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끈지끈하다는 후배 두녀석과 나, 이렇게 셋이서 바람이나 쐬자며 떠난 추도행.
어디 말대로 바람만 쐬면 되나, 뭔가 안주거리라도 잡아야 곡차라도 한 잔 하고 아픈머리도 좀 낫지...

21일 아침 9시 30분 후배녀석 에쿠스를 타고 울산을 출발, 현동검문소 부근에서 공갈낚시 사장으로부터 미끼와 밑밥을 공수받아 통영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 20분 정도가 되었다.
어제 마신 곡차 후유증도 있고 해서 물회를 아침 겸 점심으로 먹으려고 주변을 샅샅히 뒤졌으나 물회집 찾기에 실패하고 복어맑은국으로 때웠다.

오후 2시에 출항하는 추도행 여객선에 몸을 싣고 숱한 섬과 섬사이를 돌고 돌아 오후 3시 50분 경에 미조마을에 도착했다. 우선 예약해 둔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주변 바다여건 탐색에 들어갔다. 아직 수초들이 녹지 않아 민장대 맥낚시를 하기엔 버거울 듯했다.
어쩌나,볼락을 만나야 하는데...

서둘러 흘림채비를 하여 저녁식사 전에 혹시 눈먼 대물잡어(감성돔)라도 덥썩 물고 늘어져 줄까 하고 약간의 기대를 하며 열심히 쪼아봤지만 10cm정도의 앙증맞은 쥐놀래미만 냅다 물고 늘어졌다.

철수하여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민장대 채비로 본격적인 볼락전투에 돌입했다.
여기 저기를 쑤셔도 소식이 없다-_-;; 이 유명한 볼락 낚시터에 낚시꾼도 우리밖에 없다.
`평일이라서 그렇겠지, 낚시가 안 돼서 그렇진 않겠지`자위를 하면서 내,외항 군데 군데를 찔러봐도 별무신통이다.

이구동성으로 "언제 우리가 고기 잡으러 왔나! 바람쐬고 머리식히러 왔지!!"하며 "민박집에 가서 곡차나 한 잔 하자"고 한다.
소주 세 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내일 전투를 위해 비교적 이른 시간인 자정 무렵에 잠을 청했다.

22일 아침, 기상을 하니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있다. 조반을 대충 먹고 다시 전투에 임해 보지만 어제 오후에 보였던 쥐놀래미만 연신 물고 늘어질 뿐 볼락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민물새우, 청갯지렁이, 백크릴...놈들에게 어떤 미끼가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 먹지 않는지...

오후엔 비가 그쳤으나 전의를 상실, 섬 구경이나 하기로 하고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건너마을인 한목마을(대항방파제)까지 넘어갔다가 반대편 길을 따라 일주를 하였다.
천혜의 절경을 가진 섬은 우리를 매료시켰다.

누군가가 혼잣말로 `여기 촌집이라도 한 채 사 두면...`중얼거린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야간전투를 생각했으나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터진다.
22일 들어 온 야영출조팀 4명이 그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민장대 찌낚시로 볼락을 친다. 5cm급 젖볼락이 한 마리 올라 온다. 그 이후 입질 감감...

아직 볼락철이 이른가 보다.

민박집 주인아저씨께 여쭈니 3월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란다.
어차피 우리는 머리식히러 간 것, 고기는 다음에 잡으면 된다.

23일 아침배를 타고 철수길에 올랐다.
뭍에 도착하니 10시 경... 어디서 줏어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통역 여객선 터미널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며칠 낚시를 다녀 오면 주차권을 분실했다고 말하라, 그리하면 1일 주차요금인 5천 원이면 된다`라는 말...

주차장을 나서면서 "아저씨, 주차권을 분실해서..."말끝을 흐렸다^^*
허걱!! 그때 아저씨 왈 "차 빠꾸해가 기다리소!" 입차시 촬영된 CCTV를 검색하여 입차시간을 확인한단다. 에효~ 쩍팔려라...ㅎ
해병대 출신 후배넘 후다닥 나가더니 "아저씨 여기 주차권 찾았심더, 얼만교?" 한다.
1만냥으로 해결하고 울산으로 출발...(낚시꾼들이 하도 뻥을 많이 쳐서 CCTV를 설치했는가 보다)

볼락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조행이었다.
꽃피는 춘삼월이나 보리가 누렇게 익으면 다시 추도를 찾던가 아님 만지도라도 다시 가기로 하고 2박 3일의 조행을 마쳤다.

※요즘 출조가 없어 동낚인에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게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