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잉어와 얽힌 각별한 저희 가문의 내력을 알고난
그날 이후부터 잉어를 잡거나 먹는 일체의 배은망덕(?)한
행위는 오늘날 까지도 불문법으로 엄히 금하고 있습니다...ㅎㅎㅎ




그동안 떵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많은
잉어들을 학대 했던지.....심한 죄책감으로 그뒤 한일주일
애도의 기간을  가지면서 조용히 자숙하며 지내는데....
그것도 잠시,
백수에게서 낚시를 끊는것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라...

"잉어만 안 잡으면 되지..."

그리곤 다시 강으로 갔습니다.
여름한철 그많던 물고기도 낚시인들도 가을이
되면서 많이 줄었더군요.
봄에는 마릿수 재미에... 여름에는 씨알큰 잉어를
잡는 쏠쏠한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몰랐었는데...

황량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강가의 민물낚시풍경은
다소 쓸쓸한 정취로 다가 오더군요.
하루종일 붕어 한두마리 잡는 것으로 긴 하루해를 다보내고
돌아오면 알수없는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습관처럼 아침이면 또다시 백수의 현실을 피해서 강으로
가곤 했습니다.

이런 무미건조한 낚시는 그해 11월까지 어어 졌는데요...
맨 나중엔 그넓은 백사장에 저와  예순은 넘어 보이시는
어르신 한분, 이렇게 두사람만 달랑 남게 되더군요.

몇날을 그 어르신과 아무말없이 각자 낚시에 열중 했을까?
어느날 제게로 오셔서 조용히 말씀을 건네시더군요.

"뭐좀 잡히는가?"

"입질 없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것 같은데...왜 무의미한 낚시질에
젊음을 허비하고 있는가?"

"취직이 잘 안돼서....."

"너무 먼곳에서, 한꺼번에 많은것을 이루려고 하지 말게나...
차근차근 단계를 밝다보면 언젠간 원하는것이
이루어져 있을걸세..."

그 말씀을 남기고 어르신은 먼저 자리를 떠시더군요.

한동안 머리속이 멍~해지는데...쥐구멍 이라도 파고 싶더군요.
해가 지고 어둠이 올때가지 석상처럼 굳어진 저는, 쉽게
그날의 낚시를 접지 못했습니다.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체 몇칸남짓한 낚싯대 뒤에 숨어서
귀중한 세월을 허송한 자신이 얼마나 비겁하고 초라했던지...
그날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다음날, 강에서 그 어르신을 뵐 자신이 없더군요.

대충 이력서 한통 적어들고 무작정 집을 나왔습니다.
발길 닿는 데로 여기저기를 쏘다니는데.. " 직원구함 "이라고
적힌 조그마한 공장간판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취직이란게 이렇게 간단하게도 된다는걸 그날 알았습니다.

그렇게 그해 겨울은 무거운 철판 쪼가리들과 주야로 씨름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푸근~하고 편안
할수 있었습니다...ㅎㅎㅎ
고생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면서, 제가 늘 선망해오던 좋~은 직장으로 옮겨
가게 되었거든요....

당연히 그 이후로 민물낚시를 잊었습니다.
그 뒤로 강에는 안갔냐구요?
물론 갔습니다.
낚시는 아니구요.
몇년뒤에 데이트하러... (드라이브 하면서)....ㅎㅎㅎ

별 재미도 없는 이야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두서없는 "옛날 민물잉어낚시이야기"의 끝입니다.




동낚인 선후배님들께...

길거리엔 어느새 낙엽이 딩굴고 추운 바람이 불어 오면서
벌써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네요...^^*

다들 말씀 안하셔도 요즘 최악의 불경기에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많으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예전의 저의 모습처럼 취업이 뜻하는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으로 낚시터를 찾는 후배님도 계실터이고...  
오늘의 저 처럼 개인사업이 힘겹게 느껴져 다소간의
위로와 재충전이 필요해 바다를 찾기도 하겠지요.

사실, 동낚인에 온이후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낚시를 바다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잃어버렸던 소중한 즐거움 하나를 되찿은
기쁨도 있지만 또 한편 두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직 수양이 변변치 않은 서생 인지라 혹시라도 바다낚시 뒤편에
숨어서 현실을 도피하려는 나약한 마음은 없는지...

과유불급 (過猶不及)이라 했던가요 ?
알고도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운 가르침인듯 합니다.
혹여, 낚시를 얻고 또 다른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올해가 다 가기전에 저부터 다시한번 차분히 되돌아볼까 합니다.

동낚인 선후배님들...모쪼록
이제 얼마남지 않은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에는
여러분들 모두, 소망 하시는대로 이루어 지시길
간절히 빌어 봅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밤에        -   백면서생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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