 참 좋아 보입디다.

가기 전에는 보라카이의 호핑투어처럼 당연히 밖에서 바베큐를 해 주는 절차가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음식을 주문해서 가지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랍니다.

그래도 4년 전 보라카이 갔을 때 크리스탈 아일랜드의 해변에서 숯불에 익혀먹는 바베큐의 맛을 잊지 못한 터라 손짓발짓 몽땅 동원해서 스노클링한 후에 적당한 곳에 가서 바베큐를 해먹고 싶다고 했더니 어찌어찌 준비를 하겠다네요.


[ 4년 전 보라카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

그래서 새우, 닭고기, 돼지고기, 홍합 세 가지를 각각 1kg씩 사서 준비하라고 했더니 1500페소를 달라더군요.

ok 하고 나서 좀 있다 생각해보니 음료수와 맥주와 밥이 옵션 품목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차, 또 추가 금액이 들겠구나.'

그런데 이 사람들 제시하는 금액이 뭔가 이상합니다.

홍차 45, 레드호스 50......

제 기억으로는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마셨던 레드호스 가격이 분명히 50페소가 되질 않았거든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보니 45페소로 적혀 있는 겁니다.  홍차는 35페소로 되어 있고요.

되돌아 가서 얘기했죠.

"식당에서 파는 맥주도 45페소인데 무슨...... 당신 말 더 이상 못믿겠다.  지금 몽땅 취소해야겠다."

부랴부랴 맥주랑 홍차만 약간 가격을 내려서 협상을 시도하더군요.

일행과 이야기 해봐야 하니 기다리라고 해 놓고서는 식당에 들어가 앉아서 맥주 하나 시켰습니다.

30분 가량 느긋이 앉아 있으려니 식당 바깥에서 안절부절하는 삐끼 아줌마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30분 가량 더 비디오케를 이용해서 노래 서너곡 부르고 느긋이 앉아 있으려니 마침내 삐끼 아줌마가 자기 영역이 아니지만 어쩔수 없이 들어와야만 한다는 비장한 모습으로 들어오더군요.

얼마 깎았냐고요?

맥주랑 홍차만 가격 쪼매 깎았습니다.

비수기라 싼 가격인줄 알기에 더 깎으려니 좀 그렇더군요.

어쨌든 이 날이 함께 간 하숙집 아주머니 생신이길래 한국에서 오신 부군 또 같이 하숙하시는 아주머니 한 분과 함께 아이들은 TV 보라고 놓아두고 열대의 밤 해변을 느껴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나라라면 TV 광고에나 나옴직한 모습의 예쁜 술집(아마 밤이라 더 예쁘게 느껴졌을 겁니다만 여하튼)을 하나 선택해서 네 명이서 바에 앉았습니다.



여자분들은 각각 쥬스 하나씩 시키고 남자들은... 아마도 쉽게 이름을 잊기 힘들 술 하나를 시켜 갈라 마시기로 하였습니다.

이름은 Sub-Zero.

페퍼민트 칵테일인듯 싶더군요.

용량이 자그마치 1700cc 피처에 하나 가득!!!



시원 달짝지근한 것이 목구멍을 타고 잘 넘어가더군요.

한 잔, 또 한 잔, 또 한 잔......

그런데... 욱!  사진만 봐도 속에서 머리가 어질하고 속에서 뭔가가 치받는 듯 합니다.

어쨌든 그날 저녁은 엄청 흥겨웠습니다.

음악들도 흥겹고 옆에 있는 아줌마들조차도 예뻐보이기 시작하고......  ^^;;

여하튼 2차 간 것 까지는 기억이 납니다만 방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아침 먹을 준비하니 9시가 되었더군요.

아침은 치킨아스파라거스 수프(이거 술먹고 난 뒷날 먹으면 좋다고 전날 대학생들인듯 싶은 사람들이 추천해 주더군요.) 두 개와 밥 8공기(8명 식사비 약 7500원  ^^)를 시켜 간단하게 먹고 호핑투어를 시작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차로 이동 후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방카를 탔습니다.


[ 제일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princess호가 우리가 탔던 방카입니다. ]

일행들에게 약간의 기초 안내(수경에 침 바르기 등)를 한 후 물속으로 텀벙 뛰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는 별로더군요.

자꾸 보라카이와 비교해서 거시기 합니다만 바닷속의 색깔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던 그곳에 비한다면 영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물고기들이 좀 더 보여서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처음 해보는 스노클링이 겁도 나지만 꽤 신이 나는 모양입니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방카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까지도 탐색을 나가더군요.

4년 전 1초 가량 물 속에 머리만 집어 넣고 말았던 개구리는 이번에는 구명조끼조차 벗고 스노클을 시도하기까지 하더군요.

