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위에 첨부한 사진은 엄청 큰 사진입니다.  파노라마 사진입니다.
클릭하신 후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 나타나는 오랜지색 사각형을 누르시면 원본 상태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가로가 일반 모니터의 6배에 이르는 크기의 사진입니다.


주중에는 하루 네 시간의 학원 수업(1:1 두 시간, 그룹 2시간)과 그것을 따라잡기 위한 4~6시간의 공부를 해야만 합니다.

개구리는 네 시간의 학원 수업과 2시간의 개인 튜터 수업까지 도합 6시간입니다.

하숙집에 돌아오면 2시간 가량 숙제하고 뒷날 아침에 30~40분 정도 단어를 외웁니다.

약간의 강행군인 셈이죠.

어쨌든 그 핑계대고 주말에는 '학실하게' 놀자고 마음 먹었던 터라 지난 주말에도 역시 민도로라고 하는 휴양지를 다녀왔습니다.

민도로는 제주도의 5배 정도 되는 크기의 섬이라더군요.

분위기도 제주도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원래는 차량을 구하질 못해 취소하기로 했었으나 토욜 아침 사전 연락도 없이 전날 통화하다 만 현지인 기사가 차량을 가지고 와 급하게 서둘러 출발을 하였습니다.

몇 군데 인터넷을 뒤져 알아본 바로는 당일치기 하려면 새벽 4~5시 정도는 출발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9시나 해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바탕가스라는 항구로 가서 배를 타야 하는데 뱃시각도 모르고 기사는 길도 잘 몰라 두어 번 헤매더군요.

길을 잘못 들었다 싶으면 편도 1차선에서 그냥 마구잡이로 차를 돌립니다.

대방동에 사는 모 총각의 특기가 "들이 대!"인데 얘들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마구잡이로 들이댑니다.



시내에서도 차선이란 게 없고 그냥 대충 들이대죠.

사고 많이 날 것 같죠.

전혀 아닙니다.

우리 나라 같으면 사고 골백번도 더 났을텐데 교통사고율이 엄청 낮습니다.

느긋한 성격 때문인지 경적도 거의 울리지 않더군요.

일행이 도중에 은행에 들러 돈을 찾으려고 해서 잠시 멈췄습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차가 있더군요.



100% 현금수송 차량이라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사진에는 못 담았지만 필리핀은 총기류 소지가 합법화된 곳이라 주유소 창구조차 방탄 처리된 금속 상자입니다.

손바닥만한 구멍이 나 있고 그곳을 통해서만 돈을 주고 받죠.

에어컨은 달렸더군요.

어쨌든 느긋한 운전 기사는 고속도로에서도 절대 80km/h 를 넘기지 않습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이국적인 풍경들 때문인지 세월아네월아 여유있게 달려도 별 답답하지는 않더군요.

11시 30분쯤 해서 항구에 도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직원(아마도 공무원인 듯)이 차량을 붙잡더니 1시 30분이 되어야 배가 있는데 만약 개인 배를 빌려서 가려면 4000페소(8만원 가량)면 된다고 하더군요.

예산과는 너무 어긋나는 제안이라 그냥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11시 45분에 배가 있더군요.  ㅡㅡ;;

여하튼 여기는 이렇습니다.

공무원들도 봉급이 작아 그런지 외국인만 보면 등쳐먹으려고 하죠.

그런데 일행이 우물쭈물 하는 바람에 그 배는 놓치고 말았습니다.






1시 5분 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는데 항구 입구에서부터 쫄쫄 따라다닌 나이 지긋한 양반이 상당한 친절을 베풀어 주더군요.

댓가없는 친절은 없죠.

배가 고픈데 30페소(600원) 줄 수 있느냐고 하더군요.

4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호주머니에 있던 20페소를 드렸습니다.

어쨌든 1박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타고온 차를 돌려 보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나이 지긋한 양반이 어디서 데려 왔는지 한 사람을 데려 와서는 내일 마닐라로 돌아갈 차를 미리 예약을 하랍니다.

올 때 기름값+차량비 합쳐서 3500(7만원 가량)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500에 마닐라까지 태워주겠다더군요.

점잖게 얘기했죠.

"two thousand."

"O.K."

2500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비이지만 여기서는 반드시 한 번 후려쳐야 합니다.

