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  
나와 거의 20년간 낚시하러 다닌 친구2명과 통영 척포로 향했다.    학림(새섬)이나 오곡도, 부지도로 갈려고 했는데,  파도가 심해 연대도 뒷등으로 가기로 했다.    

이른 저녁을 현지에서 해결하고 낚시점에 가니    마침 낚시하러 혼자 오신 분이 있어 안전관계상 같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오후 6시출발 20분정도 걸려 연대도 뒷등에 도착했다.    약간의 파도는 있었지만 낚시하기에 그다지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서둘러서 채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민장대로 야간 볼락 낚시를 시작했다.    
낚시터의 발판도 좋아 4명이 하기에도 불편이 전혀 없고 또 옆 포인트로 이동이 용이해 입질만 하면 더이상 부러울게 없는 곳이었다.    

담근지 10분이나 되었을까, 초릿대를 톡톡 치는 볼락 특유의 입질이 있었다.    가뿐하게 10수정도  씨알도 괜찮은 편이었다.    나란히 서서 낚시를 했는데 좀 서먹했던지 우리와 함께 오신 분은 좀 옆에 떨어져서 연방 히트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한시간쯤 하고 나서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입질이 뜸하다며 다른 포인트를 찿아 나섰다.  =  이 친구는 같은 고성 동향인 친군데 볼락낚시의 귀신이다.    낚시를 같이 시작했는데 갈때마다 내 조과의 2배를 잡는다. =    

친구가 자리를 옮기고 나서 한 30분쯤 지나서일까.   입질도 끊기고 해서 친구를 찿았다.    바위너머로 친구가 대답을 하길래 가서 물어보니 입질이 팍팍한단다.       친구가 낚시하는 곳은 겨우 한사람 직벽밑에 내려가 할수있는 곳이었다.     대답하는 중간에도 연신 볼락을 뽑아 올린다.     아마 볼락 소굴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포인트를 찬찬히 살펴보니 정말 볼락이 나올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적당한 몰에 더 좋은건 오래되어 푸르스럼한 몰이 자란 굵은 밧줄이 물속으로 뻗어 있었다.    

볼락 낚시를 오래 하신 분이라면 직감적으로 소위 말하는 "구덩이" 라고 느낄만한 그런 곳이었다.     벌써 친구는 굵은 볼락을 3분의2(20리터)를 채우고 있었다.   낚시를 둘이서 할수없는 곳이라 교대해 달라고 하니 그 친구가 기어이 쿨러를 채우고 비켜준다고 했다.  

하는수 없이 직벽위로 올라가 낚시를 할려고 하니 바위 자체가 둥근 형태여서 좀 위험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에 한쪽이 묶여진 밧줄이 보였다.    바로 저거다 싶어 줄을 확인해 보니 튼튼한 새밧줄이었다.  

일단 가지고 있는 대 중에서 제일 긴 4칸대를 펴고 밧줄을 허리에 묶었다.      청개비를 3바늘 채비에 끼우고 조심조심 엎드려 기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 행동이었다.    달밤에 허리에 줄을 묶고 엎어져서 낚시하는 꼴이란.........아마 친구가 얄미워서 그런 행동을 한것 같다.    

어쨌든 직벽 밑으로 대를 세워서 넣으니 바닷물에  겨우 닿았다.     그날은 볼락이 피어서 그런지 30cm만 들어가도 입질을 해댔다.    엎드려서 낚시한지 30분정도 지나니까 친구가 보기가 딱했는지 많이 낚아서 그랬는지 교대를 하자고 했다.    아까 약올린 것도 있고해서 오기로 안간다고 했다.   (사실 거기는 몸이 둔한 내가 가기는 좀 무리인듯 싶었다.)  

그런데 그만 문제가 발생했다.    
몸의 중심이 앞으로 가는 순간 앞쪽으로 몸이 쏠리면서 미끄러져 거꾸로 매달린 상태가 되었다.     몸이 돌아가는걸 방지하기 위해 유일하게 닿아있는 발끝에 힘을주어 돌아가는건 가까스로 면할수 있었다.  

