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걱정이 앞선다.

그냥 조용히 다녀 오려고 했던 출조인데 어쩌다보니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같이 가게 되니 가자고 먼저 나선 사람은 아무래도 조황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부터 추도 민박 예약을 해 두고 만지도와 추도의 조황을 매일같이 전화로 알아보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호들갑 떤다고 안나오는 고기가 나와 주랴?

어쨌든 대방동사나이님(이하 대방동님)과 보골장군님(이하 보골님)을 창원에서 만나 출발하고  백면서생님과 한분은 뒷날 만지도에서 합류하는 것으로 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또 다른 한 분은 통영여객선터미널로 오실 것으로 믿고 작전 계획 끝.

정확히 10시에 집결한 후 통영으로 출발.

고성을 조금 지난 지점에서 미끼를 구입하려니 어제 욕지에서 볼락을 쳤다는 분이 쿨러를 여는데 25 가까이 되는 놈들이 그득하다.

감기로 인해 축 처진듯한 느낌의 대방동님이 볼락들을 보더니 눈에 생기가 돌면서 전체적으로 활기가 살아난다.

두어곳 들르면서 볼 일을 본 관계로 여객선 터미널 도착은 1시경.

맞은 편에 있는 오리지날 충무김밥집에서 민생고를 해결.

뒤늦게야 나머지 한 분과 연락이 되었는데 전남쪽에 이미 가 계신단다.

짐을 내려보니 세상에... 꼴랑 세 사람 가는데 무슨 놈의 짐이 이리 많냐?



하기야 카메라만 해도 똑딱이에서부터 중간급, 하이엔드급에 이르기까지 각각 한 대씩이니......



짐을 싣고 조금 있으려니 뱃고동 소리와 함께 여객선이 출발하며 서서히 통영항이 멀어지기 시작한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한 배는 제일 먼저 닿는 학림도까지는 대략 1시간 가량이 걸린다.

미륵도를 천천히 돌아 학림도까지 가는 동안 잠시잠시 셔터를 누르는 일을 제외하고는 낚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그런데 셔터를 누르기는 누른다하더라도 도대체 마주보고 사진 찍어대는 이런 행위는 대체 뭣들 하는 ......  ㅡㅡ;;





(서로 찍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두 사람 다 추도쪽은 처음이라 더더욱 그렇기도 하지만 출조길의 낚시꾼들 끝없는 이야기야 말해 더 뭣하랴.



학림도 방파제는 몇몇 볼락꾼들에게는 잘 알려진 볼락 명포인트로 쿨러 조황을 보장하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 봄에 가 보았더니 바로 앞에 그물을 쳐 두어 그런지 항상 쿨러 조황을 보이던 곳에서 밤새 30마리 가량으로 끝나고 말았다.

배는 모퉁이를 다시 돌아 저도를 잠시 거쳐 연대로를 향한다.



연대도는 낚시터로도 유명하지만 해변 경작지에서 패각과 함께 토기 파편이 출토되면서 섬 전체에 유적이 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골님은 연대도의 "연쇄점"이란 글자가 참 오랜만에 보는 거라고 재미있어 한다.



연대도를 거친 배는 감성돔의 회유처이자 쏠쏠한 재미를 주는 볼락 낚시터인 만지도를 마지막으로 추도를 향한다.(만지도에 대한 포인트 소개는 포인트 소개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추도에는 대항마을과 미조마을 두 곳의 자그마한 마을이 있다.

올 봄에 볼락낚시로 명성있는 한 조사님이 포인트를 소개한 후로 좀 더 많이 알려진 섬이며 대항마을은 낮볼락, 미조마을은 밤볼락이라는 일종의 공식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만지도에서 약 30분 정도 배가 가게 되는데 가는 도중에 보면 이곳이 확실한 청정해안지역임을 말해주는 증거를 볼 수 있다.

'미국 FDA 수출용패류생산지정해역'이란 부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 표지가 우리의 아들, 딸 또 그들의 아들 딸들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잠시 대항마을 선착장이 바로 앞에 보인다.