통한 거죠.  ^^

우리가 타고 갈 배는 사진에 보이는 방카입니다.



양쪽에 날개 같은 것이 달린 배인데 그로 인해 안정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기름값보다 인력이 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닻도 인력으로 올리고 내리고 하더군요.



요즘 시즌이 파도가 심하다고 하더군요.

가는 동안 50여명쯤 되는 승객을 실은 방카가 달리다 멈추기를 반복하더니 순간적으로 30도 가량 왼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하더군요.

뱃머리쪽은 거의 바이킹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큰 파도들을 헤치고 섬 가까이 다다르자 예쁜 해변들과 멋진 요트들이 눈 앞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비치 가장 자리를 보니 심상치 않은 모습들의 나무들이 보이더군요.

설마설마 하면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바닷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바로 맹그로브 또는 홍수림이라고 하는 것이죠.



나중에 와서 최대한 당겨서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역시,

"Help protect our Mangroves"

라는 팻말이 보이더군요.



항구에 내려서 목적지인 화이트 비치로 가야할 차례입니다.

어른들 중에서 제가 영어가 가장 유창(?)하다는 이유로 총무에다 가이드 역할까지 맡아야 했습니다.

집에서 메이드들과 그렇게 의사 소통이 잘되는 유창한 무대포 영어의 하숙집 아줌마의 배째라 영어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약간의 문제가 있더군요.

필리핀 휴양지 여행이 영 초짜는 아닌 듯 가장하고 잠시 두리번 거리니 트라이시클에 타고 있던 가무잡잡한 친구가 다가 옵니다.

글마 : "어데로 가삼?"

나 : "화이트 비치"

글마 : "몇 명이삼?"

나 : "8명이삼."

글마 : "그러면 200페소 주삼."

나 : "장난 치삼?  벨로 안 먼줄로 들었삼.  100페소 주겠삼."

글마 : "그러면 한 대에 다 타삼."

나 : "어허, 왜 이러삼.  그러면 두 대에 120 주겠삼."

글마 : (궁시렁거리며)"아, 띠바.  요즘 경유값이 월맨디... ㅠㅠ"

나 : (속으로)'웃기지 마삼.  그런다고 속을 줄 아삼?'

120페소에 확정을 보고 아이들만 신나는 트라이시클을 타고 이동 중입니다.

어른들은 궁뎅이가 상당히 불편하죠.

생각보다는 시간이 걸리더군요.





가는 동안 혹시 괜찮은 코티지 하나 소개해 줄 수 있느냐고 하니 갑자기 표정이 확 펴집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소개비가 100페소 정도 되는 모양이더군요.

어쨌든 갸들 덕분에 상당히 괜찮은 가격으로 아주 괜찮은 숙소를 얻게 되었습니다.

첨에 방 한 개당 2000 달라는 거 1500으로 깎고 두 개 쓸테니 좀 싸게 달라고 다시 흥정을 하여 결국 2000(4만원)에 준 호텔급 방 두 개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은 지 얼마 안되는 건물이라 상당히 깨끗한데다 풍광도 죽여주더군요.

9시부터 근 7시간 가량 걸린 상당히 피곤한 여정이었지만 멋진 숙소와 멋진 풍경에 다들 만족을 하는 눈치더군요.



일단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하고 식당에 가서 메뉴를 보니... 뭐 알 수가 있나요.

8명이서 각각 다른 메뉴 8가지를 시키고 기다렸습니다.

점심을 못 먹었으니 점저를 화려하게 먹기로 했죠.



밑에 건 위스키 붙고 불 확 질러 먹는 아주 딜럭스한 '료리'입니당.



이거이 아주 비쌉니다.

그래서 그런지 8명이서 맥주 네 병에 8가지 고급 요리에 8공기의 밥을 합쳐서 자그마치 1553페소가 나왔더군요.

참고로 환율은 대략 20:1이 됩니다.

20을 곱하니 3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나옵니다.

위에 사진의 료리 중 가장 비싼 것이 3600원입니다.

식사대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기로 했죠.

<1 부 끝>

※ 사족 : 제가 원래 여행기를 쓸 때에는 씰데 없는 말을 많이 넣기 때문에 분량이 엄청 많아집니다.  생생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이니 양해를 해 주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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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