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날 난 가족과 성탄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며 오붓하게
보낼려했는데(정말이다) 나쁜 친구들 꼬임에 빠져 정말 어쩔수없이 뽈락잡으러 척포에
도착하여 오곡도에 내렸다.

물색좋고,날씨좋고...흐흐흐...
갑자기 뽈락들에게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직벽옆에 텐트치고(갯바위낚시가서 처음으로 텐트쳐봤다)좌,우를 둘러보다 갯바위를 넘어가보니
아!!! 이럴수가...
그 유명한 뽈락의 놀이터라는 홈통이 여기 있다니...

캐미끼우고 쌍바늘에 청개비끼워서 투척하니 가라안기도 전에 초릿대가 처박는다.
열댓마리 잡다 친구들을 불러(사실은 안부르고 싶었다 ㅎㅎ)4명이 담배도 안피우고 숨도 안쉬며
낚시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때는 친구에게 담배달라거나,라이터 빌려주라하면 반죽음이고 담배에 불붙여 달라면 초죽음이다.
어느듯 입질도 뜸하고 배도 고파온다.

나: 배고프다.라면 끓여라.
친구 A: 니는 손이 없나.
아주 배고픈 척하면서 은근히 다른 넘을 쳐다보니
친구 B: 배고픈 넘이 라면 끓여라.
나: (음...인간같잖은 넘들.  -_-;; )
동생: 행님 내가 끓이께예.
나, 친구 A, 친구 B: (그래 니 아니면 여기에 라면끓일 넘이 없다)

라면에 쏘주 한잔하고나니 12시가 되었고 파도와 바람이 불어서인지 입질도 없다.
다시 갯바위 넘어 텐트로 돌아와 직벽에서 던져봐도 민장대에는 입질이 없다.

한참 생각끝에 그동안 숨겨두었던 비장의 카드를 뽑았다.
릴대에 바늘5개 달린 카드, 12호 봉돌에 16호 도래를 넣어 뻰찌로 눌린 봉돌을 채워서 수심 8M
정도 내리고 릴을 채우니 바로 입질이 들어와 올려보면 2마리 아니면 3마리다.
쿨라에 얼음 버리고 거의 한쿨라채워놓고 잠자러 텐트에 들어가니 새벽 2시다.

낚시도 못하는 넘들이 잠은 잘잔다.
손이 아닌 발로 자는 넘을 툭툭차서 뽈락 잘낚인다하니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 나간다.
막 잠이 들라는 순간, 친구가 내 장대가 물에 빠졌다고 다급하게 불러 잠결에 나가보니
장대가 물속에 빠져있어 아무 생각없이 직벽밑으로 내려갔다.

근데 뭔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왔고 몸이 밑으로 내려가길래 "이건 꿈일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 추운 겨울날, 차가운 물속에 빠지고나서야 난 이게 현실이란걸 확실히 깨달았다.
잔다고 구명복도 벗어놓아 물속에 잠수했다 나오니 파도가 덮쳐 물도 많이 마시고
캄캄해서 방향감각도 없고 겨우겨우 헤엄쳐서 직벽밑에 스파이더 맨처럼 찰싹 달라 붙었다.

위에서 친구가 "이것 잡아라" 하면서 뭘 주길래 한쪽 손은 직벽을 잡고 한쪽 손으로 친구가
준걸 손으로 잡고 올라갈라고 힘을 주는 순간,
이런~~~  닝기리... 18181818...
내 눈앞에 보이는건 캐미불빛이고 그 넘이 내게 준건 2칸 민장대의 초릿대였으며 나는 초릿대를
잡고 위로 올라갈라고 발버둥치고있었다.
난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한 많은 니 인생.니가 오래 살 필요가 있겠나..내가 올라가면 바로 도와주께"

동생이 뜰채를 줘서 겨우 올라가니 얼마나 추웠든지 1초 간격으로 이빨이 딱딱거린다.
텐트에 들어가 버너불 피우고 옷벗고 난 뒤,한 넘씩 차례대로 불러 내의,내피,외투를
벗겨 입고나니 졸음이 쏟아지고 자고 나니 배가 데리러 와서 척포에 도착했다.

차에 짐을 싣을라하는데 친구 넘이 아주 친한 척,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친구 A: 니 마이 잡았제? 내 쿨라에 좀 담아라.집에가서 썰어 물란다.
친구 B: (쿨라를 발로 밀면서) 내꺼도 담아라.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술안주 할란다.
나: (뽈락으로 상판때기를 때려주고 싶었지만 참으면서...)그래!좋은데 가서 술 한잔 사라.

난 그날 엄청 참았다(사실은 좋은데서 술산다해서 참았다...ㅎㅎㅎ)

지금도 같이 술자리하면 그때 일을 떠올리며 그 넘들을 씹는 재미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