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게 올라오던 조황들도 추운겨울로 접어들면서 뜸해지고
한해 농사를 끝낸 허허로운 빈들녁처럼 동낚인도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네요.

다 지난 옛날 민물낚시 얘기나 한번 해볼까합니다.

한참 민물낚시를 다니다가 몇가지 사건을 계기로 낚시를 그만 두게된 재미없는
이야기 입니다.

군대 다녀온뒤 원하는곳에 취직이 잘안되서 애를 태우고 있을 때였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봐도 미역국만 줄줄이먹고... 맘 먹은대로
쉽게 취직이 안되더군요.




그러던중에 민물낚시에 재미를 들이게 되었는데요.
뭐, 백수가 남아 도는게 시간 인지라... 집에서 젊은놈이 허구헌날
빈둥빈둥 노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이는것두 죄송 하기도 해서
날만 새면 인근의 강이며 수로로... 도시락 싸다니며
이잡듯 헤집고 돌아 다녔습니다.

차츰 차츰, 민물낚시 출조 횟수가 늘어나면서 나날이 조과도 늘어나더군요.
월척급의 붕어를 마리수로 낚아 올리기도 하고 심심챦게 4자 5자의
잉어를 걸어 올리는 날도 있었죠.

그렇게 점점 민물낚시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고
그해 봄부터 시작한 낚시는 한여름 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되었는데요...

점점 큰고기잡을 욕심에 나중엔 취직할 생각도 잊게 되더군요...ㅎㅎㅎ

그해 유난히 무덥던 8월의 어느날,
그동안 푹 빠져있던 낚시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한폭의 동양화 처럼 경치가 아름다운 낙동강 지류의 백사장에서
릴 쳐박기로 여느 때처럼 잉어 낚시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유달리 했볕이 뜨거운 한낯의 강에는
많은 사람들이 잉어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긴백사장이
릴 낚시대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따문 따문 괜챦은 씨알의 붕어며 강준치, 누치, 이런 어종들이 입질하던중
저의 옆에서 낚시 하시던 현지분의 낚시대에 엄청난 크기의 대물 잉어가
올라오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어렵사리 건져 올려진 대물잉어가 백사장에서 큰 눈을 껌뻑 거리는데..
고기를 보는 느낌이 아니더군요....  
얼핏 보기에도 1미터가 훨씬 넘는 잉어가 낚인 것입니다.
계측 해보니 정확하게 1미터20센티 ....

그동안 민물낚시 다니며 70급 정도의 잉어는 구경해 본적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큰잉어는 지금 까지도 한번도 본적 없는 초대형 잉어 였습니다.
주변 낚시하던 모든 사람들이 난생처음본 대물잉어 구경 하느라  
난리도 아녔습니다.
낚아낸 사람이나 구경꾼이나 모두들 흥분의 도가니 였었죠.

과장없이 잉어 비늘 하나의 크기가 500원 짜리 동전 크기만 하더군요.
고기의 몸매가 유선형이 아니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그냥 통나무를
연상케 하더라구요.

한동안 대물잉어에 열광하던 저를 포함한 주변 낚시꾼들의 분위가
어느순간 말은 안하지만 냉냉하게 변하더군요.
마치 "못볼걸 본듯한"  말로 표현 하기는 어려운
꺼림직함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

그렇게 흥분의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제각기
낚시를 시작 하려는데...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바람한점 구름한점 없이 맑고 청명하던 강주변 하늘에서
휭~하니 엄청난 바람이 불기 시작 하더니 낚시인들이
몰려있는 자리 주위로만 집중적으로 시커먼
먹장 구름이 몰려 오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강을 감싸고 돌더군요.
그리고 강에선 잔물결이 일면서 천둥번개와 함께 갑자기 장대비가 쏱아 졌습니다.

대물잉어를 낚아냈던 현지분이 경운기에 잉어를 담아 싣고는
뒤도 안돌아 보고 제일 먼저 도망 가더군요.

저를 포함한 주변 다른 분들도 낚시를 더할수 없는 상황이라
채비를 걷고 철수를 했습니다.
다들 말은 없었지만 영물을 살려주지 않아 하늘이
노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대물잉어가 낚인 시간에 때마침 여름 소나기가
내린 우연한 사건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날 그현장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가져다 주었던, 무시 무시한 경험을 한날(?)이었습니다.

그날저녁 내내 대물잉어의 껌뻑 거리던 큰눈이 뇌리속에서
떠나지 않아 쉽게 잠을 이룰수 없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민물낚시가 다소 시들해지고
큰고기 대한 욕심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한번 재미를 들인 낚시를 영영 끊을수는 없더라구요..ㅎㅎㅎ

그리고 얼마후 다시 강으로 갔습니다.







음...9시 퇴근시간 이네요...뒷 애기는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시면 올리도록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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