대항마을 방파제 끝에서 우측 45도 30미터 정도 위치가 감성돔 대물로 유명한 포인트인데 얼마 전 공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오늘 보니 방파제를 그쪽으로 이어 내어 놓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물 흐름이 바뀌었을테고 포인트에는 어떤 변동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조 마을이 마지막 기항지이자 우리의 목적지이다.

배가 평소보다 조금 늦어 미조 도착한 시각이 4시경.

짐을 부린 후 바로 작업에 착수를 시작하는데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나 청물기가 약간 비친다.



대방동님과 보골님은 계단자리를 고수하고 나는 알고 있는 포인트를 구석구석 쑤셔보기 시작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마침, 전날 독배를 타고 온 분이 있어 알아보니 영 황이라신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얼토당토않은 포인트도 있고 하니 설마 몰황이야 하겠냐 싶다.

그러나, 입질이 와야할 시간인 해질 무렵까지도 통 반응이 없다.





멋진 일몰을 보고 카메라를 잡기는 했지만 슬슬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7시 일차 철수 후 베이스 캠프로 퇴각.

방파제 바로 앞에는 민박집이 하나 있는데 4~5명은 잘 수 있는 방이 2만원에다 식사를 하게 되면 필리핀에서 시집온 넉넉한 인상의 새댁이 푸짐한 해산물과 정갈한 밥상을 차려준다.

그런데... 봄철에 혼자 갔을 때에는 독상이라도 볼락구이를 비롯해 서대 등의 물고기에 튀김 등의 푸짐한 상을 차려주더니 이번에는 예약을 하려고 할 때 식사는 안된다고 하길래 그냥 대충 차려달라고 했더니 진짜 대충 나와 버렸다.  ㅠㅠ



어장일을 해야만 그물에 올라오는 잡어가 많이 있고 그것들로 풍성한 상을 차려주는데 요즘은 어장일을 쉬고 있으니 차릴 게 있나.

그나마 씨알좋은 노래미로 끓여놓은 매운탕을 먹더니 대방동님은 목에 가시가 걸려 켁켁거리기 시작한다.

조금 있더니 목을 마비시킨다나 뭐라나 반주로 한 잔 정도 하려다 그만 두려던 소주를 본격적으로 마셔야겠단다.

안주가 있을 수 없으니 주전부리로 준비해간 쥐포를 안주 삼아 pet 소주 두 병을 비워버리고 얼큰한 술기운에 다시 2차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주 간사한 입질 밖에는 없는데다 걸려오는 것조차 없다.

처음부터 봉돌없이 했지만 이번에는 도래마저 가장 작은 것으로 하고 초연질대 두칸대를 꺼내어 0.6호 목줄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아도 반응이 없다.  참담한 패배다.

그때까지 어째어째 건진 것이 젓볼락 네 마리.

쥐포가 없으니 그놈들이라도 회를 떠야지.

대방동님과 보골님 둘 다 볼락에 대해서는 잡는 것이나 먹는 것이나 아직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둘 다 회를 못 뜬다고 하니 한 마리만 시범삼아 보여주고 연습삼아 각각 한 마리씩 회를 떠서 어쨌든 6점의 회를 만들어 놓았다.

약간 미적거리던 두 양반, 소주 한 잔에 코딱지만한 볼락 한 점 먹어보더니 표정이 슬 달라진다.

보골 : "어... 얼른 먹고 더 잡으이시더."

대방동 : "내가 왜 이때까지 볼락을 잡아서는 모두 버렸을까?"

볼락 폐인 만들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쨌든 볼락은 그걸로 끝.

12시쯤 되니 두 사람 다 포기하고 철수.

근 석달만에 갯내음 맡아보는 나는 이 상태에서 포기할 수 없어 혼자서 테트라포트 쪽으로 흘림까지 시도해 보지만 올라오는 것은 망상어, 메가리.

메가리 세 마리 썰어 회결핍증을 보이는 두 사람에게 공급하기 위해 민박으로 가서 창을 열어보니 이미 한밤중이다.

덕분에 혼자서 오밤중에 메가리회는 자알 먹을 수 있었다.

세시 경 포기하고 철수.

2부는 내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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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