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조행기입니다.

 

오늘부터 날이 많이 추워진다길래 어제 날씨 체크 후 길을 떠났습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요즘 물가도 많이 올랐고 이래저래 쪼들리는 인생이라(^^;;)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섬으로 행선지를 결정하니 결국 밤중에는 또 호래기 낚시가 될 것이라서, 자칭 프로라고 하면서도 수 십 차례의 삽질 끝에 세 자리수 겨우겨우 한 번 기록하신 구산면 스님 한 분이 눈에 밟힙니다.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한산도 가이시더."

 

하니,

 

"알았다, 기다리 바라.  추프로한테 전화해보고 바리 전화하꾸마."

 

미끼를 덥석 뭅니다만, 속으로는

 

'아, 이기 아인데. ㅠㅠ'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 겨울에 꽝트리오가 모여서 좋은 꼴 본 적이 없거든요.

 

여차저차해서 일단 저는 먼저 출발하고 타칭 프로 한 분과 자칭 프로 한 분은 뒤따라 오시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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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3시 배를 타고 섬 이곳저곳 혹시나 없는 볼락이 있을까하여 쑤셔볼까 했었지만 네 시배를 겨우 탈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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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거제에서 가는 뱃길이 열린 곡룡포 마을입니다.

 

새로 방파제를 만드는 중인데다 예전에는 볼락이 제법 나왔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내심 기대를 하며 루어를 날려보았지만 아는 체하는 놈도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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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쯤 되면 "외등"이라고 통칭하는 곳에서 마릿수는 아니어도 호래기가 시작될 시간이라 서둘러 고개를 넘어가는데 해가 산에 걸렸습니다.

 

전화가 삐리리 옵니다.

 

"저는 예곡쪽에서 할랍니더.  찢어져서 탐사하이시더."

 

"아라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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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칭 "외등"이라고 하는 포인트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채비를 내리는데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두 사람이 장비를 내리더군요.

 

갑자기 한 분이,

 

"아, 저거 깨구리 아이가!!!"

 

ㅡㅡ;;

 

아니, 한 사람이 예곡쪽에서 한다면 다른 팀은 장작지 방향이나 문어포나 더듬어 봐야 할 거 아닙니까.

 

예곡쪽으로 모이면 어쩌자고요. ㅠㅠ

 

프로 맞나?

 

꽝트리오가 집결했으니 보나마나입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나오기는 하는데 마릿수가 안되더군요.

 

얼른 벗어나는 길만이 살 길입니다.

 

다른 곳으로 휑~~~하니 달렸습니다.

 

동네분 한 분이 루어로 하시는데 막 올리기 시작하는 참이더군요.

 

대를 담그니 캐미가 춤을 춥니다.

 

마침맞게 타칭 프로님한테서 전화가 오길래 점잖게,

 

"예, 조금씩 올라옵니더."

 

라고 했었는데 올 생각을 하질 않습니다.

 

그동안 신나게 뽑아 올렸습니다.

 

한참있으니 또 전화가 옵니다.

 

"웬만하믄 이리로 오이소."

 

전문가가 조언을 하면 프로는 따라야 되는데 말이죠, 두 분 다 한 고집 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참 말 안듣습디다. ㅋㅋ

 

프로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전문가는 이미 한산도 커트라인인 100수 가까이 했으니 그 다음부터는 느긋합니다.

 

8시 30분쯤 해서 쿨러를 보니 세 자리는 이미 넘겼습니다.

 

바람은 탱탱불지요, 호래기 입질은 없지요......

 

마음 조급한 자칭 타칭 프로님들을 남겨놓고 혼자서 주유천하를 하는데 거의 모든 방파제를 동네분들이 점령을 하고 계시더군요.

 

갈수록 외지인들이 호래기 낚시하기는 힘들어질 듯합니다.

 

조용한 곳을 택해 두 군데서 잠시 대를 담궈 보았지만 세 마리로 끝.

 

그래도 별스레 더 잡겠다는 욕심도 안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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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만에 원위치로 다시 왔더니 프로 두 분께서 열심히 쪼으고 계시지만......

 

결과는 안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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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불지만 기온이 낮질 않아 새우가 싱싱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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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쉬려고 들어갔다 호래기 사진이나 한 장 찍을까 싶어 카메라만 들고 옆에서 기다리다 얼어죽을 뻔 했습니다.

 

10분 여만에 추프로님 루어대에 한 마리 올라온 앙증맞은 호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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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여 새벽 들물을 노리고 기다렸다가 저는 못일어 나고 프로 두 분이 쪼아 보셨지만 아는 체하는 놈도 없더랍니다.

 

새벽에는 아무래도 예곡 쪽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야소나 의암쪽에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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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첫 배인데도 배 한 가득 차가 나갑니다.

 

호래기꾼들은 얼마나 될까요?

 

설마 벤츠타고 호래기 낚으러 오지는 않았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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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헤아려보니 대략 170수 가량 되는데 마릿수는 이미 별 의미가 없는 거고, 무엇보다 순대급 호래기가 20여 수나 나와 기분좋은 조황이었습니다.

 

이번엔 호래기 순대를 제대로 해 먹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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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