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지요.

(얼마만큼 얼마 전인지는 글 끝에 쓸테니 나중에 아셔도 될 일이외다.  어쨌든...)

낮에 인터넷으로 누군가에게 번출 연락을 받았으나 시간이 애매하여 내내 고민을 하고 있던 차 저녁에 집사람이 근처에 있는 처형과 같이 전어회를 먹자고 하더이다.

'할 수 없군.  회나 먹고 맘이나 달래자.'고 생각하였지요.

해서, 전어회 뜨러 가보니 아주 작은 놈들을 몇 마리 밖에다 들어 내놨더이다.

순간, 전어 저거 갈치 낚시 미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이다.

횟집 사장에게 얘기하니 단골이라고 순순히 다섯 마리를 주더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전어회를 먹으면서 고민을 좀 했지요.

이거 어케하면 낚시를 갈 수 있을까?

일단, 두 여자에게 술을 자꾸 권했지요.

그랬더니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둘 다 알딸딸하니 기분이 꽤 좋아진 것 같더이다.

기분이 꽤 좋은 것 같기에 대충 겁을 상실하고 여쭈어 보았지요.

"자갸, 저어기... 거시기 머다냐... 갈치... 낚아 오면 안 되겄냐?"

"가기는 어딜 가!  ...  우리 둘 다 델꼬 가면 모를까."

잠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이다.

번출가기로 한 분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퇴근이 많이 늦다고 먼저 가 있으면 연락을 한다 하더이다.

결국 여자들을 데리고 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주말이라 길이 좀 막히더이다.

가는 도중에 비가 조금씩 오시더니 급기야 쏟아붇기 시작하니 여자들이 한 마디씩 하더이다.

"됐다, 고마 집에 가서 라면 끓여먹자."

"아이구, 오늘 같이 비오는 날 괴기들이 미쳤다고 우산 쓰고 나올까?"

할 말 없더이다.

(옛날 유즈넷 유머 포럼 들락거릴 때

"할 말 없군."

이라고 적어 놓으면 바로 댓글 달리지요.

"그럼 우리집 개라도 드릴까요?"

그 밑엔 이런 글 붙습니다.

"저... 그 개... 부... 분명히 암... 암컷 맞죠?  한 마리 더 없나요?")

여차저차해서 1시간 넘게 걸려 원전 근처에 도착했겠지요.

비는 좀 그쳤더이다.

살펴보니 자그마한 방파제에서 두 분이 하고 있더이다.

양해를 구하고 옆에서 조금 하고 있으려니 비가 좀 더 오기 시작하고 입질도 뜸하고해서 두 분은 가더이다.

조금 옆에 세워 둔 차에서 1회용 우의를 꺼내 입고 다시 방파제로 가는데 바람이 휙 부니 우의 모자가 앞을 가리더이다.

손으로 걷어내며 방파제로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공중 부양한 느낌이 들더이다.

'아, 내 조력이 드디어 신선의 경지에...'

라고 생각할 찰나 샌달만 신은 발에 물기운이 느껴지더이다.

'음... 발을 헛딛은 모양이군.  조금 전에 파악한 바로는 가장 자리에 물이 별로 없으니...'

까지 생각한 순간 이번에는 정수리에서 물이 느껴지더이다.

바닥이 빤히 보이는데도 더럽게 깊더이다.

순간 '아, 드디어 내가 왔던 곳으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라는 영화에서 흔히 보는 시커먼 옷 입고 하는 퍼포먼스조차 생각이 들더이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내가 수영을 조금은 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들더이다.

자세를 잡고 앞을 보니 방파제가 보이더이다.

그제야  여유를 잡고 수영을 하는데 기왕이면 끝에 걸린 샌달도 건져야겠다는 지랄같은 생각은 왜 드는지 모르겠더이다.

어쨌거나 여름 피서갔을 때도 해보지 않았던 수영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집사람이 한 마디 하더이다.

"자갸, 물에 빠졌지, 그지?"

파도를 헤치면서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집사람이 차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비 온다고 창문만 빼끔 내밀고 말을 건네고 있더이다.

다시 할 말 없더이다.

(혹시 암소라도 분양해 줄 수 있다는 말씀은 안하셔도 되오이다.)

여차저차해서 밖으로 나왔지요.

여자들 다른 말 안하더이다.

"웬만함 이만 가지?"

스팀 돌더이다.

'씨이... 라면이나 끓이지.'

낚싯대를 챙기고 있는데 갑자기  시동을 걸던 집사람이 당황한 목소리로 저를 부르더이다.

"거시기 아빠, 차 시동이 안 걸린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고기 없음을 확인하러 갔던 일과 더불어 다시 황당지심이 들더이다.

확인해 보니 방전이 되었더이다.

욕밖에 나오는게 없더이다.

신발끈, 계산기, 조지 와싱턴......

보험사에 연락해서 차량 보내라고 하니 시내에서 멀다고 3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이다.

그 동안 차에도 못들어가고 비 열나게 맞았지요.

영어로 소나기를 샤워라고 하더이다.

소나기 비스므리한 비로 실컷 샤워하고 있으니 정비공장 차가 오더이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여자들에게 얼마나 씹혔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하시리라 믿는 바이외다.

어쨌거나 글머리에 밝힌 얼마전이 바로... 세 시간 전이외다.

아, 신발끈, 계산기, 조지 와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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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