금방 발끝에 쥐가났다.    갑자기 무리한 힘을 준 탓이리라.     그야말로 일촉즉발.   한마디로 처마끝에 달린 굴비신세가 되 버렸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반대편으로 돌아 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겨우 허리에 있는 줄을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당겨서 올라왔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눈이 동그래진 친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흐미 징그럽고 얄밉고 분해서 십원짜리를 천원정도 쓰니까 친구가 미안했던지 슬며시 쿨러를 내밀며 달랜다.  

화가 나서 필요없다며 이동할때 고기담으려고 가져왔던 두레박을 가지고 일어나 배 내린 곳을 향했다.    가보니 우리와 동행한 분이 아직도 그자리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조황을 물어보니 20여수는 낚았다고 했다.    많이 낚으라고 하며 돌아서서 두레박에 담긴 볼락을 넣으려고 쿨러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쿨러가 있던 자리에는 쿨러는 없고 파도만 찰랑찰랑.    이미 파도에 씻겨 바다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나와 10여년을 같이 지낸 쿨러인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야식으로 가져온 빵과 우유도 이미 바다가 삼켜버리고 남은 것은 젖은 그 친구의 낚시가방뿐이었다.    낚시 가방도 곧 씻겨갈것 같았다.      

순간 골탕먹인 친구가 생각나면서 짧은 순간에 수많은 번민을 했다.     너무 약 오르고 화나서 그냥 내버릴까도 생각했다.     (나중에 친구한텐 얘기 못 했지만 익명성 보장되는 이곳이라면  솔직하고 싶다.)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지 하면서 낚시가방을 위로 올려 놓고   조금 있으니 친구 2명이 야식 먹으러 왔다.    어이없어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난 내가 아니었으면 낚시 가방도 떠내려 갔을 거라면서 내 공(?)을 자랑했다.    

빈속을 같이 동행한 분의 물로 채우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날이 밝아왔다.     새벽에 보니 내 쿨러가 저만큼에 보였다.     친구가 가만히 일어나더니 낚시 가방에서 릴을 꺼냈다.    봉돌을 제법 큰걸 달더니 몇번의 투척끝에 쿨러를 건질수 있었다.  

물론 쿨러안의 고기는 없었고 위쪽 클립을 열어 두었던 탓에 뚜껑도 어디로 가버리고 빈 케이스만 올라왔다. (ㅎㅎ 내가 낚시 가방을 건진건 잘한 짓이지.  안 그랬다면.....)  

케이스에 두레박에 담긴 고기 담고 친구한테 10여수 얻고 해서 그런데로 괜찮은 조과였다.   씨알이 워낙 좋아서인지 쿨러를 들어보니 제법 묵직했다.    철수 준비를 하고 같이 동행한 분의 쿨러를 구경했다.    

그런데 이대목 또한 압권이다.    20수 했으니 반찬은 되겠거니 하면서 본 동행남의 조과 .      ㅇㅇㅇㅇㅇㅇㅇㅇ으 그건 볼락이 아닌 우럭새끼였다.    "아니 볼락 몰라요?    안물면 우리하고 같이 낚시하던지 이게 뭐요."   무안해진 그분왈 자기도 새벽이 되서야 알았단다.  

비슷하게 생겼고 낚시를 몇번 안다닌 그분으로서는 다른 비교 대상이 없었으니 밤에 처음 낚은 고기가 볼락이라는 믿음에 계속 수심 얕은 곳에서 밤새도록 우럭을 낚았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지만 같이 봐주지 못한 죄로 또 쿨러를 열수밖에 없었다.  아뭏든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행이었다.    이후 이곳을 주말마다 찾아서 많은 조과를 보았다.    

6월 이후부터는 독수리로부터 진화된 모기의 공격으로 가진 못했지만 이번 더위가 지나고 나면 다시 찾을 예정이다.    




이거 전에 인낚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다시 한번 가고 싶네요.