1시간 30분 가량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12시 조금 넘어 바베큐를 준비하고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이곳 해안도 산호초 모래로 이루어진 곳이더군요.



이번에도 맛있게 먹긴 했습니다만 이 친구들 밥을 가져오질 않았더군요.

할수없이 어른들은 반쯤 굶다시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제가 먹은 것은 새우 세 마리에 치킨 1/3 조각.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도 아이들은 물가에서 노느라 여념없습니다.



개구리가 뭔가를 잡고 있길래 보았더니 ......



성게더군요.

슬슬 마닐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하겠기에 방카를 탔던 곳으로 가서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화이트 비치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2시 30분 배를 탈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 오늘은 파도가 세서 작은 배들은 모두 결항이 되고 오후 5시 배 밖에는 없다고 하는군요.

세 시간이 넘게 남았기에 기다리기 무료하려던 차 또론을 파는 할머니도 오고 기념품을 파는 젊은이들도 접근을 하더군요.


[ 또론은 1개 5페소 하는데 달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

전날 한 개 100페소 주고 일행이 샀던 목걸이를 역시 100페소 달라더군요.

과감히 5개 100페소에 달라고 해 보았더니 얼씨구나 하는 표정으로 얼른 팔고 갑디다.

조금 있으려니 쬐끔 더 고급스러운 목걸이를 파는 사람이 왔길래 기념으로 두어가지 정도 가격을 절반 이하로 깎아 몇 가지 샀습니다.


[ 2개는 각각 150페소, 나머지 하나(초록색)는 80페소 ]

아이들이야 어디서든 걱정없이 놀죠.



기념 사진 몇 장 찍고는 항구에 가서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가는 길에 꽃인듯 하여서 보았더니 꽃이 아니더군요.



20분 가량 차를 타고 시골길을 구불구불 달린 뒤 항구에 도착을 했습니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 쯤해서 개구리가 간간이 열이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놀이 때문인지 여하튼 그 후로 이틀 동안 고생을 좀 했죠.

더불어 저도 잠을 충분히 못자 고생을 했고요.

때문에 가고 싶은 곳이 많아도 이번 주는 참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일행은 수면을 취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과자를 먹기도 하고 적당히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 멀리 아이들이 노는 듯 보여 다가가 보니 조금 큰 아이들 몇몇은 수영을 하고 있고 작은 아이들은 새우 미끼로 낚시에 열중하고 있더군요.



미끼를 달아 던지니 금방 예쁜 물고기들이 무리지어 나타납니다.



그런데 나중에 배에 타서 알고보니 수영하는 아이들이 대단한 아이들이더군요.

관광객들이 배 위에서 동전을 던지면 물 속에 깊이 가라 앉기도 전에 잽싸게 줏어내기 때문에 TV에도 나왔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 나라의 영어 캠프에서 온듯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1페소짜리를 그 아이들에게 던지는 모습은 별로 유쾌해 보이질 않았습니다.

주변의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고 했지만 카메라 탓할 실력도 못되는 터라 ......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구름이 참 예쁘더군요.

색깔은 화려하게 나오지 않지만 시시각각 변해가는 구름의 모습이 참 볼만했었습니다.





배 안에서 컵라면을 사 먹었는데 개 당 35페소.

장난 아니더군요.

배가 가는 것도 장난 아니게 느리더군요.

2시간이 훨씬 넘어 거진 세 시간이나 걸려서야 바탕가스 항구에 도착을 했습니다.

내리자마자 제 복장이 워낙이 튀어서 그런지 어제 미리 예약해 둔 승합차 주인이 바로 인사를 하면서 반가워하더군요.

그런데... 너무 늦고 많이 기다렸고 어쩌구 하면서 3000페소를 달랍니다.

바로 No!라고 하고서는 그러면 버스를 탈테니 그냥 가라고 하면서 아주 단호하게 얘기를 하고서는 쳐다보지도 않고 가려고 했죠.

잠시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일행 중 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그 분도 무조건 제게 물어보라고만 하셨고......

2500을 달라기에 그러면 2200을 주겠다고 했더니 마지못하는 표정으로 승낙을 하더군요.

속으로 좀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비용이 예산을 초과한 터라(물론 추가경정 예산을 급히 모았기에 부족하지는 않았었죠.) 조금 세게 밀고 나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까지 멀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2시간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오다가 그렇게 유명하다던 부코파이(코코넛의 따갈로그어가 부코입니다.)도 하나 사서 먹어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자더군요.

저요?  피곤했지만 잠은 오질 않았습니다.

오는 내내 말똥말똥......

유조차가 지나가는데 보니 "coconut oil"이라고 쓰여있더군요.

역시 내가 필리핀에 있긴한가 보다 싶더군요.  ^^

총 경비는 1인당 2250페소(4만 5천원) 가량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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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